“스페인·세네갈 당국의 과한 단속이 원인”
이주민 위한 안전한 경로 확보 필요성 제기
세네갈 수도 다카르에서 어린이들이 일명 ‘피로그’로 불리는 나무 보트에서 놀고 있다. 피로그는 세네갈에서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로 향하는 이주민들이 주로 탑승하는 보트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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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세네갈에서 출발해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로 향하던 이주민 보트가 또다시 전복돼 60명 이상이 숨졌다. 세네갈과 스페인 정부가 불법 이주를 막기 위해 경계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난민들의 안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탓에 참사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지난달 10일 세네갈에서 출항한 것으로 추정되는 난민선이 난파돼 최소 63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명 ‘피로그’로 불리는 나무 보트가 지난 14일 대서양 섬나라 카보베르데 인근에서 뒤집힌 채 발견됐다.
이후 시신 7구가 수습됐고 56명은 실종 상태지만, 생존 확률은 희박하다고 국제이주기구(IOM)는 밝혔다. 생존자는 지금까지 38명으로 집계됐다.
세네갈 당국은 이 배가 어디로 향하고 있었고, 사고 당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등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세네갈에서 출발한 이민 보트는 보통 대서양을 통해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로 향한다는 점에서 사고 선박도 같은 경로를 활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세네갈 인근 대서양에선 지난달 24일에도 난민 보트가 침몰해 15명이 숨진 바 있다. IOM에 따르면 지난해 카나리아 제도로 향하다가 사망한 이주민은 최소 559명이다. 올해에도 상반기에만 126명이 목숨을 잃었다.
일각에선 대서양의 강한 물살에 더해 세네갈과 스페인의 과한 난민선 단속이 계속되는 사고의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3일 세네갈 해안가 주민들을 인터뷰하면서 “세네갈과 스페인 순찰선이 난민선을 쫓고 있었고, 도망가던 배가 바위에 부딪혀 가라앉는 모습을 봤다는 목격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세네갈과 스페인 당국은 이 같은 의혹을 부인했다.
NYT는 “불법 이주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정말 어려운 질문”이라면서도 “공격적인 대처가 이러한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세네갈과 스페인이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사파 므셀리 IOM 대변인은 로이터통신에 “결국 안전한 이주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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