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독자층 향수 자극하고 10대 독자에는 'Y2K' 트렌드로 인기
먼 과거는 아니지만 지금과는 사뭇 다른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모습을 담은 한 레트로(복고풍) 웹툰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웹툰 '얼짱시대'의 한 장면 |
15일 웹툰 업계에 따르면 약 20년 전을 시대적 배경 또는 소재로 삼은 복고풍 작품들이 속속 등장 중이다.
대표적인 레트로 웹툰은 '얼짱시대'다.
고등학생인 주인공 충일이 아버지의 유품인 폴더폰을 매개로 2021년에서 약 20년 전의 서울로 빨려 들어가는 이야기를 다뤘다.
제목부터 2000년대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화제를 모았던 코미디TV 예능 프로그램 '얼짱시대'를 그대로 땄다.
지금은 촌스럽게 느껴지지만, 잘생긴 사람을 '얼굴 짱', 줄여서 '얼짱'이라고 부르던 당시 유행어부터 볼레로, 색색깔 스포츠 브랜드 저지 등 20년 전 유행했던 패션을 되살렸다.
특히 주인공이 서 있던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사거리가 순식간에 잠실 포장마차촌으로 바뀌는 연출이 그 시절을 기억하는 독자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박태준 작가가 제작 총괄을, 전선욱 작가가 그림 감수를 맡았다.
웹툰 플랫폼 가운데 가장 경쟁이 치열한 네이버웹툰에서 이미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섰다.
지난달 21일부터 연재를 시작해 네이버웹툰 신작 가운데 1위(이하 14일 기준)로 뛰어올랐다. 드라마 장르 5위로 이름을 올렸고, 토요웹툰 인기 4위다.
웹툰 '세기말 풋사과 보습학원' 속 한 장면 |
순끼 작가의 '세기말 풋사과 보습학원'은 시점을 좀 더 예전인 1998∼1999년으로 끌고 올라갔다.
고등학교 비평준화 지역에서 짝꿍으로 만난 중학생 김철과 황미애를 중심으로 풋풋한 첫사랑을 그렸다.
스마트폰은커녕 삐삐와 공중전화를 쓰던 배경 때문에 언제 올지 모르는 상대의 집 앞에서 마냥 기다리는 주인공들의 설렘과 애타는 마음이 도드라진다.
두발규정 때문에 '귀밑 3㎝'를 벗어나지 못하는 여학생들의 머리 모양과 고등학교 입시 때문에 공부에 매달리는 남녀 주인공, 쪽지를 주고받으며 약속 장소를 정하는 친구들의 모습도 정겹다.
이 작품은 네이버웹툰 로맨스 장르 13위, 여성 독자 인기 19위에 올랐다.
이윤창 작가의 '네이처맨'은 1990년대 인기를 누린 전대 특수촬영물(다수가 팀을 이뤄 악당을 물리치는 실사 애니메이션)을 소재로 했다.
'파워레인저'를 떠올리게 하는 색색깔 쫄쫄이를 입고 액션을 펼치던 그 때 그 시절 '네이처 맨'의 배우들이 악당의 습격을 계기로 다시 모이는 내용을 담았다.
네이버웹툰 일상·개그 장르 가운데 7위다.
이 작품들은 모두 웹툰 초창기(2000년대 중후반∼2010년대 초중반)에 인기작을 내놓은 바 있는 30대 중견 작가들이 그렸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본인들이 기억하던 시대를 생생하게 작품 속에서 되살린 셈이다.
웹툰 '네이처맨' 한 장면 |
아예 1980·90년대 인기 작품을 리메이크하거나 웹툰으로 각색한 경우도 눈에 띈다.
1980년대 한승원·김동화 작가가 만든 인기 순정만화 '아카시아'가 지난 5월 새롭게 각색돼 카카오웹툰과 카카오페이지에서 웹툰으로 연재 중이다.
기존 이야기 구조와 설정은 그대로지만, 캐릭터의 서사를 더했다는 설명이다.
한승원 작가의 순정만화 '프린세스'도 2021년부터 세로 스크롤에 맞춰 전부 채색한 형태로 연재 중이다.
어린 독자에게는 낯설 수 있는 20∼30년 전을 소재로 한 웹툰이 최근 인기를 끄는 이유로는 대중문화 전반에 '와이투케이'(Y2K)로 불리는 세기말·세기초 복고 유행이 불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얼짱시대'를 제작한 더그림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에 동 세대뿐 아니라 이후 세대도 호응했던 것처럼 2000년대를 궁금해하는 MZ세대(1980년대초∼2000년대초 출생) 독자들이 작품을 많이 보고 있다"며 "레트로는 시대를 불문해서 통하는 문화"라고 설명했다.
30·40대 독자들에게는 추억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또 다른 만화계 관계자는 "어린 시절 1세대, 2세대 웹툰을 보던 독자들이 자라 구매력이 있는 3040 독자가 됐다"며 "그들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웹툰을 찾아보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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