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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 탐욕이 먹어 치운 광기...광복절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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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데일리뉴스

'오펜하이머' 메인포스터(유니버설 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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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35년 전 파더본 대학 신학대 교수 오이겐 드레버만은 자신의 저서 '악의 구조'(Strukturen des Boesen)을 출판한 뒤 방송 인터뷰에서 '죄'라는 단어에 대해 "본질적인 광기"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하물며 당시 그의 발언은 '나치즘과 전체주의를 향한 학자로써의 냉엄한 비판'으로 바라 본 사람들이 많았다.

이를테면 나치에 대항하다 처형 당한 디트리쉬 본 회퍼 목사와 같은 성향으로 본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하지만 돌이켜 보니, 당시 이해했던 것은 '광기'가 아닌, '병적인 증상'이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고대부터 지금까지 그 어떤 정치 체제건 지도층의 탐욕은 늘 존재했었고, 열광을 넘어 광기로 가득한 엘리트와 대중의 지지를 이용해 통치 권좌를 굳히고, 역사에 자신의 이름과 업적 한 줄을 남기려고 위정자들을 세워 갖은 술수로 정적을 제거한 사례가 무수히 많았기 때문이다.

'오펜하이머' 탐욕이 먹어치운 비운의 광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오펜하이머'는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 최초 핵무기를 만들려는 미국 정부의 의지에 따라 조직된 '맨해튼 프로젝트'를 구성하고 주도했던 J.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이야기다.

러닝타임 180분에 달하는 '오펜하이머'의 주인공은 킬리언 머피가 맡은 로버트 오펜하이머 박사다.

하지만 등장 인물들의 씬 스틸을 뛰어넘는 열연으로 자칫 지루한 전기영화로 끝날 작품을 풍성하게 마무리했다.

영화의 기둥은 핵무기 제조를 주도한 '맨하탄 프로젝트'의 전과 후를 다뤘지만, 채워진 내용은 종전 이후 수소폭탄을 제조하려는 해리 S. 트루먼 미합중국 대통령(게리 올드만)의 탐욕에 맞서 이를 저지하려던 로버트 오펜하이머와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과학자들의 양심과 치열한 두뇌 싸움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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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스트로스 역을 맡아 열연한 로버트 다우닝 주니어(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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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에 띄었던 로버트 다우닝 주니어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독일과 영국에서 유학하고 당대 유망한 물리학자로 떠오른 로버트 오펜하이머로 분한 킬리언 머피의 연기력은 훌륭했다.

하지만 2002년 개봉한 좀비영화의 걸작 '28일 후'에서 크게 발전한 것 같지 않다. 그의 캐릭터는 늘 냉소적이고, 비루한 모습 그대로다.

열외가 있다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을 만나 열연한 '인셉션'(2010) 정도. 그 작품은 '다크나이트' 시리즈 보다 조금 더 세련됐다.

사실, 15일 개봉하는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가장 눈여겨 봐야할 인물은 다름아닌 로버트 다우닝 주니어다.

극중 열연한 원자력 에너지 협회장 루이스 스트로스. 스트라우스라고 하면 바로 와닿는 그 이름 말이다.

놀란 감독은 스트로스의 등장씬을 흑백으로 처리했다. 이 점이 흥미롭다. 이 영화가 1인칭 시점으로 묘사됐다는 걸 감안하면, 주인공의 기억 속에 가물거리며 남아있는 인물 중 한명이 루이스 스트로스(로다주)였다고 강조하는 것 같았다.

부연할 것도 없이 영화 속 루이스 스트로스는 자수성가한 유대계 사업가이며, 정치적 야망이 큰 인물이다. 이 점은 동부 뉴욕에서 자수성가로 큰 부를 이룬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부친 J. 젤릭만 오펜하이머와 같다.

하지만 스트로스는 당시 사업에도 성공했음에도 여전히 부와 권력에 대한 갈증이 많았던 인물로 극중 묘사된다.

루이스 스트로스는 미 민주당 출신의 트루먼 대통령이 계속해서 애용할 수 있는 도구였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

영화는 핵폭탄을 만들어 일본의 종전선언을 앞당긴 인물로 오펜하이머 박사를 부각시킨다.

하지만 그 틈 사이로 탐욕에 눈이 먼 정치인들이 서서히 발톱을 드러내면서 극의 큰 변곡점이 생긴다.

정재계 거물이 되고 싶었던 스트로스가 주도해 FBI의 수사, 보안 등급 감사 등으로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과거 사생활과 그의 지적유희를 발산시키던 학자, 학생들의 좌파성향 모임 참석까지 파헤친다.

1950년대 미 전역에 불어닥친 소위 매카시 열풍(반공열기)에 희생양으로 타임지 커버로 소개된 영웅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갈기 갈기 찢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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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스틸 컷1(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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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 세계를 바라보는 예리한 통찰

크리스토퍼 놀란은 반복적인 증상을 보이는 권력자들의 탐욕이 순수한 열정과 애국심으로 정의구현과 세계 평화를 원했던 과학자들의 광기를 집어 삼켰다고 보는 것 같다. 그리고 사실이 그렇다.

흥미롭게도 해리 S. 트루먼은 린든 존슨과 같은 미 민주당 당원이었으며, 루즈벨트와 존F. 케네디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로 선거 없이 부통령에서 대통령 직을 물려 받은 인물.

덧붙여 트루먼과 존슨 두 사람은 1950년 한국 동란과 1964년 베트남 전쟁 당시 미합중국 대통령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앞서 서술했듯 로버트 다우닝 주니어는 그의 전작들에서는 본 적 없는 연기가 압권이다. 가령, 권력투쟁에 있어서는 매우 냉혈하고 치졸한 루이스 스트로스를 보여준다.

유니버설 픽쳐스가 수입하고 배급하는 '오펜하이머'(15세 이상 관람가)는 깔끔한 아날로그 필름 영상, CG 없이도 핵폭발 장면을 연출한 점을 빌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다운 명불허전이다.

여기에 주인공 오펜하이머의 부인 키티 역을 맡은 에밀리 블런트,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연인으로 과감한 노출씬으로 눈길을 사로잡은 진 태틀록 역을 맡은 플로렌스 퓨, 그로브스 장군 역을 맡은 맷 데이먼, 동료 교수 어니스트를 맡은 조쉬 하트넷 외에 캐시 애플렉, 라미 말렉, 케네스 브래너 같은 화려한 라인업이 극의 풍성함을 더 욱 더 두드러지게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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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스틸컷2(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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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5일 광복절에 개봉하는 '오펜하이머' 간만에 지적 유희를 즐길 기회

크리스토퍼 놀란의 신작 '오펜하이머'는 영화 매니아들에게는 더 할 나위 없는 선물이자, 지적유희를 즐길 기회다.

그럼에도 누군가 이 영화 봐도 되냐고 묻는다면, " '오펜하이머' 뿐만 아니라, 9일 이미 개봉한 '콘크리트 유토피아', 15일 개봉예정인 '달짝지근해:7510'까지 3편 다 보면 안되냐"라고 반문하고 싶다.

셋 다 개성이 뚜렷하며, 전혀 다른 스토리로 관객의 시청각을 자극 할 것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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