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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천태만상 가짜뉴스

“가짜뉴스 폐해 막는 ‘과학커뮤니케이션’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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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숙경 세계과학커뮤니케이션학회 회장

66개국 전문가 소속된 국제학회

에너지-환경-질병 등 이슈 관련… 대중에게 올바른 과학 정보 제공

“복잡한 문제일수록 열린 태도를… 허위 정보-과장된 두려움 막아야”

동아일보

외부 강연을 하는 조숙경 세계과학커뮤니케이션학회장. 조숙경 회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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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이 인류의 일상을 지배하고 존망을 좌우하는 시대다. 보다 검증된 데이터와 근거에 바탕한 과학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조숙경 세계과학커뮤니케이션학회(PCST Global Network) 회장(59·한국에너지공대 교수·과학사 및 과학커뮤니케이션 전공)은 1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아시아인 최초로 5월 23일 세계과학커뮤니케이션학회장에 선출된 그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업무계획을 확정했다. 다음 달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취임 후 첫 행사로 열 심포지엄을 준비 중이다. 조 회장은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과학기술계 리더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국내에서 과학자와 공학자가 가장 많은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를 중심으로 활동을 넓히고 있다.

조 교수는 서울대 물리교육과를 졸업하고, 과학사 및 과학철학으로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 서울대에서 박사 학위를 각각 받았다. 한국과학창의재단 과학문화사업단장과 대통령자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연구위원 등을 지냈다.

―세계과학커뮤니케이션학회는 어떤 곳인가.

“66개국 과학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이 소속된 국제학회다. 1989년 프랑스에서 만들어져 지역별 국제 심포지엄과 온라인 세미나, 국제학회(격년)를 열면서 과학커뮤니케이션의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고 효과적인 방법과 전략을 논의한다.”

―아시아인 최초로 학회장이 됐다.

“지난 20년 동안 부회장 등으로 학회에 참여하면서 보여준 과학문화 전문성과 연구업적, 리더십을 인정받았다고 생각한다. 2006년 한국이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세계과학커뮤니케이션 국제학회(제9차)를 유치했는데 그 과정을 주도했다. 아시아의 과학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인식은 상대적으로 낮다. 취임과 더불어 다양성, 평등성, 포용성, 접근성 증진을 위한 다양성위원회를 새롭게 발족시킨 것도 이런 맥락이다.”

―과학커뮤니케이션이 뭔가.

“기후 환경을 포함한 에너지, 새로운 질병, 물 부족, 인구 과잉, 식량 부족 등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거의 과학 이슈다. 과학 지식과 정보를 생산하는 과학자, 전달하는 언론과 미디어, 수용하고 반응하는 사회(대중) 간의 소통과 신뢰가 아주 중요해졌다. 과학커뮤니케이션은 과학적으로 검증된 데이터와 증거를 토대로 합리적인 토론의 장을 만들어 균형 잡힌 시각으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올바른 과학커뮤니케이션을 막는 요인은.

“‘가짜 과학(fake science)’과 ‘가짜 뉴스(fake news)’의 폐해가 크다. 막연한 두려움이나 나쁜 의도가 만들어 낸 이런 요인들이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한다.”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우선 열린 태도가 필요하다. 20세기 최고의 과학철학자인 칼 포퍼는 과학은 비판에 열려 있어야 하고 반증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학적 증거에 개방적인 태도, 복잡한 문제를 이해하려는 노력과 학습이 필요하다. 리더들의 과학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따라 과학저널리즘 과정을 운영 중인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과 전국과학교사협회,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등과 협력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베네치아 심포지엄에서 세계 여러 대학의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육에 대한 발표가 이뤄진다. 국내 대학에도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양 과정이 도입돼야 한다.”

―국내에서는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문제를 놓고 국론이 첨예하게 갈려 있다.

“경험해 보지 못한 불확실성 속에서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의 잠재적 위험과 장기적인 환경 영향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 더불어 잘못된 정보나 과장된 두려움이 확산돼 올바른 선택을 방해해선 안된다.”

―학회도 이 문제에 주목하나.

“지역적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진 않았는데 앞으로는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모색할 생각이다. 이번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문제가 성공적인 K-과학커뮤니케이션 사례로 공유되길 기대한다.”

―20년 전에 고교 과학사 교과서를 집필한 적이 있다. 최근 대통령이 교육과정에 과학사 도입을 주문했는데 왜 필요한가.

“로이 포터 전 런던대 교수는 ‘과학은 개인적인 재능인 동시에 사회적 관계’라면서 대중이 과학에 관심을 갖게 하려면 과학이 과학자라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말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학사 교육은 과학기술을 보다 사회적인 맥락에서 배우고 공감하며 토론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과학커뮤니케이션의 좋은 환경을 제공할 거라고 생각한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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