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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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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중국의 자국 선박 공격에 강경대응··· 중국 “미국의 ‘검은 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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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외교부장 “긴장 악화의 원인은 미국”

동남아 주변 지역 긴장 고조 우려

경향신문

필리핀 마닐라에서 11일 벌어진 반중시위에서 한 남성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진을 향해 물 호스를 겨냥하고 있다./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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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이 영유권 분쟁이 있는 남중국해에서 중국 해안경비대가 자국 선박에 물대포를 쏜 사건과 관련해 물러서지 않고 강경 대응을 하고 있다. 중국은 대화 준비가 됐다고 한발 물러서면서도 “긴장 악화의 원인은 미국”이라며 화살을 미국으로 돌렸다.

필리핀스타에 따르면 필리핀군은 13일(현지시간) 이번 주 초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 세컨드 토마스 숄(중국명 런아이자오) 해변에 정박한 군함 ‘시에라 마드레(Sierra Madre)’에 보급 업무를 재개하겠다며 “중국군이 시에라 마드레를 제거하려 들면 저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에라 마드레는 2차 세계대전 중인 1944년 미국이 건조한 군함이다. 선체가 녹슬어 제 기능을 못하는 폐군함이지만 필리핀 해군의 정식 함대로 편입돼 있다. 중국이 1995년 스프래틀리군도의 암초 미스치프 리프에 군사시설을 짓자 필리핀은 1999년 미스치프 리프에서 37.8km 떨어진 모래톱인 세컨드 토마스 숄에 일부러 시에라 마드레를 좌초시켰다. 이후 시멘트 등으로 선박을 고정해 자국군의 최북서단 군사 기지로 사용해 왔다. 중국이 분쟁지역 암초를 요새화하자 필리핀도 맞대응한 것이다.

이번 양국 간 갈등은 중국 해안경비대가 지난 5일 시에라 마드레에 건축 자재와 보급품을 전달하려던 필리핀 해경선에 물대포를 쏘면서 긴장이 시작됐다. 필리핀은 자국 주재 중국 대사를 불러 강력하게 항의했고 중국 관영매체가 필리핀이 불법 자재를 운송했으며 폐역함을 인양하기로 한 과거 합의를 지키지 않았다고 비방하는 공방전이 이어졌다. 중국 외교부는 8일 성명을 내고 좌초한 시에라 마드레를 인양하라고 요구했다.

필리핀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10일 “우리 영토에서 우리 선박을 이동시켜야 한다는 어떤 합의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며 “모든 것은 중국의 상상일 뿐이고, 행여 그런 합의가 있더라도 당장 백지화하겠다”고 날을 세웠다.

필리핀 상원은 앞서 지난 1일 여야 합의로 “중국 해안경비대의 지속적인 영해 침범과 필리핀 어민에 대한 지속적인 괴롭힘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물대포 사건이 불거지기 전부터 초당적 강경 반중 노선이 합의돼 있는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상원의 결의안 승인을 두고 “상징적 사건”이라 평했다. 물대포 사건 이후 상원 일각에서는 중국과 맺은 계약 파기 등 경제보복 논의도 이뤄지고 있지만 이는 실효성 논란이 있다고 필리핀스타가 전했다.

SCMP는 중국과 필리핀이 한 치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남중국해 정세가 더욱 불안해지면 동남아시아 주변국이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통들을 인용해 전했다.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차기 태국 정부가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거론된다.

중국도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겨냥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순방 중인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12일 “미국 등 일부 세력은 남중국해가 혼란스럽지 않을까 걱정하며 이 지역에서 끊임없이 풍파를 일으키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물대포 분쟁 관련해 필리핀을 지지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왕 부장은 필리핀은 ‘친미’국가라며 다른 아세안 국가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왕 부장은 필리핀을 향해 대화로 복귀하라고 요구하는 한편 “중국은 지역 국가들이 ‘막후의 검은 마수’에 대해 경계를 유지하고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주도권을 갖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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