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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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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마늘-구경 갈래, 오직 너만을 보러[지극히 味적인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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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단양 구경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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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마늘인 한지형 마늘의 대표 산지답게 씨마늘부터 마늘보쌈까지 단양 시장 도처에 마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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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북도 단양, 마늘로 시작해서 마늘로 끝나는 동네가 아닌가 싶다. 시장을 가봐도 마늘, 마늘, 마늘만 보였다. 한식에서 마늘은 필수 요소. 그런데도 마늘을 강조하는 음식이 다른 지역보다 많았다. 태안과 서산, 의성 그리고 단양은 토종 마늘인 한지형 마늘의 대표 산지다. 스페인 원종인 난지형 마늘과는 수확 시기 및 저장 기간이 다르다. 난지형이 조금 빠르고 한지형은 6월 중순 즈음 수확한다. 그것을 알리듯 시장 입구에 내걸린 플래카드도 진짜 단양 마늘은 6월 중순에 수확한다는 내용으로 걸려 있었다.

단양 구경시장은 상설시장이다. 관광형 시장으로 사람이 제법 몰리는 곳이다. 더욱이 7말 8초의 휴가 기간이라 시장 다니는 대부분이 관광객이었다. 시장의 기능은 그날그날의 식재료를 사고파는 기능이다. 관광형 시장은 식자재보다는 완성한 음식을 파는 기능이 특화되어 있다. 단양 시장은 1, 6장으로 오일장이 열려도 관광 시장이라 오일장의 잔잔한 재미는 없었다. 여름 과일을 가지고 나온 이들을 포함해 상인이 많지 않아 서운했다. 오일장 상인들은 시장 초입에 몰려 있었다. 대부분 관광객은 오일장보다는 방송에 나온 식당 찾아다니기 바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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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말8초 휴가철에 찾은 단양 구경시장은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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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형태는 기다란 통로 세 개가 작은 통로로 두 개처럼 연결된 모습이다. 세 개 중에서 가장 아래에 있는 골목은 상대적으로 한산하다. 먹거리보다는 주로 마늘 파는 상회가 몰려 있다. 마늘이 목적인 이들만 오갔다. 장모님께 사다 드릴 생각으로 구경하는 무리에 동참했다. 주아가 눈에 띄었다. 옆에는 마늘쪽 하나인 통마늘이 있었다. 그 뒤에는 육쪽마늘이 있었다. 육쪽마늘은 마늘 6쪽이라는 의미지만 통마늘을 구성하는 숫자는 6~9개다. 난지형은 열 개가 훨씬 넘는다. 주아는 마늘의 씨앗이다. 마늘종을 그대로 두면 끄트머리에 주아가 열린다. 주아를 심으면 이듬해에 마늘쪽이 하나인 통마늘이 나온다. 이 통마늘을 씨마늘이라 부른다. 씨마늘을 가을에 심어야 육쪽마늘을 수확할 수가 있다. 물론 육쪽마늘을 심어도 수확할 수 있지만 수확량도 줄고 모양도 좋지 않다고 한다. 우리가 편하게 사먹는 육쪽마늘은 2년 시간을 보내야 우리 손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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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형 시장은 식자재보다는 완성한 음식을 파는 곳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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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은 어떻게 먹는 것이 가장 좋을까? 통째 보관하다가 필요할 때마다 껍질 까서 쓰는 것이 가장 좋다. 그다음이 깐마늘이고 냉동 보관한 다진 마늘이 좋고 가장 좋지 않은 마늘이 냉장 다진 마늘이다. 냉장 다진 마늘은 갈변을 막는 구연산이나 비타민C를 넣어 색은 좋으나 향이 달아나 가장 맛없다. 마늘 가공품에 흑마늘이 있다. 단양장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대단한 것처럼 보여도 사실 2주 정도 숙성하고 말리면 된다. 2000년대 초반에 흑마늘 만드는 공장을 찾아 남해군에 갔던 기억이 있다. 집에서도 시간만 있으면 쉽게 만들 수 있다. 잘 씻은 통마늘을 보온 밥솥에 넣고 보온만 눌러 2주 있다가 꺼내면 된다. 수분이 많기에 건조기에 한나절 말리면 된다. 만들기 어렵지 않다.

마늘 순대, 마늘 빵, 마늘 만두, 마늘 떡갈비, 마늘 메밀전병 등 단양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먹거리다. 18년 전 즈음 처음 단양에 왔을 때는 다들 없던 음식이었다. 순대는 어느 시장에 가도 있는 순대와 같았다. 빵이나 치킨 또한 마찬가지. 단양장에는 어느 시장에 가더라도 찾기 힘든 마늘 음식이 있었다. 마늘 젤라토가 그 주인공이다. 달곰함이 지난 자리에 마늘 특유의 아린 맛이 아주 살짝 났다. 마늘 젤라토만으로도 매력이 있었다. 단양에서 생산한 흑임자 젤라토와 같이 먹으니 궁합이 꽤 괜찮았다. 아린 맛은 여려지고 흑임자의 고소함이 그 자리를 채웠다. 단양 시장에서 제일 잘 만든 마늘 음식이 젤라토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맛있었다. 아로카 0507-1391-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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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장 상인의 열에 절반은 고구마순 껍질을 벗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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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장에 팔러 나온 이들 중 열에 절반은 고구마순 껍질을 벗기고 있었다. 누가 해주면 가장 맛있는 게 고구마순이다. 얇은 껍질 벗기는 게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어릴 적 여름이면 고구마순을 까는 엄마 옆에서 거들곤 했었다. 그때 누가 까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세월이 변해 이제는 까서 판다. 고구마순은 고구마 중에서 밤고구마순이다. 호박고구마는 두께가 얇아 순으로 먹지 못한다고 한다. 예전에는 순만 재배하는 이가 없었다고 한다. 근래에는 순만 전문으로 재배하는 이도 있다고 한다. 고구마순 조금을 샀다. 양이 조금 많은 것은 5000원, 작은 것은 3000원이다. 작은 거 사는데 호박잎이 눈에 들어왔다. 여름 채소는 맛없다. 그나마 괜찮은 것이 호박잎과 고구마순이다. 호박잎을 데치거나 찌면 꽤 괜찮은 쌈 채소가 된다. 입맛 살리는 데 이만한 것이 없다. 살까 잠시 고민하다가 고구마순만 샀다. 순을 데치고 무쳤다. 된장 조금, 고춧가루, 단양에서 산 마늘까지 넣고 조물조물 무쳤다. 따로 조금 빼서는 삼치 조리는 데 넣었다. 생선조림에 무나 감자를 넣어도 맛나지만 고구마순 또한 별미다. 3000원으로 만드는 시장의 여름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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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부터) 콩 함량 0%로 오로지 들깨로만 국물을 낸 들깨냉국수, 단양 마늘로 만든 매력만점의 마늘 젤라토, 반찬용으로 두루 쓰기 좋은 국내산 송화버섯, 파란 아오리와 빨간 하미에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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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초입에 사과와 복숭아를 들고나온 이가 있었다. 파란색의 아오리, 하나는 빨갛게 잘 익은 사과였다. 품종 이름을 물으니 ‘하미에’라 하는 듯싶어 검색해도 나오지 않았다. 경북 의성의 생산자에게 전화까지 했지만 그런 품종은 없다고 한다. 아마도 일본에서 들여왔다가 유행하지 못한, 약 2000가지가 넘는 사과 품종 중 일찍 익는 품종 중 하나일 듯싶다. 아오리도 빨갛게 익지만 경매인들이 빨갛게 익은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여름 사과는 저장성이 좋지 않다. 판매하는 중에 사과 품질이 빠르게 떨어진다. 익을수록 더하기에 익은 것을 경매에 내면 제값 받기가 어렵다. 그런 이유로 인해 덜 여문 사과가 시중에 유통된다. 먹는 이보다는 사고파는 이의 유통 관점에서 탄생한 것이 파란 아오리 사과다. 파란 사과는 덜 여물었기에 풋내가 심하게 난다. 원래 맛이 그런 것은 아니다.

관광형 시장으로 방문객 줄 이어
한쪽 골목엔 마늘 상회 몰려있어
마늘 구매 목적 손님들 바글바글

단양서만 볼 수 있는 마늘 젤라토
달콤하면서도 아린 맛이 ‘매력적’

들깨 냉국수는 여름 별미로 제격
메밀면과 들깨 국물 예술적 조화

부드럽게 잘 삶아진 보쌈 고기에
육쪽마늘 조합은 단양이니 가능

더운 여름엔 냉면, 콩국수, 막국수 등 차가운 면을 많이 찾는다. 시원하고 감칠맛 가득한 면 음식은 여름과 궁합이 맞는다. 흔히 먹는 냉면도, 콩국수도 그렇다고 막국수도 아닌 제4의 냉국수를 단양에서 맛봤다. 다른 재료 없이 들깨로 국물을 시원하게 해서 국수를 말아 낸다. 겨울에는 온국수다. 처음에는 들깨? 국수? 전혀 연결이 안 되었다. 시장에서 조금 떨어진 언덕에 있는 식당에서 맛을 봤다. 맛보고 나니 왜 이걸 몰랐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고소하다. 이단, 들깨 향이 제대로다. 국물 한 모금에 콩국수를 ‘따위’로 만들어버린다. 들깨의 고소한 향과 맛이 먹는 내내 사그라지지 않았다. 칼국수 모양 메밀면과의 조화가 좋다 못해 예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뭐 호들갑까지 떨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겠지만 먹고 나면 필자처럼 된다. 기름만 짠다고 생각했던 들깨의 발상 전환이었다. 먹으면서 고소함에 콩을 섞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콩 함량은 0%다. 오로지 들깨만 넣고 국물을 낸다고 한다. 소금으로 간을 맞추면 김치나 다른 반찬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가끔 매운 고추로 입가심해주면 한 그릇이 금세 동난다. 들깨 냉국수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맛있는 맛이었다. 점심이 지나면 재료가 떨어지기에 점심 장사만 한다. 별곡분식 (043)423-5098

상 받았다고 자랑하는 밥집에서 다슬기 해장국을 주문했다. 1인분은 안 해준다는 이야기에 쫓기듯 나왔다. 관광지 주변 식당에서 흔히 받는 푸대접이다. 전골이나 정식이 아닌 해장국인데도 1인분 불가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식당 주인의 횡포다. 다른 식당을 물색하다 보쌈정식 하는 곳에 들어갔다. 혼자라고 하니 앉으라 한다. 점심 한정이지만 가능하다고 하니 고마울 수밖에. 간단한 찬과 마늘 소스가 올려진 보쌈이 나왔다. 군청 공무원들을 위한 점심 메뉴라고 한다. 잘 삶은 보쌈에 단양 마늘을 올려서 먹는 쌈은 맛없으면 간첩이다. 우리네 마늘과 수입 마늘의 차이는 아린 맛의 차이일 듯싶다. 아린 맛이 세게 치고 나오다가 조용히 사라지는 것이 토종 마늘의 특성. 수입 마늘은 아린 맛이 강해 속까지 쓰릴 때가 많다. 보쌈은 전국 어디나 있는 메뉴지만 육쪽마늘을 내주는 곳은 극히 드물다. 단양이니 가능한 일이다. 보쌈도 마늘도 맛있다. 두메골 마늘 보쌈 (043)421-5007

▶김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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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식재료를 찾아 길을 떠난다. 먹거리에 진심인 만렙의 28년차 식품 MD.


김진영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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