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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선거제 개혁

기본적인 선거법도 위반하고…얼마나 급했으면, 김은경 혁신위 “졸속 보고서” [이런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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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위 발표 후 3시간 만에, 당 ‘인용 금지’ 공지

선거법 108조 ‘정당 조사 결과 공표 금지’ 위반

‘조기 해산’ 서두르다, 기본적 ‘법리 검토’ 생략

이원욱 “졸속 혁신…당의 상식이 무너지고 있다”

헤럴드경제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10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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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승환·양근혁 기자] “오늘 배포된 혁신위원회 혁신안 설명자료에 담긴 여론조사는 선거법상 공표할 수 없는 내용이 포함되어있습니다.”(더불어민주당 공보국)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는 10일 오후 ‘최종 혁신안’을 발표하며 ‘혁신위 혁신안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자료 배포 3시간 뒤 당 차원에서 혁신위 자료에 담긴 내용이 선거법을 위반했다며 특정 부분의 인용을 제한한다는 공지를 냈다.

당초 혁신위는 오는 9월 정기국회 전까지를 활동기한으로 잡았지만 이날 최종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조기 해체’했다. 노인 비하 발언 등 잇단 논란에 급하게 활동을 종료하며 졸속으로 최종 혁신안을 마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헤럴드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혁신위는 ‘최종 혁신안’ 발표 기자회견이 예정됐던 전날 새벽까지 자료 정리 작업을 진행했다. 최종 혁신안이 예정된 기자회견 직전에 완성되면서 공식적으로 발표할 내용에 대해 당 차원의 검토가 사실상 이뤄지지 못했다. 결국 최종 혁신안이 발표된 후 당 차원의 검토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일부 내용이 선거법에 접촉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혁신위 관계자는 “기자회견 전날에 밤을 새면서 자료를 준비했고 기자회견 직전에 마무리했다”며 “기자회견 직전에 자료를 당과 공유하면서 당에서 내용을 검토할 시간이 없었던 거 같다”고 말했다.

당에서 법리적 문제를 삼은 내용은 국민, 당원, 당직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가운데 ▷총선 전망 투표율 ▷총선 전망 의석수 ▷정당 지지도 등의 내용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선거법을 위반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해당 부분을 보도에 인용하지 말라는 공지를 보내게 됐다”며 “혁신위가 자체적으로 만든 거라서 왜 (선거법 문제)를 검토 못했는지 알 수 없다. 혁신위가 선거법 전문가들이 아니라서 검토가 안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당 내용들은 선거법 제108조인 ‘여론조사의 결과공표금지 등’의 조항에 접촉된다. 구체적으로 108조 12항에 따르면 ‘정당 또는 후보자가 실시한 해당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의 경우 조사 결과를 해당 선거일의 투표 마감시각까지 공표 또는 보도할 수 없다.

혁신위 역시 민주당의 공식 기구인 만큼 정당으로 해석된다. 정당이 자체적으로 조사한 선거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외부에 공표할 수 없다는 기본적인 선거법 규정을 혁신위가 간과한 셈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최종 혁신안 내용 중 일부가)선거 여론자사의 조건 등이 규정에 안 맞았다는 것이 아니라 정당에서 한 선거 관련 여론조사 결과라서 공표가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최종 혁신안에 대해 내용을 떠나서 이 같은 기본적인 검토 과정마저 생략된 ‘졸속 보고서’라는 지적이 나온다. 혁신위의 활동이 당의 혁신 의지보다 당 지도부의 정무적 판단에 좌우됐다는 비판과 같은 문맥이다.

비명(비이재명)계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혁신보다는 발표가 중요한 졸속 혁신임을 보여주고 있으며, 누군가 정무적 판단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며 “당 법률팀조차 이재명 방탄을 신경 쓰느라 이런 중요한 문제에 소홀했고, 당의 상식이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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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혁신기구 1차 회의에서 김은경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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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6월 20일 닻을 올린 혁신위는 51일 만에 문을 닫았다. 한 달 가까이 빠르게 ‘조기 폐업’을 한 셈이다. 혁신위는 활동 초반부터 김 위원장의 ‘입 리스크’로 몸살을 앓았다.

김 위원장은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의해) 만들어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해 물의를 빚었고,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자기 계파를 살리려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가 되레 계파 갈등을 부채질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내 초선 의원들을 ‘코로나19에 따른 학력 저하 학생’에 비유했다가 원성을 사기도 했다.

정점은 지난달 30일 청년 좌담회에서 나온 ‘노인 폄하’ 논란 발언이었다. 과거 중학생 아들과의 대화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이었다. 본인은 발언의 앞뒤 맥락을 자른 것이라며 사과를 거부했지만 여당은 물론 당내 구성원들로부터도 비판받았고, 결국 나흘 만에 대한노인회를 찾아가 고개를 숙였다.

결국 혁신위가 각종 설화와 논란에 휩싸이면서 일주일에 1회꼴로 혁신안을 내기로 했던 계획은 흐지부지됐고, 급기야 전날 최종 혁신안과 함께 ‘활동 종료’를 선언하는 데 이르렀다.

김 위원장은 최종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여러 위원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치열히 논의·논쟁해 만든 피땀의 결과”라며 “그 결과가 저의 여러 가지 일로 조금 가려질까 가장 두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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