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만화와 웹툰

[웹툰 픽!] 목소리를 잃은 뒤 말할 수 있던 한 마디…'요나단의 목소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목회자 가정의 퀴어 청소년 고민 담담하게 그려…부천만화대상 신인상 수상작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깨끗하고 아름다운 음색으로 노래하는 이에게 '천상의 목소리'라는 수식어를 붙이곤 한다.

이런 목소리로 찬송가를 부르는 합창단을 보면 마치 하늘 높은 곳에 있는 신에게 노래가 닿을 것 같다는 느낌도 받는다.

하지만, 여기 천상의 목소리를 지니고도 저 멀리 신은 물론 가까운 가족에게도 응답받지 못해 괴로워하는 소년의 이야기가 있다.

연합뉴스

웹툰 '요나단의 목소리'
[딜리헙 갈무리]


정해나 작가의 '요나단의 목소리'는 기독교계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목사의 아들이자 동성애자인 윤선우가 자기 자신을 숨기며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웹툰이다.

선우는 공부를 열심히 하며 술이나 담배는 입에 댄 적도 없는 모범생이다.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릴 적부터 목사 아버지를 따라 교회에 다니고 찬송가를 부르며 자란 독실한 기독교인이기도 하다.

교인들 앞에서 늘 바르게 지내야 하는 생활이 불편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 느끼던 중학생 선우 앞에 개척교회 목사의 아들인데도 기독교를 거부한 날라리 최다윗이 등장한다.

자신과 비슷한 다윗의 고통에 공감하고, 용감한 선택을 동경하던 선우는 어느새 다윗을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다윗은 갑작스레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마음이 무너진 선우는 자신의 사랑을 입 밖에 내놓지만, 그의 고백은 어디에도 가닿지 못한다. 어머니가 깊은 침묵으로 그의 커밍아웃(성정체성 공개)을 막아낸 뒤 기숙사가 있는 먼 곳의 고등학교에 진학시켰기 때문이다.

선우는 거짓말로 어머니를 안심시키고는 마음의 문을 닫는다.

그런 선우의 내적 고통을 지켜보는 것은 고등학교 기숙사 룸메이트이자 친한 친구인 조의영이다.

의영은 아름다운 목소리로 매주 찬송가를 부르는 선우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그와 여러 노래를 공유하며 가까워진다.

무교인 데다 동성애자에 큰 편견이 없는 의영은 선우의 고민을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다만, 겉으로는 멀쩡하다가도 속으로 한없이 곪아가는 선우를 안타까워하고 돌볼 뿐이다.

스스로를 몰아세우며 위태롭게 살던 선우는 수능 이후 사고인지 자살 시도인지 모를 사건으로 성대를 다친다.

주위 사람이 좋아하던 자신의 미성을 잃고서야 선우는 부모님에게 쌕쌕이는 쇳소리로 자기 성적 지향성과 진심을 솔직하게 말한다.

연합뉴스

웹툰 '요나단의 목소리'
[딜리헙 갈무리]


연습장에 연필로 쓱쓱 그린 듯한 그림체에 느린 속도, 소형 플랫폼 연재에도 이 만화가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은 이유는 진솔하고 섬세한 스토리 때문일 것이다.

의도적인 설정이나 과장된 표현, 억지 신파 없이 각 인물의 고민을 담담하게 풀었다.

멀쩡한 척 살지만 늘상 목을 조르는 듯한 갑갑함에 괴로워하고, 신을 의심하면서도 믿음을 저버리지 못하는 마음도 세세하게 묘사된다.

흑백이나 차분한 수채화 톤의 그림이지만, 찬송가부터 가요까지 다양한 노래가 등장해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자우림의 '파애', 프랑스 뮤지컬 영화 '코러스'의 OST, 성탄절 칸타타 '옛날 임금 다윗 성에' 등이 중요하게 등장하는 장면마다 노래와 함께 웹툰을 읽어나가면 느낌이 색다르다.

신의 존재와 믿음에 대한 고민도 깊이 있게 풀어냈다.

작중 의영은 선우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외면하지 않기로 하고 나름의 방식으로 선우 곁을 지킨다.

그 마음을 선우는 하나님의 대답이라고 부른다.

이를 사람과 사람 간 관계뿐만 아니라, 사람과 신 사이에 대입해보면 하나부터 열까지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해도 그저 신과 함께하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는 신앙적인 메시지로도 읽힌다.

이 작품은 올해 부천만화대상 신인 만화상을 받았다. 현재 딜리헙에서 볼 수 있다.

heeva@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