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비 상승세 완화, 휘발유 가격 오름세가 변수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비 3.2% 상승에 그치면서 시장이 안도하고 있다. 발표전 전문가 예상치(3.3%)보다 낮은 수준이라 예상 밖의 지표가 나오지 않은 것을 다행히 여기는 모양새이지만, 금리 동결이나 인하 가능성을 도출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다수다.
10일(현지시간) 노동부 고용통계국은 7월 결과가 전월 3.0% 보다는 0.2%p 증가한 수치라고 밝혔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보다 4.7% 증가해 예상치보다 0.1%p 낮았다.
무디스 애널리틱스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크 잔디는 "인플레이션이 완화됐고 올바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며 "연방준비제도(Fed)가 안심하기에는 여전히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연준은 6월에 동결했던 기준금리를 지난 7월에 다시 25bp 올렸고 이제 시장의 관심은 9월 FOMC(공개시장위원회)를 향하고 있다.
연준은 물가상승률을 2% 목표로 잡고 있는데 일부 연준 인사들은 금리인상 싸이클이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전망하고 있다. 지난 7월 인상이 마지막 하이킹이 될 수도 있지만 경제지표에 따라 올해 한 번 더 베이비스텝(25bp 추가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다.
7월 헤드라인 CPI가 6월(3.0%)에 비해 0.2%p 올랐는데도 인플레이션이 잡혀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는 이번달의 증가치가 주거비에 의해 영향 받은 부분이 커서다. 주거비는 CPI 측정 근거 가운데 3분 1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달 수치는 전년보다 0.4%나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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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비 곧 꺾인다…문제는 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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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주거비는 후행성 지표라 최근 그 증가세가 확연히 완화되면서 8월부터는 전제 지표상승 원인에서도 빠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코로나19 펜데믹 과정에서 크게 올랐던 중고차 가격이 이달에 1.3%나 하락했고, 의료서비스 역시 0.4% 내렸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가 이달에 전년보다 4.7% 증가해 예상치보다 0.1%p 낮았는데 내달에는 이 부분의 큰 폭 하락도 예상되는 셈이다.
네이션와이드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캐시 보스트얀킥은 "이러한 추세가 앞으로 몇 개월 동안 계속될 것"이라며 "근원 인플레이션에 하향 압력을 가하는 힘"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잠재변수도 물론 있다. 7월에 0.1% 증가에 그친 것으로 집계된 에너지 가격이다. 유가로 대변되는 에너지가는 최근 3주간 지정학적 문제가 발생하면서 오름세를 타고 있다. 에너지 데이터 및 분석 제공업체인 오피스(OPIS)에 따르면 일반 무연 휘발유 1갤런의 미국 평균 가격은 처음에는 약 3.54달러에서 7월 말에는 3.76달러로 점진적으로 상승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CPI가 본질적으로 월간 평균가격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최근 휘발유 가격 상승이 8월 인플레이션 데이터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웰스파고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이클 푸질리스는 "연간 인플레이션율은 올해 더 이상 둔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른바 기저효과로 인해 2024년 초까지 가속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1년 4개월 만에 525bp의 금리를 올린 연준의 파격적인 조치 때문에 CPI는 지난해 말 9% 수준에서 지난달 3.2% 수준까지 급속히 낮아졌지만 적어도 올해 말까지는 현 수준 안팎에서 더 떨어지지 않고 3% 안팎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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