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감·속도감도 돋보여…익숙한 이야기 구도에 새로움 입혀
영화 '보호자'의 한 장면 |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폭력 조직에 몸을 담았던 수혁(정우성 분)은 살인죄로 10년의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다.
옛 연인을 찾아간 그는 자기에게 딸이 있었단 사실을 알게 되고, 조직의 보스 응국(박성웅)을 찾아가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한다.
응국은 조직의 2인자 성준(김준한)에게 수혁을 감시하라고 지시하고, 성준은 '세탁기'로 불리는 2인조 킬러 우진(김남길)과 진아(박유나)에게 수혁을 제거하라고 한다.
정우성이 주연뿐 아니라 연출을 맡은 영화 '보호자'의 이야기 구도는 어디서 본 듯 낯익다.
한때 갱스터였던 주인공이 새 삶을 추구하지만, 폭력의 세계를 쉽사리 못 벗어나는 이야기는 알 파치노 주연의 '칼리토'(1994)와 같은 영화에서 다뤄졌다. 류더화(유덕화) 주연의 '천장지구'(1990)도 비슷한 이야기로 볼 수 있다.
'보호자'는 이렇게 익숙한 이야기 구도에 새로움을 입혔다.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건 다채로운 액션이다.
수혁의 전사(前事)를 보여주는 장면에서 그가 쥔 칼은 손전등처럼 빛을 낸다. 어두운 공간에서 수혁이 칼을 휘두를 때마다 빛이 난무한다. 관객은 한 편의 댄스 쇼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우진과 진아의 폭력도 여느 액션 영화와는 다르다. 이들이 쓰는 사제 폭탄은 강한 폭발력을 가졌지만, 자그마한 공 모양에 알록달록한 색은 장난감의 느낌을 준다.
이는 마치 게임이라도 하듯 폭력을 자행하는 우진과 진아의 모습과 어울린다. 이들은 사람이 있는 건물을 폭파해놓고 태연한 얼굴로 그 앞에서 셀카를 찍는다. 이들의 폭력 장면엔 경쾌한 음악이 흐른다.
수혁의 액션은 선이 굵고 힘이 있어 대조를 이룬다. 그의 액션은 자동차와 떼놓을 수 없다. 수혁은 자동차를 몰아 건물에 난입하고, 그에게 달려든 조직원들은 급선회를 반복하는 차에서 하나둘 떨어져 나간다.
영화 '보호자'의 한 장면 |
이 영화에서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펼치는 추격전은 상당한 속도감이 있다. 중앙선을 넘어 아찔한 역주행을 하기도 한다. 자동차의 격렬한 충돌은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한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해서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다. 관객은 이야기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는 조바심 없이 편안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다.
다만 관객이 영화에 몰입하고 감동하려면 캐릭터에 대한 공감이 있어야 할 텐데 이 부분에선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수혁과 옛 연인의 전사가 거의 없다 보니 이들의 마음에 공감하기가 쉽지 않은 면이 있다. 수혁의 딸도 그를 새 삶으로 당기는 장치에 머무르는 듯한 느낌이다. 두 사람을 잇는 끈은 수혁이 딸에게 느끼는 혈육의 정 외엔 찾기 어렵다.
이 영화에서 수혁의 새 삶을 막는 건 그에 대한 성준의 열등감과 질투로 볼 수 있다. 누구도 벗어나기 어려운 과거의 굴레와 폭력 세계를 지배하는 냉정한 법칙도 아울러 보여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정우성은 '나와 S4 이야기'(2013), '세가지 색-삼생'(2014), '킬러 앞에 노인'(2014) 등 단편 영화를 연출한 적은 있지만, 장편 연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감독으로서 정우성의 가능성을 보여준 장편 데뷔작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특히 이 영화에서 펼쳐낸 개성적이면서도 강도 높은 액션은 차기작을 기대하게 한다.
이 영화의 액션은 상당 부분 정우성의 아이디어라고 한다. 김준한은 9일 시사회에서 정우성을 "대한민국의 보물 같은 액션 장인"이라며 극찬했다.
'보호자'는 제47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제55회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42회 하와이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됐다.
15일 개봉. 97분. 15세 관람가.
영화 '보호자'의 한 장면 |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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