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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 서울 소재 중견기업에 다니고 있는 직장인 A(43) 씨는 요즘 회사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삼성전자 등 국내 증시 대표주에 투자해선 눈에 띄는 수익을 거둘 수 없단 생각에 ‘초전도체’ 관련주를 매입한 후, 하루에도 급등락을 오가는 주가 탓에 온통 신경이 자신의 주식 손익률에 쏠려있기 때문이다. A 씨는 “8일 장 마감 후 ‘LK-99’가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미국 연구소 발표에 관련주 주가가 급락한 것을 보고는 점심시간을 활용해 추가 매수에 나서지 않은 내 자신을 칭찬했다”면서 “20% 오른 후 10% 급락해도 이익이란 생각으로 초전도체 투자를 며칠 째 이어가고 있지만, 일상 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만큼 조만간 접으려 한다”고 말했다.
국내 연구소가 상온 초전도체라고 주장하는 'LK-99'의 테마주 대부분이 9일 장 초반 급등락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 10분 현재 코스피 시장에서 LS전선아시아(16.30%), 서원(6.47%), 대창(3.88%) 등이 일제히 큰 폭으로 상승했고, 코스닥 시장에서도 신성델타테크(6.47%), 국일신동(5.64%), 모비스(2.13%), 파워로직스(1.61%) 등이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서남은 전날 하한가까지 떨어진 데 이어 이날도 전일 대비 12.80% 하락하며 급락세를 지속 중이다. 앞서 서남은 지난 7일 회사 홈페이지에 게시한 공지를 통해 “당사는 현재 상온 상압 초전도체를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연구 기관과는 어떠한 연구 협력이나 사업 교류가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초전도체 관련주들은 불과 10여분 사이에도 급등락을 오가며 극단적인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종목은 전날 오후 LK-99의 초전도성을 부인하는 미국의 한 대학 연구소 발표가 전해지자 일제히 10∼20%대 하락했다.
미국 메릴랜드대학 응집물질이론센터(CMTC)는 전날 오후 SNS를 통해 “LK-99는 상온과 저온에서 초전도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우리는 게임이 끝났다고 믿는다.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니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초전도체 테마주의 주가 변동성이 커진 만큼 주의를 요구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LK-99가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CMTC의 언급으로 국내 관련 종목들이 전날 정 후반 주가 변동성이 증폭된 상태로 마감, 오늘도 관련 여진이 지속할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초전도체 관련주에 대해 개미(소액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세가 최근 들어 몰린 만큼 급등락에 따른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최근 2주간(7월 25일~8월 8일) 개인 투자자는 신성델타테크에 대해 149억원 규모의 순매수세를 기록한 데 이어 서남(97억원), LS전선아시아(63억원), 파워로직스(26억원), 서원·모비스(6억원), 국일신동(5억원) 등에 대해서도 순매수세를 보였다.
한편, 전날 급락이 불과 20분 만에 조정이 신속히 끝났다는 점에서 개인들의 투매보다 알고리즘 매매가 의심된다는 분석도 증권가에서 나오기도 했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관련 종목들의 조정과 거래량 증가가 전날 오후 2시부터 사실상 20분 만에 완료됐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고 연구원은 “특히 오후 2시 12분께 나온 매도 주문이 주가 하락에 결정적이었다”며 “LK-99 테마주가 지난 7거래일간 회자된 이슈인 데다 다수의 개인 투자자에 주식이 분포돼 있음을 감안하면 8분이라는 조정시간은 극히 짧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패닉 셀(공황 매도) 성격의 투매로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해당 테마로 시세를 견인한 기존 매수자의 매도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7년 시타델증권의 시장교란 사태를 언급했다. 금융 당국은 미국의 대형 헤지펀드 시타델의 계열사 시타델증권이 2017년 10월부터 2018년 5월까지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을 통해 국내 주식 총 264개 종목(총 6796개 매매구간)에서 시장 질서를 교란했다고 보고 올해 1월 1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들은 컴퓨터가 짧은 시간에 수많은 주문을 내는 알고리즘 매매 기법의 일종인 고빈도매매 방식으로 대규모 허수성 주문을 쏟아내 호가 상승을 유발한 뒤 단시간에 주문을 취소하는 행위를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주문 소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직접 시장접근(Direct Market Access·DMA)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 연구원은 “(초전도체) 관련주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단시간 내 거래량 폭증과 호가 하락에서 DMA 채널 거래가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번 초전도체 테마주 사례뿐 아니라 “최근 시장 상황을 보면 알고리즘 매매로 의심되는 경우가 자주 보인다”며 지난달 26일 이차전지 및 리튬 관련주의 급등락, 지난달 12일 셀트리온 3사 합병 이슈에 따른 급등 사례도 같은 맥락으로 봤다. 그러면서 “투자자의 리스크 노출이 매 거래일 진행되는 만큼 거래 질서 문란 계좌 지정 등 행정적 조치에 당국이 보다 과감해질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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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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