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러시아 교육부가 공개한 고등학교 11학년 새 역사교과서. 타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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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교육당국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옹호하는 내용의 새 역사 교과서를 발간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쟁을 정당화하고 애국주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교육 과정을 개편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과 러시아 독립언론 메두자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크라브초프 러시아 교육부 장관은 7일(현지시간) 수도 모스크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등학교 10학년(16세), 11학년(17세)을 대상으로 하는 새 역사 교과서를 발표하며 교과서 개정은 “특별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의 목표를 학생들에게 교육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크라브초프 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의 명분으로 내세운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와 탈나치화의 과업”을 언급하며 “학생들은 이 과업이 사실임을 확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1학년용 새 교과서는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현대사 내용을 전면 개편하고 2014년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다룬 새로운 단원을 추가했다. 이 단원은 2014년 크름반도 강제병합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과 관련한 민스크 협정,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르기까지 우크라이나에서의 ‘특별군사작전’ 관련 내용으로 전체를 할애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름반도 강제병합을 다룬 부분에서는 당시 활동한 러시아 군인들이 “평화를 구했다”고 묘사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서방의 대러 제재가 1812년 러시아로 진군한 프랑스의 나폴레옹보다 “더 악랄하다”고 비판한 내용도 포함됐다.
반면 서방과 단절한 러시아의 상황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묘사했다. 교과서는 “이렇게 독특한 시대는 역사상 드물다”면서 “외국 기업의 철수 후 많은 시장이 여러분 앞에 열려 있으며, 여러 기업체 및 자신이 창업한 신생 회사에서 경력을 쌓을 수 있는 환상적인 기회가 열려있다”고 서술했다. 그러면서 “이 기회를 놓치지 말라”며 “오늘날 러시아는 진정으로 기회의 땅”이라고 선전했다.
러시아 교육부가 7일(현지시간) 공개한 고등학교 11학년 새 역사교과서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사진이 우크라이나에서의 ‘특별군사작전’ 내용과 함께 실려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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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교과서 편찬에는 불과 5개월 정도가 소요됐다. 크라브초프 장관은 “특별군사작전이 끝나고 우리가 승리한 뒤 이 책을 더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서 편찬 과정에 참여한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은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단기간에 교과서가 만들어진 적은 없다”며 새 책이 “국가의 관점”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메딘스키는 보수적인 역사관으로 일부 역사학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아온 인물이다.
새 교과서는 새 학기가 시작되는 9월1일 전까지 모든 학교에 배포될 예정이다. 러시아 교육부는 내년에는 5~9학년을 위한 새 역사 교과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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