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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文 청와대, 중국과 '사드 합의' 때 툭하면 외교부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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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정상화 고의 지연 의혹을 면밀히 조사하라고 밝힌 가운데 2017년 10월 한·중 간 ‘사드 합의’ 당시 대중 외교 실무 부처인 외교부는 협상 과정에서 상당 부분 배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의 이른바 ‘3불(不)’ 논란도 청와대가 정치적 판단에 따라 협상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이미 예견됐던 상황이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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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경북 성주군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기지에서 발사대가 하늘을 향한 가운데 공사 차량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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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31일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는 중국 업무를 담당하는 외교부 동북아국 동북아2과가 보도자료를 내는 방식으로 공식 발표됐다. 하지만 당시 상황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7일 “실제로는 중국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측 직원들만 회의에 참여하거나, 외교부 담당 직원들은 접근 자체가 차단되는 일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애초 사드 합의의 주체도 중국은 쿵쉬안유(孔鉉佑)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였지만, 한국은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차관급)이었다. 당시에도 ‘외교부 패싱’ 지적이 나왔던 이유다.

이에 대해 협의 결과 발표 당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교섭에 외교부 직원들이 포함되고, 양국 대사관이 활발히 지원했다”고 말했다. 외교부 측도 같은날 “한·중 양국 간 협의 시에 외교부의 성원이 우리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가했다”(대변인 정례브리핑)고 밝혔다.

하지만 또다른 외교 소식통은 “당시 주중 한국 대사관은 협상의 실질적 내용에 관여하기보다는 중국을 방문하는 우리측 고위 인사들을 위한 차량 제공, 숙소 예약 등 의전이 더 주된 역할이었다”고 전했다. 중국 업무를 맡는 동북아국 직원들조차 협상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는 것이다.

사실 ‘외교부 패싱’을 부인했지만, 당시 청와대 설명에서도 이런 기류는 포착됐다. 10·31 합의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외교부를 믿지 못한 것이냐는 언론 질의에 “현실적으로 일을 푸는 데 도움이 되는 라인임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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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이 2017년 10월31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한 양국 협의결과와 관련한 브리핑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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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한·중 간 사드 갈등은 결국 대통령이 정치적 결단을 해야 풀 수 있는 사안이었던 만큼 청와대가 협상을 주도하고 정무적 판단을 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에서 외교적 협상과 대중 업무를 전담하는 외교부가 제대로 참여했는지 여부는 또다른 문제다. 문안의 단어 하나하나가 심각한 후폭풍으로 이어질 수 있는 외교적 합의에서는 경험과 전문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에는 ‘중국통’으로 볼만한 인사 자체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외교가의 지배적인 평가였다.

지금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3불(▶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으며 ▶미국의 MD(미사일방어) 체계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안보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 관련해서도 외교부가 만든 초안에는 ‘현재로서는’이라는 조건이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현재로서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여지를 두면, 추후 정부가 입장을 바꿔도 외교적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협상의 기술’인 셈인데, 청와대가 최종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런 내용은 빠졌다고 한다.

현재 사드 정상화 고의 지연 및 '3불 합의' 의혹 등에 대해서는 감사 청구가 이뤄졌다. 실무 부처가 협상 과정에서 상당 부분 배제된 만큼 감사원이 실제 감사에 착수하거나 수사기관이 나설 경우 진실 규명을 위해서는 결국 주된 조사 대상은 당시 청와대 인사들이 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당시 협상 대표도 직업외교관인 남관표 2차장이 맡았지만, 실제 협의는 A비서관이 주도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합의에 앞서 청와대 인사들이 수차례 중국 베이징을 찾았는데, A비서관만 협상장에 들어간 일도 있다는 것이다.

A비서관은 문재인 정부 대북 정책의 핵심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설계와 실무에 깊숙하게 관여한 인물이다. 대중외교 경험이 없는 그가 협의를 도맡은 게 사실이라면, 결국 중국과의 사드 합의 자체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남북관계 개선에 동력을 붙이기 위한 큰그림의 일부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시 문재인 정부에선 한·중 사드 갈등을 평창 겨울 올림픽 등을 통한 남북 관계 개선의 걸림돌로 생각해 외교·군사·안보적 관점이 아닌 정치적 관점의 협상에 드라이브를 걸었다”며 “예상과 달리 결과적으로 대북정책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어설프게 봉합했던 사드 문제가 다시 발목을 잡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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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2017년 11월 베트남 다낭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10.31 합의 이후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는 거론되지 않을 것이라는 청와대 설명과 달리 이날 정상회담에서도 중국은 사드 문제를 제기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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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비서관은 이에 대해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의사 결정 라인에 있지 않아 상황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2017년 당시 청와대 국정운영실장이었던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명백한 외교 관련 사안인 사드 관련 논의와 의사 결정 과정에서 외교부를 빼고 청와대가 독단으로 처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협의 과정에 외교부 직원과 주중 대사관 인사들도 참여했다"고 반박했다. 문재인 정부의 대중 정책이 깊이 관여한 한 인사는 3불 논란 등에 대해 "당시 협의 및 발표 내용에 대해 정부는 백악관과 모든 부분에서 사전협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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