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상승세 영향으로 국내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 판매 가격이 4주째 오른 6일 한 시민이 서울 시내 주유소에서 차량에 휘발유를 넣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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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세계식량가격 등이 최근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면서 진정세를 보이고 있는 물가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에너지와 식량 모두 수입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우 이들 국제 원자재 가격의 흐름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6일 뉴욕상품거래소 통계를 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 4일 배럴당 82.82달러를 기록해 전날보다 1.55% 올랐다. 올해 들어 배럴당 70달러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던 유가가 다시 80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지난해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한때 배럴당 120달러를 넘겼던 국제유가는 미국 등 주요국의 긴축이 지속되고 경기 둔화로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진정세를 보였다.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 속에 값싼 원유를 내다 판 것도 유가 하락의 한 요인이 됐다.
그러나 석유수출국기구(OPEC), OPEC+(플러스) 등이 감산을 지속하면서 원유 공급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유가는 지난 6월 하순부터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가 하루 100만배럴 규모의 자발적 감산을 최소 다음 달까지 연장한다고 밝혔고, 러시아도 9월 한 달간 원유 공급량을 하루 30만배럴씩 감축한다고 밝히면서 유가는 더욱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국제유가가 지난해 전쟁 초기처럼 급등하지는 않더라도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전망을 통해 “중국의 경기부양 기대, 미국경제의 ‘노 랜딩’ 가능성 등은 향후 세계 원유수요의 회복세가 본격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국제유가는 상방압력이 우세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아직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주요국 경제지표에 따라 변동성 장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국제 식량 가격도 다시 꿈틀대고 있다. 전날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23.9로 전월(122.4)보다 1.3% 올랐다. 우크라이나가 흑해를 통해 곡물을 수출할 수 있도록 보장한 ‘흑해곡물협정’이 파기된 영향으로 세계 식량 가격이 세달만에 상승세로 전환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바라기씨유 등 유지류 가격이 크게 올랐고, 국제 밀 가격도 9개월만에 처음으로 상승했다.
문제는 이같은 국제 원자재가격의 변동이 최근 뚜렷한 진정세를 보이는 국내 소비자물가의 흐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국제 유가가 오르자 국내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 판매 가격 역시 최근 한달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이날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8월 첫째 주(7월 30일∼8월 3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전주보다 39.5원 오른 ℓ당 1638.8원을 기록했다. 경유 판매 가격도 한주간 39.6원 올라 ℓ당 1451.4원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현재 시행 중인 유류세 인하 조치를 예정대로 이달 말 종료한다면 국내 휘발유 판매가격은 그만큼 오를 수밖에 없는 만큼 정부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대비 2.3%까지 내려왔는데, 석유류 가격이 25.9% 하락하면서 전체 물가 하락에 크게 기여했다. 이는 유가가 다시 오름세를 보일 경우 물가 전반에 상승압력이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제유가 상승은 소비자들의 생활 물가는 물론 기업들의 생산비용, 국가의 무역수지까지 모두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은행은 8월부터는 다시 물가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해왔다. 한은은 “향후 물가 경로 상에는 국제유가 추이, 기상여건, 국내외 경기흐름, 공공요금 조정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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