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슬립 웹툰 ‘얼짱시대’ 연재 시작
서울 강남구 박태준만화회사 사옥에서 박태준 작가. 박 작가가 든 태블릿PC의 그림은 웹툰 ‘얼짱시대’에서 박 작가의 2003년 모습을 그린 것이다. 그는 “1988~1997년을 다룬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좋아한다. 그런데 2000년대 초반을 다룬 콘텐츠는 많지 않아 직접 기획했다”고 했다. 송은석기자 silverstone@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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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주인인데요. 어디세요?”
열여덟 살 충일이 아빠의 폴더폰을 열자 011로 시작하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네 살 때 충일을 버리고 떠난 아빠는 무연고자로 세상을 뜬 직후였다. 그때 충일 앞에 이상한 광경이 펼쳐졌다. 눈앞에서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가 사라진 것이다. 대신 촌스러운 비니 모자에 민소매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는 풍경이 나타났다. 사람들은 머리를 노랗게 염색하고 피어싱을 하고 있었다. 당황한 충일 앞에 등장한 건 열여덟 살 박시후다. 빨간색 아디다스 저지를 입은 시후의 모습은 충일이 사진으로 봤던 아빠의 젊은 시절 모습 그대로였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시간여행으로 만난 아들 충일(왼쪽)과 동갑내기 아빠. 박태준만화회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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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연재를 시작한 웹툰 ‘얼짱시대’는 2023년에서 살던 충일이 2003년으로 돌아가 동갑내기 아빠를 만나는 타임슬립(시간여행) 이야기다. 웹툰을 총괄 기획한 건 박태준만화회사(법인명 더그림엔터테인먼트) 대표인 박태준 작가(39)다. 2일 서울 강남구 박태준만화회사 사옥에서 만난 박 작가는 ‘만찢남’(만화책을 찢고 나온 남자)이란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수려한 외모를 지녔다. 그는 왜 20년 전 이야기를 다뤘냐는 질문에 “낭만과 야만이 넘쳐나던, 사람들이 미쳐있던 시대를 그리고 싶었다”며 웃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직후라 온 국민이 하나가 됐고, 허세와 혼란이 가득한 2003년 날 것 그대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죠.”
서울 강남구 박태준만화회사 사옥에서 박태준 작가. 송은석기자 silverstone@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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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 대표와 방송인으로 활동하던 박 작가는 2014년 내놓은 첫 웹툰 ‘외모지상주의’로 인기 웹툰 작가가 됐다. 이 작품은 9개 언어로 연재됐는데 누적 조회 수가 91억 회에 달한다. 2017년 박태준만화회사를 차린 뒤 2019년 ‘싸움독학’ ‘인생존망’ 같은 웹툰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박태준만화회사는 지난해 매출이 150억 원에 달하고, 현재 직원이 120명이다. 그는 “처음 데뷔했을 때 옷이나 팔던 애가 그림이나 그릴 줄 아느냐고 무시당했다”며 “‘외모지상주의’가 10년 가까이 휴재 없이 버티며 인정받게 됐다”고 했다.
충일이 아빠의 폴더폰을 열자 전화가 걸려온다. 박태준만화회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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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은 20년 전 모습을 충실히 그려낸다. 작품명은 박 작가가 2009년 출연한 케이블 방송 ‘얼짱시대’에서 따왔다. 사람들이 호프집 ‘쪼끼쪼끼’에 몰려가고, PC방에서 게임 ‘스타크래프트’에 열중한 모습은 30, 40대 독자의 추억을 소환하기 충분하다. 그는 “2003년에 나 역시 당시 유행하던 사자머리에, 줄무늬 티셔츠를 입고 거리를 돌아다닌 흑역사가 있다”며 “내가 겪은 이야기를 충실히 재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추억을 파는 뻔한 서사인가 싶지만 네이버웹툰 신작 순위 1위를 기록하며 10, 20대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독자들 사이에선 “롯데월드타워 자리에 포차가 있었다는 게 신기하다” “옛날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온다.
“제게 1980, 90년대 이야기가 신선했듯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겐 2000년대 이야기가 새로웠나 봐요. 아들이 젊은 아빠를 이해한다는 보편적 서사를 넣은 것도 젊은 독자의 시선을 끈 것 같습니다.”
빨간색 아디다스 저지를 입은 아빠 시후. 박태준만화회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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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상명대 만화학과에 다니다 학비 부담으로 1학년에 그만뒀다. 학창시절 가난했고 만화책 읽기가 유일한 탈출구였던 그의 경험은 그의 여러 작품에 녹아들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폭력적”이라는 비판적 평가도 받는다. 그는 “만화에는 일상의 스트레스를 푸는 탈출구이자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대리 만족적인 성향이 있다”며 “수위를 스스로 정하면 재미가 없어진다. 일단 그리고 네이버웹툰과 협의해 적절한 수위를 정한다”고 했다.
“지금도 매일 10시간 이상 일한다”는 그의 다음 목표는 뭘까.
“판타지물을 준비 중인데 이 작품 역시 10년 이상 그릴 겁니다. 언젠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만화가가 되고 싶습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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