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한국일보 언론사 이미지

남보다 물 덜 마시는 아이, 억지로 물 먹이지 말라?

한국일보
원문보기

남보다 물 덜 마시는 아이, 억지로 물 먹이지 말라?

서울맑음 / -3.9 °
올 여름은 어느 해보다 무더웠다. 노약자들은 일사병이나 열사병, 더윗병 등 온열질환의 위협에 시달렸고, 건강한 성인들 역시 땀을 많이 흘리며 떨어진 기력 때문에 여름나기가 힘들었다. 무더위로 인해 체온이 조금씩 올라가고 땀을 많이 흘리게 되면 무엇보다 수분이 절실해진다.

수분이 부족하면 우리 몸이 갈증을 느끼고, 제때 수분 섭취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탈수나 탈진이 일어나기도 한다. 아파서 열이 날 때 우리 몸에서 가장 많이 빼앗기는 것이 수분이며, 수분 섭취를 잘해야 해열에도 도움이 된다.

유아기, 하루 1.5ℓ 수분 섭취 가능할까?

어른들보다 땀을 많이 흘리는 아이들은 그만큼 청량음료, 단맛 음료, 찬물 등 마실 것을 자주 찾는다. 하지만 수분을 섭취할 때 아무 음료나 마셔서는 곤란하다. 또 다른 음식들과 마찬가지로 너무 많이 마셔도, 너무 적게 마셔도 탈이 날 수 있다.

한국영양학회의 섭취 기준에 따르면, 생후 0~6개월에는 하루 700㎖, 6~11개월 800㎖, 만 1~2세에는 1,100㎖, 만 3~5세 1,400㎖, 만 6~8세 1,600~1,700㎖를 마시게 되어 있다.

만 12세부터는 1일 2ℓ 이상 마시라고 한다. 연령에 따라 수분 섭취량이 많아지는 것은 체중 1㎏당 수분 필요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어린 아이의 수분 섭취량이 어른 못지않은 건, 체중당 물 필요량이 어른보다 3~4배 많기 때문이다.

체중당 하루 필요량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수분이 부족했을 때 더 치명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수분 섭취, 정말 가능할까?


수분의 절반은 음식물로 섭취, 나머지만 물로 마셔

더구나 여름에는 다른 계절보다 300~400㎖ 정도 더 마셔 주어야 한다. 기온이 상승하면 우리 몸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땀을 내게 된다. 땀으로 몸에 쌓인 열을 밖으로 배출하므로 충분한 수분 섭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2ℓ에 가까운 수분을 모두 물로 마실 필요는 없다. 우리는 음식물로 권장 수분량의 반을 섭취하고, 체내의 대사 작용으로도 200~300㎖ 정도의 수분을 더 만들 수 있다. 나머지만 음료로 섭취하면 되는데 평소 우유 1~2컵, 주스 1컵 등을 마신다고 하면 물은 하루 4~5컵 정도 마시게 된다.

최현 원장은 “물은 갈증을 느끼는 것과 상관없이 수시로 조금씩 천천히 마셔야 한다. 적당한 물의 온도는 24~26℃. 냉장고에 있는 물을 꺼내 실온에 조금 두었다가 마시라”고 조언했다.


기온이 높을 때 운동을 한다면 운동 전에 마시는 것이 좋고, 식사 도중에는 위액을 묽게 해서 소화를 방해할 수 있으므로, 식사 30분전이나 식후 1~2시간 지나 마시는 것이 좋다. 또 갈증을 느낄 때보다 갈증이 나기 전 수시로 조금씩 마시게 한다.

남보다 덜 마신다고 억지로 마시게 하면 안 돼

하지만 수분 섭취 기준을 모든 아이들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성동 아이누리한의원 최현 원장은 “어떤 아이가 물을 먹기 싫어하고, 다량의 수분섭취가 필요하지 않은데도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매일 정해진 양의 물을 억지로 마시게 할 필요는 없다. 다만 물을 많이 먹는 것 자체가 나쁘진 않기 때문에 맹물을 먹기 싫어하는 아이라면 오미자나 매실 엑기스를 매우 엷게 타서 먹여도 좋다”고 말했다.

열이 많고 소변, 대변, 땀 등 배설작용이 활발한 아이는, 한여름이면 활동량이 평소에 비해 더 많아지기 때문에 물을 수시로 마셔야 한다. 하지만 몸이 차갑고 유난히 한기를 잘 느끼는 아이, 소화기능이 약해서 찬물을 마시면 바로 배가 아픈 아이, 물을 마시면 머리가 아프거나 어지럽다고 하는 아이, 입이 짧아서 조금만 먹어도 쉽게 배가 부른 아이 등은 물을 많이 먹게 되면 오히려 몸 안에 담음(痰飮-액체형태의 노폐물)이 쌓여 기혈순환과 신진대사가 잘 안 될 수 있다. 아이가 찾으면 더 주지만 먹기 싫다는 아이에게 억지로 먹이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단맛 나는 청량음료, 체내 수분 빠져나가게 해

간혹 청량음료로 물을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 청량음료는 수분을 보충하기는커녕 그만큼의 수분을 오히려 빠져나가게 하므로 권하지 않는다. 특히 청량음료는 단맛이 강하고 대개 냉장고에서 바로 꺼내 차갑게 마시는 경우가 많다. 최현 원장은 “더운 계절에는 몸의 땀구멍이 열려 있어 우리 몸의 겉은 뜨겁지만 속은 냉해진다. 여기에 자꾸 찬 것을 먹으면 소화기 운동성이 떨어져 배탈 설사를 일으키게 된다. 찬 음료와 단맛 음료는 아이의 입맛과 소화기능을 떨어뜨려 전반적인 식욕부진을 불러올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단맛은 아이의 면역과도 관련이 있다. 하루에 100g 정도의 설탕을 먹는 아이의 면역세포를 조사해보니 5시간 이상 활동을 중단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나친 단맛은 면역체계 교란으로 알레르기 비염, 천식, 결막염, 아토피피부염 등 알레르기 질환이나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한국아이닷컴 김영선 기자 coming@hankooki.com

[ⓒ 인터넷한국일보(www.hankooki.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