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정서 학대’ 구체화…교사 법률 지원 강화도 촉구”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교육청 판단 구한 뒤 처리해야”
“교육활동 면책권 요구, 위헌 소지…신고 처리에 주목을”
“학생인권조례 시행 후 생활지도 어려워져…보완 불가피”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3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아동학대처벌법에 명시된 정서적 학대의 모호성이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최근 공개한 교권침해 사례 중에는 교사가 수행평가에서 ‘노력 요함’을 줬다는 이유로 해당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한 사례도 있었다.
박 교수는 “일각에선 교사들의 교육활동에 면책권을 부여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위헌 소지가 있어 입법 가능성이 낮다”며 “다만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해당 행위가 교육활동으로서 적정했는지 판단한 뒤 처리토록 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7일 발의안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아동학대 신고 사건의 경우 교육감에게 해당 행위가 교육활동으로서 적정한지에 대한 여부와 의견 청취 후 사건을 처리’토록 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사진=김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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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 선배로서, 교육정책을 다루는 학자로서 이번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을 접하고 느낀 심경은.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사건인데 우리 사회가 막지 못했다. 비단 이번만이 아니라 최근 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공립 초중고 교사 10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총체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서울교사노조가 발표한 설문 결과 교사들은 요구사항 1순위로 ‘아동학대처벌법(아동학대법) 개정’을 요구했다.
△실제로 교사들은 아동학대 신고와 신고 협박으로 교육활동이 위축됐다고 토로한다. 최근에는 학교폭력 가해 학생으로 지목된 학생의 부모들이 해당 교사를 아동학대죄로 신고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학부모들의 아동학대법 악용은 아동학대에 해당하는 ‘정서적 학대’의 범위가 포괄적이고 모호한 데서 기인한다. 이러한 부분을 명확히 개선해야 교사들의 교육활동이 위축되지 않을 수 있다. 일각에선 교사의 교육활동에 면책권을 부여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위헌 소지가 있어 입법 가능성이 낮다. 다만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해당 행위가 교육활동으로서 적정했는지 판단한 뒤 처리토록 하는 것은 가능하다. 현재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 법안에는 이런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조속한 입법이 필요하다. 동시에 교육청과 학교가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를 당한 교사에게 변호사 자문·선임 등 모든 법률적 지원을 해주는 방안도 시급하다.
-심각한 교권침해 가해 이력을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재할 수 있게 교원지위법을 개정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교권 침해 가해 이력을 학생부에 기재한다면 이를 막으려 소송을 남발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교사들이 허비해야 할 시간과 에너지가 우려된다. 만약 학생부 기재가 가능하게 법을 개정하고자 한다면 학생부에 기재할 ‘심각한 교권 침해’ 여부를 교사가 아니라 학교장이나 교육장이 판단토록 해야 한다. 교사는 이 결정을 통보받고 학생부에 기재하는 역할만 해야 보호받을 수 있다. 자녀의 교권 침해 행위가 학생부에 기재될 수 있다면 해당 학부모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이를 막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교권 침해의 학생부 기재가 우려된다면 어떤 대안이 있나.
△두 가지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교사가 교육활동과 관련해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 당할 경우 곧바로 학교나 교육청이 변호사 등 필요한 법률 지원·절차를 대행해 주는 것이다. 또 다른 방안은 아동학대 신고의 주요 원인인 생활지도·훈육권을 교사가 직접 행사하는 대신 학교장을 포함, 전담 조직이 이를 대신하도록 필요 인력·예산을 확보하는 방안이다. 대부분의 아동학대 신고는 교사가 문제 행동을 보인 아동을 직접 훈계·지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기에 생활지도 전담관제도 등을 도입하면 긍정적 효과를 볼 수 있다.
-학생인권조례 도입 후 제대로 된 학생 교육(타인의 인권도 중요하다는 교육)이 되지 못했던 것 같다.
△학생인권조례는 과거 오장풍 교사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2010년 7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6학년 담임교사가 남학생을 심하게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 학생 폭행·인권유린을 막기 위해 제정한 게 학생인권조례다. 문제 교사의 폭력행위를 막기 위해 조례를 만들다 보니 학생의 인권만 강조하고 타인(친구와 교사)의 인권 존중에 대한 제재는 소홀히 다뤄졌다. 많은 교사가 학생인권조례 제정 이후 교실 내에서의 생활지도가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한다. 향후 학생의 책임·의무 등을 명시하는 방향으로 조례 개정이 필요하다.
-교권침해 가해 학생과 교사를 분리하기 위해선 교원지위법 개정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금도 피해 교원과 가해 학생 간 분리는 가능하다. 교육활동 침해 행위·조치 기준에 관한 고시를 보면 가해 학생에 대한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퇴학 등의 제재 기준이 명시돼 있다. 다만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교원지위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학교장이 교권 침해를 인지한 경우 교사를 가해자와 분리’토록 하는 내용이 법률로 보장받기에 교권 보호에 좀 더 명확히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서이초 교사의 경우 초임 교사임에도 2년 연속 1학년 담임을 맡았다. 기피 학교·보직을 초임 교사에게 몰아주는 행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학교 차원의 업무 배분 개선과 함께 교육청 차원의 배려가 필요하다. 교육청은 신규교사 발령 시 가능하면 모두가 회피하는 학교로의 발령은 자제해야 한다. 서이초의 경우에도 학부모 민원이 심각한 학교여서 교사들 사이에서 기피 학교로 알려졌다. 경력 교사도 어려운 학교에서 무경력의 초임 교사가 학부모 민원에 잘 대처하길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제가 광주교대 총장으로 재임(2008~2012년)할 땐 신규교사는 도서벽지 학교로의 발령을 자제해달라고 교육청에 요청, 수용된 적이 있다. 신규교사 때는 비교적 규모가 큰 학교에서 선배들에게 배워야 할 시기인데 도서벽지 학교로 가면 같은 학년 교사도 없는 상황이라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일선 학교에서도 교사 업무 분담 시에는 신규교사에 대한 배려가 반영돼야 한다.
박남기 교수는...
△1960년 전남 화순 △서울대 국어교육학 학사 △동 대학원 교육학 석사 △피츠버그대 대학원 교육행정정책학 박사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 △제5대 광주교대 총장 △한국교원교육학회 회장 △한국교육법학회 회장 △한국교육행정학회 회장 △교육부 교육정책자문위원회 부위원장(현) △전남교육청 민관산학교육협력위원회 위원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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