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기본적 보호 양육 의무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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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A(51)씨는 지난해 3월 재혼을 위해 서울 강남구 빌라 자택에 아들 B(14)군을 홀로 남겨두고 떠났다. B군은 같은 해 8월 엄마가 체포되기 전까지 방치됐다. 어른 손길이 닿지 않은 빌라는 쓰레기로 가득찼고, 냉장고 속 음식은 썩어갔으며, 집 안은 강아지 분변, 곰팡이, 벌레가 들끓었다. 인근 교회와 학교 사람들의 도움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나간 B군. 엄마는 가끔 빌라에 들러 청소를 하거나 용돈을 쥐어줬을 뿐이었다.
검찰은 비정한 엄마 A씨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A씨가 아들의 의식주를 포함한 기초적인 보호·양육·치료·교육을 소홀히 했다는 취지였다. A씨는 "정기적으로 아들의 집을 방문해 청소와 빨래를 해줬다"며 "아들은 청소년이기 때문에 아동학대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혐의를 유기와 방임으로 보아 유죄로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이경선 판사는 지난달 23일 "주거지 사진을 보면 각종 쓰레기뿐만 아니라 종이 상자가 가득 차 있는 등 아들이 휴식하거나 잘 수 있는 공간도 마땅치 않아 보인다"며 "경찰이 B군과 통화할 때 '엄마를 일주일 정도 전에 본 것 같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점 등을 고려하면 기본적 보호나 양육을 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A씨의 형량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었다. 이 판사는 "아들이 어머니 때문에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으나, A씨는 이 법정에서도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며 "아들의 나이가 아주 어리지는 않고 적극적인 학대행위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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