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가 드글드글…쓰레기집에 子만 두고 나가 재혼한 母 '유죄'

/사진=뉴스1

중학생 아들을 집에 혼자 두고 가출해 재혼한 50대 친모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이경선 판사)은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혐의로 기소된 A씨(51)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빌라에서 아들 B군(14)과 함께 살던 A씨는 지난해 3월 집을 나간 뒤 재혼했다. 그는 같은 해 8월 체포되기 전까지 B군 주거지에 가끔 들러 청소해주거나 용돈을 주는 것 외에 양육과 교육 등을 소홀히 했다.

B군의 주거 환경은 악화했다. 집에는 쓰레기가 쌓였고, 냉장고에는 부패한 음식과 벌레가 들끓었다. 반려견 분변도 방치돼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B군은 5개월 이상 혼자 살면서 인근 교회나 학교 관계자의 도움으로 의식주를 해결했다.

A씨 측은 재판에서 "정기적으로 방문해 청소와 빨래를 해주고, 식사할 수 있게 돈을 줬다"며 B군이 청소년이기 때문에 아동학대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양육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아동복지법상 아동의 기준은 18세 미만이다.

재판부는 "B군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데,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를 범죄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피고인은 수사 당시 신고자에게 고소 또는 신고를 취하하라고 종용하기도 했다"며 "가끔 거주지를 방문해 청소하고 용돈을 줬다는 것만으로는 기본적인 보호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B군의 나이가 아주 어리지 않은 점과 A씨가 적극적으로 학대를 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밝혔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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