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사 피치, 미국 신용등급 'AAA'서 'AA+'로 강등

"연방정부 부채한도 대치 반복" 지적
2011년 SP 이후 12년 만에 하향 조정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 로고. 뉴욕=AP 연합뉴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가 1일(현지시간)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전격 강등했다. 3대 국제 신용평가사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것은 2011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국제금융시장에 충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CNBC방송에 따르면 피치는 이날 보고서에서 "향후 3년간 예상되는 미국의 재정 악화와 국가채무 부담 증가, 거버넌스의 악화 등을 반영한다"라고 강등 배경을 설명했다. 피치는 특히 미국 정치권이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향 문제를 놓고 대치하고 이를 마지막 순간에야 해결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 AA 또는 AAA 등급을 받은 다른 나라에 비해 지배구조가 악화됐다고 평가했다.

앞서 피치는 지난 5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로 유지하면서 향후 등급 전망과 관련해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 당시 피치는 부채한도 상향 협상 대치를 두고 "디폴트 예상일(X-데이트)이 빠르게 다가오는데도 부채 한도 상향·유예 등 문제 해결에 이르는 것을 막는 정치적 당파성이 커지는 것을 반영한다"고 부정적 관찰 대상 지정 사유를 밝혔다.

3대 주요 국제신용평가사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전격 강등 조치한 것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2011년 미국 등급을 AAA에서 AA+로 내린 이후 12년 만이다. SP 역시 당시에 국가부채 상한 증액에 대한 정치권 협상 난항 등을 강등 배경으로 지목했다. 당시 이 조치로 미국 주가가 15% 이상 폭락하는 등 국제금융시장이 큰 충격을 받은 바 있다.

미국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신용등급 하향 조정은) 임의적이고 구식인 자료에 기반을 뒀다"고 비판했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도 "세계 주요 경제 중 가장 강력한 회복세를 보인 상황에서 미국을 강등시키는 것은 현실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밝혔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