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지기 친구 엄정화와 정재형이 솔직한 이야기로 눈길을 모았다. 유튜브 요정재형 영상 캡처 |
'인생에 이런 친구 하나만 있다면 세상에 두려울 게 없겠다.'
가수 엄정화와 정재형을 보며 한 생각이다. 이들은 지난 1996년 처음 만나 친구가 됐고 그로부터 27년이 흘렀다. 엄정화는 예나 지금이나 톱스타의 자리를 지키고 있고, 정재형은 감성적인 뮤지션에서 대중이 사랑하는 스타로 거듭났다. 두 사람은 여전히 20대처럼 툭탁거리고 긍정의 에너지를 주고받는 최고의 친구다.
지난 30일 공개된 '요정재형' 채널 영상을 보면 긴 시간 동안 어떻게 두 사람이 우정을 지속해왔는지를 알 수 있다. 서로를 향한 굳건한 믿음과 배려가 짧은 대화와 눈빛에서도 느껴진다. 실제로 기자 역시 엄정화를 몇 차례 만나본 터라 그가 얼마나 다정하고 좋은 사람인지는 알고 있다. 평판도 그러하지만 '유유상종'이란 말을 믿기에 정재형 역시 괜찮은 사람이란 걸 직감할 수 있다.
정재형은 '요정식탁' 콘텐츠에서 가까운 스타들을 초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이선균 배두나 공효진 장윤주 등 많은 이들이 정재형의 집을 찾아 함께 식사를 하며 케미를 뽐냈다. 그러나 최고 절친으로 알려진 엄정화는 등장하지 않았는데, 여기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엄정화와 정재형이 절친 케미를 발산했다. 유튜브 요정재형 영상 캡처 |
"지인이 '닥터차정숙' 잘 됐을 때 '(유튜브 콘텐츠에) 엄정화 불러야 돼요' 하더라고. 그런데 내가 '정화 지금 아주 너무 잘 됐으니까 이대로 보석처럼 가만히 있어야 돼요' 했어." 정재형은 베스트프렌드 엄정화의 인기를 활용하고 싶지 않았다. 반면 엄정화는 '왜 나는 안 부르지?' 하며 서운해 했다. 아무리 바빠도 친구의 일이라면 발벗고 나설 준비가 돼있는 '의리파' 엄정화에겐 어찌 보면 당연한 일. 결국 이날의 만남도 엄정화가 자청해 이뤄졌다.
두 사람은 그런 사이다. 친구가 잘되길 누구보다 응원하고, 행여나 부담이나 방해가 되지 않을까 조심하고 배려한다. 엄정화의 말에서도 정재형을 향한 남다른 신뢰를 느낄 수 있다. "난 네 걱정한 적 한번도 없어." 정재형이 힘들고 방황하던 시절에도 엄정화는 변함없는 믿음으로 그를 지탱해줬다. 그의 실력과 성품과 인내심을 믿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엄정화와 정재형이 절친 케미를 발산했다. 유튜브 요정재형 영상 캡처 |
과거 '무한도전'에 출연한 뒤 인기가 고공행진을 할 때 정재형은 낯선 시간들에 적응하지 못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사춘기 애처럼" 관심을 애써 외면했고 쏟아지는 광고 제안도 뿌리쳤다. 오히려 그 모습을 안타까워한 건 엄정화였다. 지금 생각해도 아깝다며 자신의 일처럼 속상해하는 엄정화와 그런 친구를 귀엽다는 듯 바라보는 정재형의 눈길은 너무나 따뜻했다.
엄정화는 당시를 회상하며 "내가 한 가지 너무 행복했던 건 사람 앞일은 아무도 속단할 수 없다는 거야"라고 말했다. 과거 엄정화 역시 인기를 온전히 즐기지 못하던 때가 있었다. 여리고 생각이 많은 그는 늘 새로운 시도를 할 때 불안해하고, 잘해내고 나서도 앞일을 또 걱정하곤 했다. 하지만 '닥터 차정숙'의 인기 이후 찰나의 순간을 즐기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어떨 때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날 못 알아보지? 왜 날 이해 못하지? 가볍게 생각하지?' 할 때가 있었어. 나는 가수이기도 하고 배우이기도 해. 어느 하나 이상하게 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하고 싶은데. (대중이) 그걸 몰라주니 억울하고 섭섭했어. 내가 너무 사랑하는데 사랑해주지 않으니까 섭섭하고 그런 거. 그런데 요즘은 날 안아주는 느낌이 들어. 이 시간은 인생의 찰나지. 하지만 제대로 즐기고 싶어서 '맞아. 나 너무 사랑받고 있어'라고 생각하고 감사해."
엄정화가 정재형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유튜브 요정재형 영상 캡처 |
차분히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 엄정화를 보며 정재형은 '통찰력 있는 멋진 어른'이라 표현했다. 엄정화는 2년간 일을 쉬던 시절 MC 제안이 들어와 망설였던 때를 회상하기도 했다. 배우 생활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 그러나 '놀면 뭐하나' 하는 마음으로 도전했고 그 프로그램을 보고 노희경 작가가 엄정화를 드라마에 캐스팅했다. 노 작가와의 작업은 엄정화에게도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엄정화는 시간이 지나고 보면 모든 경험은 버릴 게 하나도 없다면서 "어떤 걸로든 기회가 온다. 내가 오래 살아봐서 그런지"라며 웃었다. 정재형은 "정화는 이런 얘길 많이 해주거든. 나는 하나하나 골라서 하는데, 그 선택도 늘 옳았던 건 아니지만 정화는 '(일단) 해!'라고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재형은 엄정화에게 하지 말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 한 광고의 제안이 왔을 때 고민하던 엄정화에게 정재형은 이미지를 생각해 거절하길 권유했고, 결과적으로 엄정화는 그의 말을 따른 것을 후회하지 않고 있었다.
"인생에서 절체절명의 시간이라든지 고민의 시간에 나한테는 너가 있었고 너한텐 내가 있었던 거 같아"라는 엄정화의 말속엔 정재형을 향한 진심 어린 고마움이 담겨있었다. 어떤 순간에도 서로의 곁을 지키고 따스하게 어루만져 준 두 친구가 앞으로도 영원히 함께 했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솔직히 말해서, 참으로 탐나는 우정이 아닐 수 없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