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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고압선 아래여서"…볼 수 없을 뻔했던 판문점 '도보다리 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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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관 전 靑비서관, 저서서 남북정상회담 뒷얘기…"불가 방침 北, 하루 전 수용"

연합뉴스

지난 2018년 4월 27일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산책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지난 2018년 4월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세계인의 이목을 끈 '도보다리 회담'이 무산될 뻔했던 뒷얘기가 전해졌다.

당시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행정관으로 도보다리 회담 기획자 중 한 명인 윤재관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은 최근 펴낸 저서 '나의 청와대 일기'에서 "도보다리까지의 산책과 회담은 애초 불가능한 일정이었다"며 성사되기까지의 우여곡절을 소개했다.

남북 정상이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도록 모든 준비를 마치고 회담 이틀 전인 4월 25일 최종 리허설을 했는데, 북측이 이때 '도보다리 회담 불가' 의견을 전달해 왔다고 한다.

회담장에서 출발해 도보다리까지 향하는 200∼300m 거리에 유류 탱크가 있고, 도보다리 위로는 고압선이 지난다는 게 이유였다.

윤 전 비서관에 따르면 의전 문제를 함께 논의해 온 북측의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은 고압선을 보고 "이런 고위험 시설 아래로 국가 최고지도자가 걸을 수는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이에 윤 전 비서관이 '기름이 없으면 유류 탱크는 위험하지 않다', '고압선은 악천후일 때를 제외하면 크게 위험하지 않다' 등으로 설득했는데도 소득이 없었다.

윤 전 비서관은 결국 포기하고 마음을 접었으나, 회담 전날인 4월 26일 북측이 갑자기 입장을 바꿨고, 그렇게 살아난 도보다리 회담은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상징하는 한 장면으로 남게 됐다.

윤 전 비서관은 "북측이 왜 하루 전날 입장을 바꿨는지는 지금도 자세히 알지 못한다"며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처음 대면한 김창선 부장의 역할이 있었을 것"이라고 적었다.

회담에 앞서 평창동계올림픽 참석을 위해 남한에 온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수행한 김 부장과 이미 안면을 트며 친분을 쌓았던 게 도움이 됐다는 취지다.

윤 전 비서관은 3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왜 도보다리 친교 일정을 하기로 했는지 묻고 싶었지만, 그 뒤로 만남이 없어 답을 듣지 못했다"며 "언젠가는 다시 만나 꼭 그 이유를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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