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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스마트폰 소식

AI의 '아이폰 모멘트' - ① 화두는 '저작권' [SDF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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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이폰 모멘트'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2007년 1월 9일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맥월드 콘퍼런스에서 청바지에 검은색 목폴라를 입고 나와 아이폰을 처음 선보인 장면, 기억하시는 분 계실 텐데요. 기존의 복잡하고 사용하기 어려운 스마트폰의 사용자 경험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전에 없던 디바이스를 소개하면서 "애플은 오늘 휴대전화를 재창조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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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월 9일 애플 공동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 1을 선보인 맥월드 콘퍼런스 모습

무선통신과 컴퓨터 메모리 칩의 크기가 작아지면서 하나의 디바이스에 들어가는 '스마트폰'을 처음 내놓은 것은 애플이 아니었습니다. 1992년 IBM이었습니다. 하지만 15년 뒤인 2007년,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내놓았을 때가 되어서야 대중들은 '휴대전화가 컴퓨터가 될 수도 있는 것이구나'를 드디어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시장도 'PC(개인용 컴퓨터) 기반'에서 '모바일 기반'으로 바뀌게 됩니다. 변곡점으로 각인된 그 순간이 이른바 '아이폰 모멘트'라고 불리고 있죠.

생성형 AI[1]의 기술도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2017년에 이미 공개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오픈AI가 챗GPT 3.5를 선보였을 때, 대중들이 비로소 '인공지능이 이런 것이었어?'하고 인지하게 되면서 큰 관심을 갖게 됐다는 면에서 전문가들은 '챗GPT 3.5의 등장'을 AI의 '아이폰 모멘트'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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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선보인 오픈AI의 생성형 AI '챗GTP 3.5' 홈페이지

우리가 '아이폰 모멘트'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바로 그 아이폰 모멘트에서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시장이 바뀌면 관련된 윤리와 규제, 법도 다 바뀔 수밖에 없는데요. 그렇다면 지금 AI의 '아이폰 모멘트'에서는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까요?

[1] 생성형 AI(generative AI)는 텍스트, 오디오, 이미지 등의 기존 콘텐츠를 데이터나 패턴으로 활용하여 유사한 콘텐츠를 새로 만들어내는 인공지능 기술을 의미한다. 생성형 AI를 가능하게 한 혁신의 돌파구는 소위 '트랜스포머'라고 불리는 딥러닝 모델인데 주어진 문장을 보고 다음 단어가 뭐가 올지 확률적으로 예측해 내는 콘셉트를 말한다. 개발자 사이에서는 이 기술이 2017년부터 공개 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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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시작된 미국 작가 조합 파업에 이어 지난 14일 연대 파업에 들어간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

관련해 최근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의 하나는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할리우드의 작가, 배우∙방송인들의 연대 파업입니다. 미국에서 작가와 배우, 방송인들이 이렇게 연대 파업에 들어간 것은 1960년 이후 처음이라고 하는데요. 작가와 배우 노동조합은 스트리밍과 디지털, 특히 AI라는 새로운 혁신 기술로 인해 제작 환경이 바뀌었는데도 콘텐츠 제작사들이 기존의 계약 조건을 고수하며 이익 배분을 공정하게 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AI기술과 관련해 배우들에게 이미지 스캔을 하는 조건으로 1번의 비용만 지불하고 언제 어디서든 평생 쓸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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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권리 요구 운동이 나타나는 배경은 무엇인지 국내에서 경제와 법 양쪽을 다 들여다보는 몇 안 되는 전문가인 임용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만나봤습니다.

AI 1.0 시대의 화두는 '프라이버시'
AI 2.0 시대의 화두는 '저작권'



Q. 최근 할리우드 작가, 배우들 파업 등 저작권 이슈가 새삼 부각되고 있는데요.

"AI 1.0과 2.0이 분명하게 나눠지는 것은 아닌데, AI 1.0 시대의 대표적인 기술은 '검색 알고리즘'이었습니다. 개인들이 이 시기에 놀라기도 하고 두려움도 느꼈던 것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프로파일링'이었습니다. 그전까지 우리는 단골 가게에 갔을 때 주인이 내가 평소에 좋아하는 과일을 인지하고 '이번에 복숭아 좋은 게 들어왔어' 하고 알려주었다고 해서 부담스럽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나를 위해준다 생각해 좋다 느꼈지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는 알고리즘이 나 자신보다도 나를 더 잘 아는 것 같이 느껴지기 시작하니까 불편해진 거죠.

그래서 AI 1.0 시대의 화두는 '프라이버시', 보다 정확하게는 나의 자율성과 자아를 지키는 것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우리가 흔히 말로는 '프라이버시' 문제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은 내 정보를 가져가느냐, 안 가져가느냐 보다는 나의 동의 없이 나를 조정하려고 했던 것에 대해 반발했던 것입니다. 내가 신뢰하는 서비스에는 내 정보를 아무리 퍼주어도 사실 크게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챗GPT가 대중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AI 2.0 시대에서는 '디지털 크리에이티비티(창의력)' 또는 '인공 창작'이 사회에 쇼크를 주고 있습니다. AI 기술이 창작의 영역에 침투하면서 나보다 말을 더 잘하는 것 같기도 하고, AI가 내 할 일을 뺏는 것 같기도 하고, 테크 기업들이 나의 노력이 들어간 창작물을 AI의 학습과 훈련에 사용해서 돈을 버는데 나의 허락 없이 그래도 되는 것인지 그리고 나도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닌지 하면서 '저작권' 이슈가 불거졌습니다. "

AI 2.0 시대에 가져야 할 질문 중 하나
'인공 창작이 쉬워진 시대에도 '고독한 창작'의 개념은 유효한가?'



"법의 관점에서 보면 지식재산권법은 경쟁법과 조금은 불편한 동거 관계에 있습니다. 지식재산권(IP)이 창출되고 나면, 그에 대한 독점적인 사용권과 처분권을 상당한 기간 동안 합법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지식재산권법이 보장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경쟁법 분야에서 그러한 보장을 용인하는 근거는 '혁신'을 조장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창조의 유인을 적극적으로 보호해 주자는 거죠.

만일 누군가가 뭔가 멋진 것을 만들었는데 아무나 마구 복제해서 사용한다면, 아마도 그 사람은 더 이상 그런 것을 만들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상황이 생기지 않게 보호하자는 것인데요, 이런 생각의 기저에는 창작이 쉽지 않고, 따라서 그만큼 소중하다는 것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현재의 IP 법 체계는 일정 부분 '고독한 창작자'를 상정한 프로메테우스[2] 모델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인공 창작'이 너무 쉬워진 AI 2.0 시대에도 프로메테우스 모델은 유효할까요? 이제는 이런 질문도 해봐야 합니다."

[2]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티탄 신족. 헤파이스토스 이전의 장인신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동생인 에피메테우스와 같이 최초로 인간을 창조한 신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인간들에게 불을 전해준 것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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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 인터뷰, 지난 13일 서울대

'맥락 기반의 규제'에 대한 논의 본격화되어야!'



Q. 챗GPT 3.5 이후 시장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다들 큰 관심을 갖고 있는데요. 교수님은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최근 '스타트업의 윤리'에 대해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왜냐하면 AI 관련해서 지금까지의 윤리나 규제 논의는 사실상 빅테크 중심으로 논의되어 왔는데, 막상 문제는 스타트업 쪽에서 터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스타트업의 관점에서 AI 윤리를 다시 생각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규제는 '언제 어디서나 지켜야 하는 십계명'과 같은 것이 아니라, '이 맥락에서는 이런 것에 한정해서, 대신 이러한 상황에서는 반드시 지켜야 돼' 같은 방식의 규제입니다.

빅테크와 같은 선도 기업들은 평판 문제도 있고 규제 당국과 사회가 예의 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AI 윤리나 관련 규범을 지키려고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어요. 그런데 스타트업은 말씀드린 것처럼 그 모든 것들을 지키기도 어렵고 실은 그에 필요한 투자를 할 유인도 여력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의무도 완화하고 법을 위반하더라도 조금 가볍게 처벌하자, 다시 말하면 조금 봐주자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는데요. 저는 그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한정해서 분명하게 알려주고, 대신 확실하게 지키도록 하는 것이 산업과 이용자 모두에게 장기적으로 좋습니다.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스타트업들에게도 AI 윤리를 철저하게 준수하도록 요구할 수 있고, 이용자들도 안심하고 그 제품을 이용할 수 있을 거예요.

또 AI 시스템은 실은 그 모형과 기법이 다양하고 도메인 별로 – 심지어 하나의 도메인 내에서도 구체적인 맥락에 따라 – 다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의료, 법률, 모빌리티처럼 분야마다 다르고, 클라우드, 파운데이션[3], 애플리케이션 등과 같은 기술 스택[4]의 위치에 따라서도 차이가 납니다. 도메인에 따라서는 의료 분야처럼 정확성이 중요한 경우도 있고, 창작과 같이 정확성이 떨어져도 크게 문제 되지 않는 분야도 있을 수 있어요. 그런 차이를 무시하고 일률적이고 획일적인 접근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저희 연구팀은 AI 기술의 활용 도메인과 모형을 고려한 '맥락 기반의 모듈 방식'의 접근에 기초하여 AI 기술 표준을 정립하는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데, 기존의 획일적 접근에 대한 문제를 극복해 보려는 시도입니다.

[3] 파운데이션은 레이블이 없는 방대한 데이터 세트에서 훈련한 AI 신경망으로, 텍스트 번역과 의료 이미징 등 광범위한 작업을 수행한다.
[4] 기술 스택(Technology Stack)이란 전략적으로 기술을 조합하여 사업의 방향성과 일치하는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 내용은 'AI의 '아이폰 모멘트'- ② 혁신의 경로가 바뀐다!' [SDF다이어리]에서 이어집니다!
**이 기사는 매주 수요일 아침 발송되는 뉴스레터, 'SDF다이어리'에 먼저 소개됐습니다. 'SDF다이어리'는 SBS D포럼을 준비하는 SBS 보도본부 미래 팀원들이 작성합니다. 우리 사회가 관심 가져야 할 화두를 앞서 들여다보고, 의미 있는 관점이나 시도를 전합니다. 한 발 앞서 새로운 지식과 트렌드를 접하고 싶으신 분들은 SDF다이어리를 구독해 주세요. ▶ '구독'을 원하시면 여기 클릭!


미래팀 sdf@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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