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 '글로리 투 홍콩' 금지곡 추진에 법원이 제동
"홍콩서 표현의 자유의 드문 승리"…"홍콩 정부, 비슷한 조치 반복할 것"
2019년 12월 홍콩 반정부 시위 현장 |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2019년 홍콩 반정부 시위 당시에 불렸던 노래 '글로리 투 홍콩'(Glory to Hong Kong)을 금지곡으로 지정하려는 홍콩 정부의 시도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홍콩 고등법원은 28일 홍콩 법무부가 신청한 '글로리 투 홍콩'에 대한 금지명령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며 해당 신청을 기각했다.
고등법원은 기존 법으로도 '글로리 투 홍콩'의 출판과 유포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당 곡에 대한 금지명령은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고 잠재적 위축 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앤서니 찬 판사는 판결문에서 "완벽하게 무고한 사람들이 심각한 결과를 낳을 금지명령 위반을 우려해 해당 노래와 관련한 합법적인 행동도 삼갈 것이라 예상하는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금지명령으로) 악영향을 받을 수 있는 제3자의 기본권 수호를 중시해야 한다"며 "금지명령을 허용하는 게 정당하고 편리하다는 데 만족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신청은 기각한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 통신은 "홍콩에서 표현의 자유의 드문 승리"라며 "홍콩이 법에 의해 다스려진다는 믿음을 신장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홍콩기자협회 론슨 챈 회장은 "공권력 행사는 무고한 사람들을 위협하며 위축 효과를 낳을 수 있다"며 "법원의 판단이 매우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환영했다.
앞서 홍콩 법무부는 지난달 6일 선동적인 의도를 갖거나 다른 이들에게 독립을 부추기려 하는 자가 '글로리 투 홍콩'을 연주, 재생산하는 것을 금지해달라는 신청을 고등법원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신청한 금지명령은 '글로리 투 홍콩'이 홍콩 국가(國歌)로 오인되게 만드는 상황이나, 홍콩이 독립국가이며 고유의 국가를 갖고 있다고 암시하는 방식으로 연주되는 것도 금지한다.
'글로리 투 홍콩'은 2019년 8월 홍콩 반정부 시위 당시 만들어진 작자 미상의 노래로 홍콩의 독립을 지지하는 내용이다. 당시 시위대의 대표 구호인 '광복홍콩, 시대혁명'(光復香港時代革命)이 포함돼 있다.
2020년 6월 홍콩국가보안법 제정 후 공공장소에서 '글로리 투 홍콩'을 부르거나 '광복홍콩, 시대혁명'을 외치는 사람들이 경찰에 연행되거나 처벌받는 등 이미 이 노래는 사실상 금지곡이 됐다.
27일에도 '글로리 투 홍콩'을 음악으로 삽입한 공격적인 소셜미디어 게시글을 올린 60대 남성이 선동죄로 징역 3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홍콩 당국은 지난해 국제 스포츠대회에서 잇달아 홍콩 국가로 '글로리 투 홍콩'이 잘못 연주되는 일이 벌어지자 아예 이 곡을 공식적인 금지곡으로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중국 특별행정구인 홍콩의 국가는 중국 국가인 '의용군 행진곡'이며 별도 국가가 존재하지 않는다.
'글로리 투 홍콩'이 홍콩의 국가로 오인되는 사고는 구글, 유튜브 등 여러 정보기술(IT) 서비스에서 '홍콩의 국가'를 검색하면 '글로리 투 홍콩'이 상단에 뜨면서 벌어지고 있다.
홍콩 반정부 시위대가 이 노래를 '홍콩의 국가'로 부르는 가운데 '홍콩 국가'와 관련해 이 곡이 그간 가장 많이 검색됐고 관련 게시물 역시 많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홍콩 정부는 앞서 구글에 '홍콩 국가'를 검색하면 반정부 시위 노래가 상단에 뜨는 결과를 수정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홍콩 법률 전문가들은 설사 '글로리 투 홍콩'에 대한 금지명령이 내려지더라도 외국 기술기업들이 이를 무시하거나 표현의 자유에 대한 보호를 들어 이를 거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성시대 류둥수 부교수는 블룸버그에 "홍콩 정부는 법적 체계 안에서 개인의 자유를 억압할 방법을 찾으려 한다"며 "국가보안법이 그들에게 그렇게 할 수 있는 융통성을 부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우리는 때때로 이와 유사한 종류의 조치를 다시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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