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를 찾은 한 모녀가 교내에서 극단 선택으로 숨진 교사를 위한 추모 메시지를 읽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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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서초동 서이초등학교에서 발생한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을 두고 '3선 의원의 손녀'라는 가짜뉴스가 퍼졌다. 소문 당사자로 지목된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가짜뉴스의 최초 유포자로 알려진 맘카페 회원과, 이 내용을 여과 없이 언급한 유튜버 김어준씨를 고소했다. 이처럼 각종 인터넷 카페와 커뮤니티에 종종 올라오는 명예훼손성 게시물은 당사자의 신고가 없다면 미연에 방지하기 어려운 구조다. 커뮤니티와 회원들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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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자이 사는 국회의원 손녀라 쉬쉬한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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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서이초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뒤 지역 맘카페에는 "국회의원의 손녀가 연루돼 학교측에서 쉬쉬한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당 카페에서 게시물 1000여건을 작성하며 신뢰를 받고 있던 글쓴이가 올렸기에, 회원들은 이를 믿고 다양한 루트로 퍼나르며 소문을 확산시켰다. 결국 하루만에 가짜뉴스로 판명됐다.
이처럼 가짜뉴스를 퍼뜨리면서 각 카페나 커뮤니티에서 주목을 끌고자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2020년 극단적 선택을 한 세종시 어린이집 보육교사 사건 당시에도 이 교사를 괴롭힌 학부모는 지역 맘카페에 허위 사실을 올리며 비난을 이어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신과 전문의인 조성우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의무이사(같은마음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는 "맘카페와 같이 폐쇄적인 커뮤니티에서는 동질적인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기 때문에 그 안에서 인정 받고 일종의 '인싸'가 되기 위해 극단적이거나 허위의 사실이 포함된 글들이 올라오는 경우가 있다"며 "그 안에서 호응을 많이 얻으면 운영진 등으로부터 보다 양질의 정보를 얻는 데 유리해지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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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물 필터링은 AI가 하는데…명에훼손은 '당사자'만 신고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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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게시중단 요청서비스. /사진=네이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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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플랫폼 사업자들은 카페에 올라오는 음란성 게시물의 경우 별도의 신고가 없어도 AI(인공지능)필터링 시스템 등으로 게시되자마자 차단 조치에 나서거나, 피해당사자가 아닌 이가 신고를 해도 이를 확인하면 즉각 게시물 삭제 및 계정제한 조치를 취한다. 하지만 가짜뉴스의 경우 피해 당사자가 아니라면, 이에 대해 게시물 중단조치를 즉각 취하기 어렵다.
수천만개의 카페와 밴드 등을 운영하는 네이버와 다음 모두 이 같은 정책을 취하고 있다. 네이버의 '게시중단 요청 서비스'나 다음의 '권리침해신고' 모두 신고자의 요건을 '피해 당사자'로 제한하고 있다. 한 플랫폼 관계자는 "당사자가 아닌 이들의 신고를 모두 접수해 판단하는 건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한 뿐더러 플랫폼이 이를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전했다.
공개도가 높은 일반 커뮤니티들에 비해,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포털사이트의 인터넷 카페에서 오가는 모든 정보를 당사자가 신속히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당사자가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를 파악하고 대응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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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 제보·허위사실 자체 필터링 등 카페 회원들 노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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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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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카페발' 가짜뉴스를 막기 위해선 결국 회원들이 사실관계를 명확히 판단하려는 노력을 하고, 심각한 명예훼손이 발생할 경우 당사자에게 즉각 전달하려는 자정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서이초 사건의 경우에도 게시물이 올라온 당일 밤 한 회원이 한기호 의원에게 즉시 해당 사실을 알리고 진위 여부를 확인해 비교적 신속한 대응이 가능했다.
아울러 가짜뉴스를 단순히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에 대한 팩트 확인 없이 다른 커뮤니티나 모바일 메신저 등으로 퍼나르는 행위만으로도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한다. 특히 허위사실 명예훼손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70조 2항에 따라 최대 7년의 징역형와 최대 10년의 자격정지 또는 최대 5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신민영 법무법인 호암 대표변호사는 "이름을 직접적으로 적지 않더라도, 초성만 적거나 암시만 하는 방식이어도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있다는 게 대법원 판례"라며 "이번 서이초 사건 게시물의 경우도 XX자이에 사는 3선 의원이 누군지 특정이 가능해 명예훼손이 성립될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당부된다"고 말했다.
최우영 기자 yo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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