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출신 변호사들이 말하는 '교권침해'
교보위 열려도 의무교육 초·중학생에겐 퇴학처분 불가능
학부모 민원 콜센터·학폭업무 전담인력 등 대안 검토해야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전국의 교사들이 22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에 대한 추도식 및 교사 생존권을 위한 집회를 열고 진상 규명과 교권확립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2023.07.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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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 침해 사건이 발생하면 교사는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 개최를 요청할 수 있어요. 하지만 어떤 지역에서는 몇 년 동안 한 번도 열리지 않을 정도로 미온적이죠."
교사 출신인 박은선 법무법인 이유 변호사는 "학교장이 교사에게 '그냥 사과하고 끝내라'는 식으로 회유해 교보위를 안 열어주기도 하고 교사의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 탓에 교사 스스로가 학생과 학부모에게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26일 밝혔다.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 이후 교사들이 저마다 경험했던 교권 침해 사태를 공유하면서 그간 참아왔던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교사 출신 변호사들은 교사들이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악성 민원에 노출된 데다 현실적으로 학생과 학부모를 상대로 적절한 대처를 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10년 교직 경력의 교사 출신 나현경 법무법인 오현 변호사는 "학부모들은 '아니면 말고' 식으로 교사를 상대로 아동학대 고소를 하고 결과적으로 '혐의없음'이 나오더라도 교사들은 수사 개시에 따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이후 학부모를 무고죄로 고소하더라도 '우리 아이가 이렇게 당했다고 말했다'고 발뺌하면 무고죄 성립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론상으로는 교권이 침해됐을 때 교사가 학생·학부모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다. 가령 학부모가 교사에게 지속해서 악성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 정보통신망법상 불안감 조성죄로 고소할 수 있다.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교사에게 욕설하면 모욕죄, 명예훼손죄로 소를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 같은 법적 대응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나 변호사는 "법적으로 폭행, 협박, 위계가 수반돼야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되는데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며 "폭행이나 협박 등을 동반하지 않더라도 학부모가 교사를 괴롭히는 방법은 다양하고 교사는 역으로 아동학대로 고소당할 걸 감수해야 하는 등 현실적으로 교사를 보호하는 수단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 속 교사들은 폭행 위험에도 노출됐다. 지난달 부산 북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3학년 학급 담임교사가 수업 중 자신이 맡은 반 학생에게 폭행당했다. 이 교사는 올해 초에도 같은 학생에게 수업 중 훈계했다가 폭행당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6학년 담임교사가 교실에서 정서행동장애 판정을 받은 학생에게 폭행당해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다.
학생이 교권을 침해하면 학교와 시·도 교육청은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를 열고 학교봉사, 사회봉사, 특별교육,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퇴학 등 7가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초·중학교의 경우 의무교육으로 규정돼 사실상 퇴학 처분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초·중학생에게는 전학이 가장 무거운 처분이다.
교사 출신 변호사들은 학부모 민원을 담당하는 전문 콜센터 개설, 학교폭력 업무 전담 인력, 아동학대죄 면책 조항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박 변호사는 "수업 시간에 문제 행동을 일으킨 아이를 수업에서 배제하는 '타임아웃'은 교육학에 나오는 교육 지도 방법의 하나인데 지금은 이렇게 하면 아동학대로 신고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적으로 타임아웃이 가능해지도록 한 뒤 해당 학생은 전문 상담 선생님에게 상담받고 훈육받을 수 있는 기능이 있어야 한다"며 "더불어 학부모 민원은 학교별 민원 전문 콜센터, 학교장이 담당하고 학교폭력 전담 인력을 배치하는 방안 등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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