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특정인 원인 아닌 총체적 결과"
서울경찰청장 기소-용산구청장 등 재판에 변수
10·29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물어 탄핵소추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심판이 기각된 25일 오후 이 장관이 서울 강남구 압구정 자택을 나서고 있다. /이새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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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최의종 기자] 헌법재판소가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논란에 휩싸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국회 탄핵 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재난안전법과 헌법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진행 중인 참사 관련 수사와 재판에도 영향을 줄지 관심을 끈다.
헌법재판소는 25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이 장관 탄핵 심판 사건 선고기일을 열고 재판관 9명 만장일치로 기각 결정했다. 다만 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 및 세 재판관과 정정미 재판관은 각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와 품의유지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 봤다.
탄핵소추안은 지난 2월 더불어민주당 등 야 4당 발의로 국회를 통과했다. 참사 직후 이 장관이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판이 거셌다.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수사했으나 행정안전부에 구체적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불송치 결정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선고 전부터 탄핵소추 기각을 점치는 분위기였다. 이 장관이 참사 전 예방조치 의무를 다하거나 이후 대응 조치가 적절했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으나, 탄핵 사유로 볼만큼 중대한 법 위반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의견이다.
헌재는 재난안전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규범적으로 책임을 이 장관에 돌리기는 어렵다고 봤다. 참사가 특정인 때문이 아닌 총체적으로 여러 요인이 작용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특수본이 지방자치단체와 경찰, 소방에 적용한 '과실의 공동정범' 법리와 비슷한 시각이다.
재난안전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근거로 남화영 소방청장 직무대리에게 구체적인 지원 요청받거나,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특별한 협력 요청을 받지 않은 점을 언급했다. 김 서울청장의 사후 대응이 미흡했다는 판단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만 재난안전법상 주최자 없는 축제의 안전관리와 매뉴얼의 명확한 근거 규정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참사 피고인들은 주최 없는 행사는 재난안전법상 주의의무 위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을 비롯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심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장윤석 인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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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은 참사가 발생한 지 9개월 가까이 된 상황에서 진상 규명에 속도가 나지 않아 애타는 상황이다. 김 서울청장 등 주요 피의자 기소 여부가 결정되지 않고, 경찰이 1차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 지자체장 박 구청장 등의 1심 판단이 나오지 않아서다.
지난 1월 특수본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서부지검은 김 서울청장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 수사를 반년 넘게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검찰청과 서부지검 이태원 참사 수사팀 사이 김 서울청장 구속 및 기소 여부를 놓고 이견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김 서울청장 처분이 이 장관 탄핵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머뭇거렸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 서울청장이 기소되면 불송치 결정된 윤희근 경찰청장과 이 장관까지 책임 소재 영역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향후 검찰은 김 서울청장 기소 여부 결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태원 참사에 연루된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과 박 구청장, 박성민 전 서울청 정보부장 등은 구속기간 만료를 앞두고 보석 석방된 상태다.
유가족은 헌재 판단 직후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반발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선고 직후 "고위공직자 누구도 책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사퇴하지 않았다. 공직자의 무게와 책임을 아는 자라면 스스로 물러났어야 했다"라고 입장을 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탄핵 심판은 공무원 비리나 국민 신임을 저버린 행위에 책임을 지우는 심판으로, 형사사건과 본질적으로 다른데 형사사건에 견줘 판단했다"라며 "각 기관 실수가 모여 커지는 것을 막는 지휘부 역할을 하지 못한 점을 지적해야 했다"고 봤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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