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5월 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 심판 사건 첫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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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대응에 미흡한 점이 있었으나 파면에 이를 정도로 중대한 위법·위헌적인 행위는 없었다’
헌법재판소가 25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청구를 기각한 사유는 이렇게 요약된다. 이 장관의 재난대응 방식이 미흡했다고 볼 여지가 있지만 파면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헌재, 국회 측 탄핵소추 사유 전부 불인정
헌재는 국회가 제출한 탄핵소추 사유 3가지를 전부 인정하지 않았다. 국회는 이 장관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 전후로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았고 국회 국정조사 등에서 유가족에게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이 장관이 법률에 규정된 의무를 등한시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이 장관)은 재난안전법상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장으로 예방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국가 재난안전 관리 주무 장관인 이 장관에게는 재난예방조치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태원 참사와 같은 다중밀집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태원 참사는 주최자 없는 지역축제에서 벌어진 것이라 법 규정상 이 장관에게 예방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헌재는 또 다수 언론이 핼러윈데이에 이태원에서 수만명이 모일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다중밀집사고를 우려하는 내용은 아니었고, 이 장관이 경찰이나 소방으로부터 위험 징후에 관한 내용도 보고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에선 피청구인에게 참사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예방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하긴 어렵다”고 했다.
“사후적으로 보면 미흡한 조치더라도 위법한 행위는 아냐”
헌재는 탄핵소추 사유 중 ‘사후 재난대응 조치’ 부분도 인정하지 않았다. 국회 측은 이 장관이 재난 시 초동조치·지휘를 위한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를 설치하지 않았을 뿐더러, 그 상위 조직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참사가 발생한 지 4시간 15분이 지난 후에야 가동됐다고 문제를 삼았다.
헌재는 “이 사건 참사는 159명의 사망자와 320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대규모 사회재난으로 지역경찰 및 소방, 의료지원단, 지자체와의 통합대응이 요구되는 사건”이라며 “재난안전법이 예정한 대표적 재난대응기구인 중대본과 중수본을 신속하게 설치·운영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이 장관의 더딘 대응을 비판적으로 볼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헌재는 이 장관의 사후 대응조치가 미흡해 보이더라도 재난안전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이 장관이 피해 규모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는 데 물리적·시간적 한계가 있었던 점, 초동조치 단계에서 중대본이나 중수본이 수행하는 기능이 일부 이행된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헌재는 경찰 등 대응 인력이 적시에 투입되지 않았다는 국회 측 주장도 “재난안전법에는 행안부 장관이 재난 현장에서 긴급구조를 직접 지휘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없다. 피청구인이 소방재난본부장이나 경찰청장으로부터 특별한 협력 요청을 받지 않았는데 현장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지휘·감독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난안전법을 위배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이 장관이 미흡한 대처로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했다는 국회 측 주장에 대해서도 “사후적인 평가의 관점에선 더욱더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조치를 했더라면 인명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지만, 직무집행의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직무수행을 태만하게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상민 참사 발언도 “부적절하지만 탄핵 사유까진 아니다”
헌재는 이 장관의 참사 이후 발언들이 “분명히 부적절”하다면서도 탄핵 사유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장관은 참사 다음 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됐는데 현장에 소방이나 경찰 인력이 배치됐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고 답해 논란이 일었다.
이 장관의 해당 발언에 대해 헌재는 “사후 확인된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고, 국민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어 부적절하다”고 했다. 다만 발언의 취지나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발언 시점이 참사 다음 날이라 이 장관이 정확한 정보를 수집할 시간이 없었던 점, 이 장관이 문제의 발언 다음 날 설명자료를 배포해 유감을 표시한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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