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를 공식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바르샤바의 한 호텔에서 열린 폴란드 동포간담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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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한 국민의힘이 연일 강경한 행보다.
국민의힘 미디어법률단(위원장 원영섭 변호사)은 24일 유튜브 채널 ‘고양이뉴스’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법률단은 “고양이뉴스는 지난 20일 유튜브에 윤석열 대통령이 폴란드 동포간담회(13일·한국시간)에서 ‘내일 뭐 별거 없으니 오늘은 좀 마십시다’라는 취지의 건배사를 했다는 허위글을 게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마치 윤 대통령이 다음 날 있을 폴란드 정상회담의 중요성을 비하하고 대통령 직무를 게을리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게 한 가짜뉴스”라며 “대통령의 사회적 명예를 훼손할 목적으로 명백히 사실과 다른 내용의 글을 게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고양이뉴스’는 20일 오후 8시경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에 이런 게시물을 간담회 사진과 함께 올렸다. 이 글에는 24일 오후 5시 현재 1만4000여명이 ‘좋아요’를 눌렀고, 댓글 700여개가 달렸다.
김경진 기자 |
하지만 해당 건배사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게 여권 주장이다. 여권 관계자는 “동포간담회 참석자를 자칭하는 신원 불상의 인물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고양이소식이 인용했다. 또 확인결과 대통령은 건배사를 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고양이뉴스는 구독자 38만여명의 친(親)야권 성향 유튜브 채널로 300여개 영상 대다수가 윤 대통령을 비난하는 내용”이라고 했다. 지난 4월 말 윤 대통령 내외가 미국 순방을 위해 워싱턴 공항에 도착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게시하면서 “맞이하러 온 소년이 김건희 여사와 악수를 하곤 도망가 버렸다”는 자막을 달기도 했다. 이 채널을 운영하는 원재윤(35) 씨는 2019년 서울 논현동 이명박(MB) 전 대통령 사저에 택배로 쥐약을 배달하려고 시도해 지난 21일 2심에서 벌금 50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인물이다.
방송인 김어준 씨(오른쪽)와 주진우 전 기자가 지난 2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선거법 위반 관련 2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입장 표명 없이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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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의 강경 조치는 이뿐만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서이초 사건’에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연루됐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의혹을 받는 친야권 성향 방송인 김어준 씨도 21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김씨가 20일 유튜브 채널에서 “국민의힘 3선으로 알고 있는데 보도가 없다. 곧 실명이 나올 것이고 대단한 파장이 있을 사안”이라고 한 것을 문제 삼았다.
국민의힘은 앞서 19일엔 김건희 여사가 리투아니아에서 착용한 에코백에 명품 가방이 들어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박영훈 민주당 청년미래연석회의 부의장을 고발했다. 또 김기현 대표 아들 김규대 씨는 자신을 향해 ‘가상자산 먹튀’ 의혹을 제기한 박성준·홍성국 민주당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24일 고소했다.
잇따른 고소·고발 조치의 배경에 대해 국민의힘에선 “총선을 앞두고 가짜뉴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너무나 큰 후유증과 내상에 시달릴 것이기 때문”이란 얘기가 나온다. 김기현 대표부터가 “가짜뉴스의 총본산은 민주당”이라며 이런 강경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윤석열 정권 언론장악 저지 정당-언론·시민단체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언론탄압저지 야4당 공대위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 정의당 류호정 의원, 진보당 강성희 의원.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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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국민의 입을 막기 위해 엄포를 놓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지도부 소속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가짜뉴스를 가장 많이 유포하는 이는 극우성향의 유튜버인데도 여권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며 “여권의 선택적인 고소·고발전은 국민의 합당한 의혹제기마저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권의 이런 태도엔 자신들에게 유리한 뉴스만 유통시키려는 ‘언론 장악’ 의도가 깔려 있다고 민주당은 의심한다. 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 등 야4당이 참여한 ‘윤석열 정권 언론장악 저지 공동대책위원회’는 24일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영방송을 갈아치워 ‘땡윤뉴스’ 만들겠다는 것으로 범국민 대응이 필요한 시점”(고민정 민주당 의원)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여권이 계속해서 ‘후쿠시마 오염수 위험성은 민주당의 가짜뉴스’라고 했지만, 이를 그대로 믿은 국민은 적었다고 본다”며 “자신들이 얼마나 국민 공감을 못 얻는지 되짚어봐야 할 것”이라고 반문했다.
김효성·김다영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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