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루머와 정부 정책 검증은 분리해야" 지적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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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친(親)더불어민주당 성향 유튜버 등의 루머 유포에 잇달아 칼을 빼들고 있다. '아니면 말고 식'의 근거 없는 의혹 제기를 방치하면 내년 총선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일부 정치 유튜버의 허위 사실 유포를 방지하겠다는 취지지만, 과도한 법적 대응이 합리적 의혹 제기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 하지 않은 발언으로 가짜뉴스" 친야 유튜버 고발
당 미디어법률단은 친야 성향 유튜브 채널 ‘고양이뉴스’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한다고 24일 밝혔다. '고양이뉴스'는 지난 20일 유튜브 게시글에서 윤 대통령이 지난 13일 해외 순방 중 폴란드 동포 간담회에서 "내일 뭐 별거 없으니 오늘은 좀 마십시다"라는 취지로 건배사를 했다고 적었다. 당시 간담회 참석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쓴 인터넷 게시글을 근거로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미디어법률단은 "마치 윤 대통령이 국가 간 중요한 회담인 폴란드 정상회담의 중요성을 비하하고,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게을리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게 가짜뉴스를 게시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고발한 유튜브 채널 '고양이방송'의 게시글. 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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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법률단은 앞서 방송인 김어준씨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유튜브 방송에서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사실 검증 없이 '국민의힘 3선 의원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을 언급했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이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을 변경해 김건희 여사 일가에게 부당 이득을 취하게 하려 했다는 주장을 한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 여사의 에코백 속에 샤넬 가방이 들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가 번복한 박영훈 민주당 청년미래연석회의 부의장 등도 고발 조치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전날 "총선이 다가올수록 정도를 넘는 가짜뉴스가 범람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강경 대응의 배경을 설명했다.
"무분별한 루머와 정부 정책 검증은 분리해야" 지적도
국민의힘은 일부 기성 언론과 대형 포털을 또 하나의 '가짜뉴스' 진원지로 지목했다. 김기현 대표는 지난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가짜뉴스, 편향뉴스로 사회 갈등을 심화시키고 자신들의 철밥통 지키기에 여념이 없는 엉터리 방송과 통신, 포털 등 미디어를 정상화시켜 황폐화된 저널리즘을 본래의 모습으로 복원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해당 게시글에서 김어준씨나 샤넬백 의혹과 함께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설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의혹 등을 '가짜뉴스' 사례로 꼽았다.
국민의힘의 이 같은 강경 움직임에 대해 일부 유튜버의 무분별한 루머 생산과 정부 정책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 사안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본보 통화에서 "대통령 처가의 땅이 있는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대한 의혹 제기나,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민 우려는 정부·여당이 적극적으로 진실을 밝혀 대응하면 충분한 영역"이라며 "이를 가짜뉴스로 규정해 법적으로 대응하려 하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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