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당 참여 배제돼 '가짜 선거' 논란…투표율 84.2%
장남 훈 마넷 세습 시기 주목…전문가들 "훈센 임기 중반" 예상
캄보디아 총선, 한표 행사하는 훈센 총리 |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올해로 38년째 장기집권 중인 훈센(70) 총리가 이끄는 집권 캄보디아인민당(CPP)이 23일(현지시간) 실시된 총선에서 압승을 선언했다.
이번 총선에서 CPP가 승리하면 훈센은 5년간 집권 연장이 가능하다. 캄보디아 총리는 국왕이 국회 제1당의 추천을 받아 지명한다.
속 이산 CPP 대변인은 이날 총선 투표가 끝난 뒤 선거 결과와 관련해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면서 "하지만 우리가 차지한 의석수는 아직까지 정확히 계산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총선에는 CPP를 비롯해 총 18개 정당 소속 후보들이 총 24개 선거구에서 정당별 득표수에 따라 의석이 배분되는 지역별 비례대표제 방식에 따라 전체 의석 125석을 놓고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훈센 정권에 도전장을 낸 전 캄보디아구국당(CNRP) 출신 인사들이 만든 촛불당(CP)의 총선 참여 자격이 박탈돼 CPP는 전체 의석을 모두 차지할걸로 내심 기대해왔다.
이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이번 선거가 공정하지 않다면서 투표 참관인을 캄보디아에 보내지 않았다.
이날 오전 7시부터 시작된 투표는 오후 3시까지 전국 2만3천789곳의 투표소에서 진행됐다.
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선거의 유권자는 971만655명이며 이중 84.2%에 해당하는 817만7천53명이 투표했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5년 전 총선(83.0%)에 비하면 1.2% 포인트 가량 높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투표율이 높을수록 CPP의 총선 압승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해왔다.
훈센은 총선 투표율과 관련해 "극단주의자들의 선동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민주주의 실현에 동참했다"면서 "선거를 방해한 자들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프랑스로 망명한 삼 랭시 전 CNRP 대표를 비롯한 훈센 반대 세력은 CP 소속 후보들의 출마가 좌절되자 이번 총선을 "가짜 선거"라고 비난하면서 투표 불참을 독려해왔다.
이와 관련, 캄보디아 경찰은 텔레그램을 통해 선거를 방해한 혐의로 27명을 수배했다고 밝혔다.
훈센은 1985년 총리에 취임한 뒤 38년간 권좌를 지켜왔다.
훈센 정권은 2017년 11월에 당시 전체 의석 125석 가운데 55석을 가진 CNRP를 반역 혐의를 적용해 강제 해산했다.
CPP는 이듬해 총선에서 전체 의석 125석을 싹쓸이해 일당 지배 체제를 구축했다.
훈센 정권이 총선 압승을 선언하면서 부자 간 권력 세습 시기에도 관심이 쏠린다.
당초 훈센은 올해 7월 총선에서 연임에 성공하면 5년 임기를 마친 뒤 총리직을 장남인 훈 마넷에게 물려주겠다고 연초에 발표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훈센은 선거를 불과 며칠 앞두고 중국 봉황TV와의 인터뷰에서 "총선 후 3∼4주가 지나면 훈 마넷이 총리가 될 수도 있다"면서 "이는 그가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직 군 장성인 훈 마넷이 기존 정치인들과 대중들로부터 후임 총리 자격을 인정받으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권력 세습은 부친의 임기 중반 정도에 단행될거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캄보디아군 부사령관이자 육군 대장인 훈 마넷은 올해 45살로 CPP 중앙위원회 상임위원을 맡고 있다.
그는 2021년 12월 2일 부친인 훈센 총리에 의해 후계자로 지명됐다. 같은 달 24일 CPP도 그를 '미래의 총리 후보'로 지명하면서 후계자로 확정됐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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