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혐의 받아도 상처뿐"…무고죄 성립안돼 불이익은 교사 몫
무너진 교권 (CG) |
(인천=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교사를 가해자로 지목하는 아동학대 신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교권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2일 인천교사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인천 모 초등학교에서 4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A 교사는 지난 5월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신고를 당했다.
인천교사노조는 "담임이 아이를 학대했다"는 학부모 주장만으로 A 교사가 경찰에서 마치 피의자 신분이 된 것처럼 조사를 받아야 했다고 전했다.
해당 학부모는 평소 A 교사에게 전화나 문자 메시지로 연락하거나 학교로 직접 찾아와 자녀 교육에 대한 불만 사항을 자주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A 교사는 최근 경찰로부터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지만 검찰 조사는 여전히 남아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에도 수사 종결권이 부여됐으나 현행법상 아동학대는 사안의 중요성과 특수성을 고려해 검찰이 모든 사건을 챙겨야 한다.
A 교사는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다.
A 교사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학생들을 생각해 버티려고 해도 심신이 너무 지치다 보니 2주간 쉴 수밖에 없었다"며 "학습권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인천 모 공립유치원 소속 B 교사도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신고를 당해 약 2개월간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B 교사는 결국 증거불충분에 따른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지만, 이 과정에서 섭식장애와 불안 증세를 보여 치료받고 있다.
일선 교사들은 학부모가 아동학대 신고를 할 경우 사건 결과와 상관 없이 무조건 교사에게 불이익이 돌아가는 구조라고 입을 모았다.
A 교사와 B 교사 사례처럼 경찰 수사를 거쳐 검찰에서 사건이 종결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심적 부담과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무고죄는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본래 목적에 맞지 않는 신고 행위를 방지할 제도적 장치도 부족한 실정이다.
경기교사노조가 2018∼2022년 5년간 교사를 대상으로 한 아동학대 고소·고발 사건을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53.9%)이 기소되지 않고 종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아동학대 신고 불기소율(2021년 기준)이 14.9%인 점을 고려하면 교사를 상대로 무분별한 아동학대 고소·고발이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 교사는 "불리한 구조 속에서 학부모가 작정하고 나쁜 마음을 먹으면 교사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정당한 교육 활동에 커다란 제약이 생기게 된다"고 토로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최근 결의문을 통해 아동학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의심'만으로 교사의 교육권 박탈이 이뤄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법적 조치가 학교까지 무분별하게 확대 적용되면서 학교 구성원들의 교육과 학습을 저해하고 있다"며 "학교 내 아동학대 사안 처리 개선을 위한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서적으로 치료·치유가 필요한 학생들에 대해 분리와 치료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이 정비될 필요가 있다"며 "교사는 교육의 가장 중요한 주체로서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goodlu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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