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

[르포] “부모수당에 돈 걱정 ‘뚝’”…獨 아낌없는 돌봄[저출산 0.7의 경고-독일편②]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뮌헨 ‘영국 정원’에서 만난 독일 부모들

“다양한 부모수당 덕에 경제적 부담 없이 출산”

‘키즈카페’ 아닌 9만평 도시 공원 속 뛰어노는 아이들

둘째 꺼리던 고학력 여성들 “둘째 부담 없어요”

헤럴드경제

지난달 22일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의 ‘영국공원’에서 만난 세바스찬(36)과 마리아(36·여) 부부. 평일임에도 이들 부부는 육아휴직을 사용해 아이와 여가를 즐기고 있었다. 김영철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독일 바이에른 뮌헨)=김영철·김용훈 기자] 지난달 22일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에 위치한 ‘영국 정원’(English Garden). 울창한 숲 너머엔 광활한 들판과 강줄기가 자리 잡고 있다. 햇빛 아래 일광욕을 즐기거나 물놀이를 즐기고 있는 젊은이들 사이엔 젊은 부부들이 어린 자녀를 데리고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다.

이제 갓 돌을 지난 딸을 데리고 영국 정원을 찾은 공무원 하랄드(36)씨는 현재 육아휴직 중이라고 했다. 하랄드 씨는 육아휴직 중에도 경제적인 어려움이 크지 않다고 했다. 아이를 출산하면 받을 수 있는 부모수당(Elterngeld) 덕분이다. 그는 “독일에선 출산 후 부모가 함께 육아휴직을 하면 부모수당을 최장 14개월 간 받을 수 있다”며 “저는 2개월의 육아수당을 받았고, 아내가 12개월 간 수당을 받았다”고 말했다. 독일은 부모수당으로 각 개인의 실질소득의 67%까지, 최대 월 1800유로(약 247만원)까지 준다. 소득이 없어도 300유로(약 41만원)를 받을 수 있다.

부모와 아이의 국적과 무관하게 납세자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지만,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독일은 지난 2015년부터 부모수당보다는 액수가 적지만, 24개월간 더 길게 지원받는 ‘부모수당 플러스(Elterngeld plus)’을 시행했다. 나아가 부모수당을 모두 수령한 부부가 이후 아이와 시간을 갖기 위해 전일제 대신 시간제로 근무할 경우 받는 ‘파트너십 보너스(Partnerschafts bonus)’도 추가했다.

헤럴드경제

[헤럴드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부모수당 지원책이 여러가지로 나오면서 신청자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독일 연방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부모수당 플러스를 수급한 부모는 60만5713명으로, 기존 부모수당을 신청한 이들 중 32.8%를 차지한다. 5년 전인 2018년 수급자와 비교했을 때 6.8%포인트(13만319명) 증가한 수치다. 파트너십 보너스 수급자 역시 3만2481명이었던 2018년 대비 지난해엔 4만4075명이 신청해 1만1594명(0.5%포인트) 늘었다.

영국공원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강줄기를 바라보며 자녀와 함께 평온한 오후를 즐기고 있던 세바스찬(36)과 마리아(36·여) 부부 역시 부모수당의 여러 선택지 가운데 파트너십 보너스(Partnerschafts bonus)를 선택한 경우다. 파트너십 보너스를 선택하면 부모수당을 모두 받았더라도 4개월 동안 월 150~500유로(21만~78만원)을 받을 수 있다.

세바스찬 씨는 “부부가 모두 육아휴직 중이며 14개월치 부모수당을 모두 받았다”며 “저는 은행, 아내는 보험사에 다니는 데 육아휴직 중에 하프타임으로 근무하고 있다. 근무시간은 유연한 편인데 육아휴직 중엔 다양하게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모수당이 자녀를 돌보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이같은 제도가 없다면 아이를 키우거나 출산을 계획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일에도 아이와 시간 보내는 부모들…“자녀 계획 부담 없어요”
헤럴드경제

지난달 22일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의 '영국공원'의 한 놀이터에 아이를 데리고 나온 ‘변호사 엄마’ 나탈리(35)씨. 만삭의 몸으로 이제 막 돌이 지났을 것 같은 아이와 놀이터에서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그는 “둘째를 갖는 데 큰 고민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영철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9만평 이상의 거대한 면적으로 조성된 도심 공원인 뮌헨 영국 정원은 이 도시의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는 쾌적한 공간이 되고 있다. 굳이 우리나라 부모들처럼 돈을 들여 ‘키즈 카페’를 찾지 않아도 된다. 도시가 제공하는 최적의 육아 인프라다.

공원엔 그네와 시소, 모래 놀이를 즐길 수 있는 놀이터도 적지 않다. 취재팀이 찾은 날 오후에도 모래밭을 뒹구는 아이, 그네를 타는 아이, 시소를 타는 아이 등 십수명이 놀이터를 만끽하고 있었다. 주말도 아닌 평일인데, 부모가 함께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는 풍경이 낯설었다.

2022년 기준 한국에선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 육아휴직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28.9%로, 30%도 되지 않는다. 독일에서 펼쳐지는 이런 장면은 쉬이 꿈꾸기 힘들다.

놀이터에서 유일하게 엄마 혼자 아이를 데리고 나온 ‘변호사 엄마’ 나탈리(35)씨는 만삭의 몸으로 이제 막 돌이 지났을 것 같은 아이와 놀이터를 즐기고 있었다. 그는 “둘째를 갖는 데 큰 고민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때 독일에서도 우리처럼 ‘경단녀’가 되는 걸 우려해 아이를 낳지 않는 ‘고학력 여성’들이 많았다. 세계적인 추세가 사실 그렇다. 지난 2006년 학력이 낮은 여성이 아이를 포기하는 비율은 14%에 그쳤지만, 대졸 이상의 여성 중 27%는 ‘무자녀’였다. 그러나 3년이란 긴 육아휴직과 부모수당, 유연한 근로시간 등은 ‘아빠의 육아참여’를 늘렸다.

유모차 속 아기와 함께 영국정원 입구 앞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공무원 엄마 에바(37)씨는 “자녀를 한 명 더 낳는 것에 대한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부모수당 받는 아버지, 매년 증가…“신청하는 데 눈치 보지 않아요”
헤럴드경제

[헤럴드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

지난달 22일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의 '영국공원' 모습. 상의를 벗고 다니는 남성들, 가벼운 복장으로 아기와 함께 나들이를 나온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김영철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올해 3월 독일 연방 노동사회부(BMAS)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에서 부모수당을 받은 남성과 여성은 각각 48만2000명, 140만명으로 총 180만명이 넘는 부모가 부모수당을 지급 받았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부모수당을 받는 남성이 매년 증가하는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 본지가 독일 현지에서 만난 아버지들이 “누구나 쉽게 부모수당을 받을 수 있다. 주변에서 이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지 못했다”고 하던 증언과 상응하는 대목이다.

독일 연방 통계청에 따르면 부모수당을 받은 남성의 수와 전체 비율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부모수당을 받은 남성의 수는 지난 2021년보다 약 1만명(2.1%포인트) 증가했다. 부모수당을 수급하는 부모들 가운데 남성 비율 역시 2021년보다 0.7% 오른 26.1%로 집계됐다. 지난 2015년(20.9%)보다 5%포인트 이상 상승한 셈이다.

하랄드씨도 육아수당을 신청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에 “눈치를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이같은 질문에 아이를 번쩍 들어 올리면서 “사기업에서 일하든 공공기관에서 일하든, 육아휴직을 쓰는 데 어려워하는 지인들을 본 적이 없다. 다들 부담 없이, 당연한 권리로 사용한다”고 웃으며 답했다.

헤럴드경제

지난달 22일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의 '영국 공원'에서 만난 하랄드(36) 씨. 그는 독일에서 아버지들이 육아수당을 신청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눈치를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이같은 질문에 아이를 번쩍 들어 올리면서 “사기업에서 일하든 공공기관에서 일하든, 육아휴직을 쓰는 데 어려워하는 지인들을 본 적이 없다. 다들 부담 없이, 당연한 권리로 사용한다”고 아이를 번쩍 들어올린 채 웃으며 답했다. 김영철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yckim6452@heraldcorp.com
fact0514@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