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 “교권 추락한 지 오래…이른 새벽 전화오기도”
“‘전학 적응 위해 정문서 아이 데려가라‘ 부탁 오기도”
서울특별시교육청 보고서 “초등 교원은 학부모 갈등 가장 크게 인식”
전문가들 “민원 등 학부모 갈등, 저연차보단 선임 교사가 맡아야”
지난 20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전국초등교사노조가 주최한 기자회견에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신규교사의 유족이 참석해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박지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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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영철·안효정 기자]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교사의 업무 스트레스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교사들은 “초등학교에서 학부모와의 갈등이 가장 심한 스트레스 원인”이라며 입을 모았다.
21일 헤럴드경제가 만난 초등학교 재직 교사들은 학생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학부모들과 갈등이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학부모들 가운데 아이들에 대한 과보호 경향이 적지 않아 교사와 갈등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교권 추락…“‘자기 아이만 사랑하지 않는다’ 항의도
21일 오전 서울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극단적 선택을 한 서이초등학교 담임 교사 A씨를 추모하는 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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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와의 갈등 사례를 통해 교권이 땅에 떨어진 것을 체감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서울에서 재직 중인 장모 씨는 “교권이 추락한 지 오래다”며 “급식 검사나 숙제를 안 해서 혼내는 것도 아동 학대란 비판이 나오는 등 민원과 (학부모의)갑질이 쇄도한다”고 말했다.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심모(27)씨는 “담임이 자기 아이에게 웃어주지 않는 다는 이유로 자기 아이만 사랑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항의가 (학교에) 들어온 적도 있다”며 “‘아이가 최근 전학을 와서 적응하기 힘들어하니 당분간 담임교사가 교문에 와서 직접 데려가달라’는 무리한 부탁도 들어온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교사가)아이를 돌보는 것은 중요하지만, (학부모들이) 자기 아이에게만 ‘특별대우’ 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하곤 하는데, 현장에서 교사의 의욕을 꺾고 마음을 병들게 한다는 사실은 개의치 않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학부모의 민원이 속출하는 것은 교사에게 큰 부담인 게 사실이다. 일부이긴 해도, 학부모가 학교에서 발생한 일을 아동학대로 보고 교사에게 비판을 가하는 장면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초등학교 교사 박모(32) 씨는 “하루는 옆 반의 한 학생이 체육수업 중 야구방망이를 던지고 욕하는 등 소란을 피운 적이 있었다. 학생 학부모에게 이 사실을 알리니 ‘우리 애가 원래 화가 나면 감정조절 못한다. 옆에 있는 사람 안 때린 게 잘한 것’이라고 해명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민원 때문에 아이들을 혼내는 게 부담스러운데, 몇몇 아이들은 혼내지 않으면 제어하기 어렵다”며 “그렇다 해서 (아이들을) 저지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은 없다”고 호소했다.
“초등학교서 학부모-교사 갈등 관계 가장 높아”
지난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강당 앞에서 추모객들이 강당 외벽에 국화꽃을 놓고 추모메시지를 적는 등 고인이 된 교사 A씨를 추모하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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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서 교사와 학부모 간의 관계가 다른 이들과의 관계보다 갈등 양상이 가장 심하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올해 3월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이 발표한 ‘서울교원종단연구 2020 2차년도 시행 및 결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초등학교 교사들은 학부모와의 갈등이 동료교사, 학생 등 다른 관계로 인한 갈등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해당 보고서는 교사들을 경력에 따라 2년, 6년, 11년, 16년, 21년, 26년으로 나누고 이들의 관계갈등을 동료 교사, 학생, 학부모, 학교 관리자 등 네 가지로 나누어 5점 만점으로 조사했다.
특히 저연차인 초등교사일수록 학부모와의 갈등이 가장 높았다. 학부모와의 갈등 척도를 보면 초등학교 교직 경력별로 ▷2년·6년 2.43점 ▷11년 2.21점 ·16년 2.20점 ·21년 2.05점 ▷26년 1.92점으로 등으로 모든 연차에서 다른 관계에서의 갈등보다 높게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학교로 들어오는 민원 등 학부모와의 갈등에 처했을 때 경험이 적은 신입교사보단 교장이나 선임교사들이 해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교폭력대책위원회가 있지만 아직까진 교사들이 중간에 학부모의 민원을 직접 해결해야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연차 등 아직 경험이 적은 교사를 민원이 많이 발생하는 부서에 배정하는 건 다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교감 혹은 교장 등 학교 내에 있는 자원과 연차가 높은 교사들이 좀 더 진지하게 민원 해결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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