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아동학대 피해와 대책

학생에 폭행 당해도 ‘아동학대’ 신고때문에…“교사 생활지도엔 면책권 부여해야”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헤럴드경제

지난 달 23일 인천의 모 초등학교에서 특수학급 담당 교사가 학생에게 머리채를 잡힌 채 쓰러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초등학교 교사들이 잇따라 학생에게 폭행을 당한 데 이어 또 다른 교사가 교권 침해 의혹으로 극단적 선택한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교권 보호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해서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교육계에 따르면,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태규 의원이 지난 5월 발의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개정안의 핵심은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해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아동복지법상 정서적·신체적 아동 학대, 방임 행위로 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야당에서도 비슷한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은 지난 달 법령과 학칙에 따른 교사의 학생 생활지도는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강 의원은 또 교원의 학생 생활지도가 아동학대 범죄로 신고돼 조사·수사 등이 이뤄지는 경우 학교장이 조사·수사기관, 법원에 의견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 법률안도 발의해둔 상태다.

여야를 불문하고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해 법안 개정에 나선 것은 최근 일부 학생에 의한 수업 방해, 교육활동 침해가 심각해졌는데도 아동학대 신고 위험 때문에 교원이 학생들을 정당하게 지도할 방안은 거의 없다는 문제의식 탓이다.

교육계에서는 2000년대 들어 아동복지법이 계속해서 강화하면서 학생의 인권만 지나치게 강조됐고, 상대적으로 교사들의 교권 보호는 미흡했다는 인식이 우세하다.

헤럴드경제

학생에게 폭행을 당한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A교사의 피해 모습. [서울교사노동조합]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지난 12일 교권옹호기금운영위원회를 열고 올해 교권 침해 사건 관련 소송과 행정 절차 87건을 심의한 결과 44건(51%)이 교원의 지도와 학교폭력 대응 등을 문제 삼은 아동학대 고발·고소·소송 건으로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그 중 상당수는 불기소로 종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경기교사노조가 2018∼2022년 5년간 교사를 대상으로 한 아동학대 고소·고발 사건을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53.9%)이 기소되지 않고 마무리된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아동학대 신고 불기소율(2021년 기준)이 14.9%라는 점을 고려하면, 교사를 상대로 예민하고 과한 아동학대 고소·고발이 심각하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연이은 교사들의 폭행·사망 사건에 현장 교사들이 들끓고 있는 것은 교권 추락에 대한 현장 교사들의 공분이 적지 않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18일에는 서울 양천구 초등학교에서 6학년 담임교사가 다른 학생들이 있는 교실에서 남학생에게 폭행을 당해 전치 3주 진단을 받은 사건이 알려졌다. 해당 교사가 소송을 제기하기로 하고 엄벌 탄원서를 요청하자 교사 탄원서가 순식간에 1800장 접수됐다.

헤럴드경제

20일 오전 서초구 한 초등학교 앞에 등굣길 학생들이 추모 메시지를 적고 있다. 교육계에 따르면 이 학교 담임 교사 A씨가 학교 안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어 전날에는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에서 신규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사망 경위를 파악 중인 가운데 특정 학부모가 지속해서 악성 민원을 제기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상태다.

지난 달에는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여학생에게 머리채를 잡히는 등 폭행과 언어폭력을 당해 전치 6주의 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법 개정안이 학교 현장에서 아동학대 위험을 키울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연이은 교권 추락 사건에 반대 여론에 힘이 실리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충남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아동학대 신고를 받으면 학교도 몸을 사리는 경우가 많아 교사가 개인적으로 변호사를 알아보는 경우가 많다"며 "교육활동 보호를 위해서는 무고성 아동학대에 대한 제어장치가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yeonjoo7@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