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역 시민단체와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족들이 19일 충북경찰청 앞에서 충북도지사와 청주시장, 행복청장 등 관계 기관장을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해 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한덕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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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지역 주민들이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의 책임자 처벌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19일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명백한 인재”라며 김영환 충북지사, 이범석 청주시장, 이상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장을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수사해달라는 고발장을 충북경찰청에 제출했다.
이들은 충북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충북도, 청주시, 행복청이 모두 책임을 회피하며 사고 원인을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대회의는 “시청은 도로 통제권한이 도청에 있다고 하고, 도청은 매뉴얼상 통제 기준이 아니었다고 하며, 행복청은 제방엔 문제가 없다고 한다"면서 “어느 한 곳도 책임지려 하지 않아 시민들이 이들을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 개념을 적용하면 사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기관장을 처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대시민재해는 공중이용시설이나 공중교통수단의 설계·제조·설치·관리상 결함이 원인이 되는 재해를 말하는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아직까지 이 조항으로 사법처리가 이뤄진 사례는 없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지방단체장을 '경영책임자'로 보아 중대시민재해로 처벌할 수 있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청주변호사회 소속 조성전 변호사는 “오송 지하차도는 시설물 규정이나 사고 원인, 관리 상황 등으로 볼 때 중대시민재해에 해당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번 사고의 경우 과실 주체와 피해 인과관계가 중첩돼 있어 어느 기관장이 처벌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단서를 달았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가능성에 대해 충북경찰청 수사본부 관계자는 “관련 법 적용 검토는 수사 상황을 봐 가면서 결정할 것”이라며 “그동안 제기된 의문과 의혹을 남김없이 철저히 수사해 원칙대로 법을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수사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인력을 지하차도 수사본부에 투입하기로 했다. 충북경찰청 소속 경찰관들이 당시 112 신고를 부실하게 대처했다는 의혹이 있는 만큼, 충북경찰청이 '셀프수사'를 하는 모습으로 보이는 상황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20일 오전 궁평2지하차도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 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번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참가해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의 부실 대응을 질타했다. 유족 대표 안정선씨는 “이런 일이 정상적인 나라에서 어떻게 일어날까라는 자조 속에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전국 18개 단체로 구성된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도 18일 성명에서 “참사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있는 기관들을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엄벌해달라”고 촉구했다.
청주=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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