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과속 인상'에 부담 커진 소상공인..."고용축소 예고"
소상공인연합회 "소상공인 현실 외면한 무책임한 결정"
“내년 최저임금 9860원 결정, 죽으라고 등 떠미는 거죠.”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이 최종 확정된 19일 오후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60대 점주 이모씨(65)는 “내년엔 사람을 뽑을까 했지만 인건비 무서워서 그나마 있는 직원도 잘라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전기·가스비·대출 상환 부담은 어깨를 짓누르고 최저임금까지 인상돼 숨이 턱턱 막힌다며 가게 운영을 더 이상 이어가기도 어려울 지경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손님들에겐 죄송하지만 조금이라도 아껴 보려 직접 일하는 시간에는 에어컨도 안 켠다”며 “노동자뿐만 아니라 자영업자들도 하루하루 사는 게 벅찬데 왜 우리 사정은 늘 외면하고 대기업과 같은 취급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신대방동에서 10년째 음식점을 운영 중이라는 김모씨(62)도 자영업자들이 체감하는 최저임금 인상 폭은 더 높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장사한 지 10년 넘었지만 이렇게 인건비 부담이 크게 와닿은 적은 처음”이라며 “주휴수당까지 생각하면 인건비 부담은 더 커진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장사를 접는 것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고개를 떨궜다.
실제 하루 8시간씩 주 5일 근무를 하면 주휴수당이 포함돼 실제 월급은 206만740원이 된다. 시급은 240원 올랐지만 월급은 5만원 이상 인상되는 것이다.
인근 PC방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직원 7명을 고용 중이라는 PC방 사장 김모씨(41)는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 최저임금이 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우리처럼 24시간 사업을 운영하는 업종은 주휴수당만이라도 제외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도 인건비로만 월 800만~900만원 나가는데 2.5% 인상되면 200만~300만원 더 부담하게 된다”며 “PC방 요금을 올릴 수 없으니 직원을 자르고 무인 기계와 서빙로봇을 더 들여올 계획”이라며 가게 입구에 있는 키오스크를 가리키며 쓴웃음을 지었다.
최저임금 인상이 현실화하면서 편의점과 카페, PC방 등 자영업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당초 예상보다 최저임금 인상 폭이 줄긴 했지만 인상 자체가 경영 부담을 키울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실제 소상공인 절반 이상은 최저임금 부담으로 내년에 아르바이트 고용을 축소할 것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소상공인 경영관리 서비스 제공업체 한국신용데이터가 소상공인 394명을 대상으로 내년 아르바이트 고용계획을 조사한 결과 ‘축소한다’는 응답이 65%로 나타났다.
소상공인업계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번 최저임금 결정은 소상공인의 절규를 외면한 무책임한 처사”라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의 ‘나 홀로 경영’을 더욱 심화시켜 일자리를 대폭 사라지게 하는 후폭풍을 불러올 것이 자명하다”고 비판했다.
아주경제=이나경 기자 nakk@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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