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수량'·환경부 '수질' 관리체제 이전 정부 때 통합
국토부 재이관 주장에 '현 정부판 4대강 사업' 신호탄 해석도
환경부와 국토교통부. |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홍준석 기자 = 큰 수해가 발생하면서 그 원인을 놓고 '물관리 일원화'가 다시 논란이다.
전임 문재인 정부는 '물관리 일원화'를 명목으로 국토교통부 소관이었던 물관리 업무를 환경부로 옮기고 관련 조직과 예산도 이관한 바 있는데, 이번 수해를 계기로 정치권에서는 물관리 업무를 국토부로 재이관해야 한다는 주장도 흘러나온다.
국토부가 '수량', 환경부가 '수질'을 담당하는 체제에서 환경부가 물관리 대부분을 맡는 물관리 일원화는 문재인 전 대통령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였다. 2018년 6월 정부조직법이 개정돼 '수자원의 보전·개발·이용', 즉 하천 관리를 제외한 대부분 물관리 업무가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넘어갔다.
하천 관리 업무는 2020년 12월 31일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2022년 1월 1일 자로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이관됐다.
'환경부 중심 물관리 일원화'는 국제 추세라는 것이 이를 추진할 당시 정부의 설명이었다.
작년 2월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08년부터 수량과 수질을 통합 관리하라고 권고해왔으며 OECD 35개 회원국 가운데 23개국에서 환경 부서가 물관리를 통합해 담당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하천 유지·보수는 1962년 하천법 제정 후 대체로 지방자치단체 업무였다.
총연장이 2만9천573㎞에 달하는 전국 3천841개 하천을 중앙정부가 전부 관리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이명박 정부 때 4대강 사업이 추진되면서 국가하천 유지·보수는 중앙정부가 맡는 것으로 바뀌었다.
다만 실질적으론 국가하천 전부를 중앙정부가 직접 관리하지는 않고 5대강 본류와 특수한 하천인 아라천만 중앙정부가 관리하고 나머지 국가하천은 지자체에 국고를 지원하며 관리를 위임하고 있다.
통계를 보면 지방하천보다는 국가하천이 더 잘 관리되는 것으로 보인다.
2021년 12월 31일 기준 하천일람을 보면 국가하천 73곳 제방 정비 완료율은 79.17%이고 지방하천 3천768곳 완료율은 49.08%이다.
정부는 관리가 안 되는 지방하천을 국가하천으로 승격해 직접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작년 8월 중부지방 집중호우 이후 내놓은 '도시침수와 하천홍수 방지책'에도 "홍수 위험이 커 정비가 시급한 하천을 국가하천으로 승격해 안전을 강화하겠다"라는 계획이 담겼다.
다만 예산과 인력 충원 없이 국가하천을 늘리면 중앙정부 업무 부담이 과도해지면서 전반적인 하천관리가 부실해질 수 있는 우려가 있다. 특히 기후위기 시대엔 지역 특성을 잘 아는 지자체가 하천 관리를 맡는 것이 더 낫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방재 전문가는 "기후변화로 예측할 수 없는 호우가 잦아지면 기존 매뉴얼로는 모든 상황에 다 대응할 수 없을 것"이라며 "지자체 공무원 중 전문인력에 권한을 더 많이 줘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수해의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많은 비가 온 탓도 있지만 결국 환경부로 물관리가 일원화되면서 하천 관리가 미흡해졌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엔 뚜렷한 근거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관리 업무를 나누지 말고 더 통합하는 것이 재해 예방·대응 등에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 그간 전문가들 조언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1년 2월 물관리 일원화 후속 과제를 제안한 보고서에서 "수량과 수질 외 물관리는 행정안전부가 태풍·호우·폭설 등 수재해,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업용수, 해양수산부가 연안·하구, 산업통상자원부가 수력발전을 담당하는 등 여러 부처가 분담해 수행해 업무 효율화를 위한 노력이 지속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 때 추진됐다고 주장되는 '지류·지천 정비사업'을 중심으로 '현 정부 판 4대강 사업'을 진행하려고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1999년부터 수해를 예방하기 위한 지방하천 정비사업을 진행해오긴 했지만 '4대강 지류·지천 정비사업'이라고 별도의 사업을 추진한 적 없다는 것이 그간의 정부 입장이다.
현 정부는 출범 후 전 정부 4대강 정책을 뒤집는 모습을 보여왔다.
전 정부가 4대강 보를 해체·개방하면서 수해가 심해졌는지, 4대강 보 덕에 수해가 덜해졌는지도 계속되는 논란거리다.
하지만 4대강에 건설된 16개 보 가운데 금강 세종보를 제외하면 전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환경부는 전 정부 시절인 2021년 2월 내놓은 '4대강 보 홍수조절능력 실증평가' 보고서에서 "2020년 8월 홍수 시 실측 데이터로 분석한 결과 4대강 보 홍수조절능력은 없으며 오히려 통수단면을 축소해 홍수위 일부 상승을 초래했다"라고 평가했다.
현 정부가 물관리 중요성을 내세우지만 정작 물관리 최상위 국가기관인 국가물관리위원회 소속을 대통령에서 국무총리로 위상을 낮추기로 한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4대강 종합 치수계획이라고 할 수 있는 4대강별 '물관리종합계획'은 물관리기본법에 따르면 작년 6월까지 수립돼야 했는데 아직도 수립되지 않았다.
지난해 8월 한강·금강·낙동강·섬진강영산강 유역물관리위원회가 국가물관리위원회에 강별 물관리종합계획 심의를 요청했지만 '계획의 완성도가 낮다'라는 등의 이유로 환경부가 합의를 거부했다.
2기 유역물관리위가 최근에야 출범했기 때문에 4대강별 물관리종합계획 수립에는 또 상당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수해를 계기로 4대강을 비롯한 물관리 정책 전반이 다시 논란될 전망이다.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총리가 위원장이고 장관들이 위원인 국가물관리위보다 (물관리에) 강력한 조직이 있을 수 있겠느냐"라면서 "물관리기본법 취지대로 국가물관리위 위상을 강화하고 제대로 일하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비가 내리는 지역별로 빗물을 관리하는 주체가 다르다 보니 이런 상황을 통합해서 관리하라고 만든 컨트롤타워가 국가물관리위"라면서 "현재는 위원회가 사무국도 없이 환경부에 셋방살이 비슷하게 하고 있는데 위원회를 더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서일원 명예교수는 "수질과 수량은 뗄 수 없는 관계란 점에서 환경부가 수량까지 고려하게 한 점은 바람직한 일"이라면서도 "댐·제방 건설이나 하천 바닥 준설 등이 필요한 수재해 예방은 다른 문제로 전문성을 가진 부처가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서 명예교수는 수재해 예방 업무는 국토부로 다시 이관하거나 국가수자원청 같은 전문기관을 별도로 설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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