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가해자 1만명인데…‘실태조사’ 언제 하나

스토킹 방지법 18일 시행

실태조사 근거 조항 있어도 별도 조사 불투명

2024년 여성폭력 실태조사 포함 예정

“고위험 범죄 발전 가능성 높아 별도 분석 필요”

지난해 신당역 스토킹 살해 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한 시민이 추모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 인천 논현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7일 30대 남성 A씨가 스토킹 중 여성을 살해했다. 피해자는 지난 2월 데이트 폭력으로 A씨를 경찰에 신고했고, 지난달에는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로 그를 고소했다. A씨는 법원으로부터 100m 이내 접근 금지 명령을 받은 상태였지만 미리 흉기를 준비해 출근길에 오르던 피해자를 살해했다.

스토킹 방지법 시행을 하루 앞둔 지난 17일 스토킹에 시달리던 여성이 살해됐다. 경찰청이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스토킹 피의자는 무려 1만37명. 스토킹 범죄 특성을 면밀히 분석해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하지만 별도 실태조사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거나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18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여성가족부는 오는 2024년에 실시될 여성폭력 실태조사에 스토킹 관련 문항을 포함하는 방식으로 스토킹 실태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날 시행된 스토킹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 방지법) 제4조에 따르면 여성가족부 장관은 3년마다 스토킹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 결과를 발표하고 이를 정책 수립 기초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 가정폭력 실태조사, 성폭력 실태조사처럼 별도 국가 승인 통계를 작성할 근거 조항이 마련됐지만, ‘여성 폭력’ 범죄 중 하나로 보고 별도 조사를 시행하지 않는 셈이다.

별도 실태조사가 시행될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국무조정실이 지난 5월 마련한 ‘행정조사 정비방안’에 따라 여성가족부가 진행 중인 실태조사를 통합할 것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무조정실은 여성가족부가 진행 중인 여성폭력 실태조사, 성폭력 실태조사, 가정폭력 실태조사가 “여성폭력과 관련 있음에도 개별 법령에 따라 각각 실시 중”이라며 실태조사 통합 검토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스토킹은 다른 범죄와 구분돼 별도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조제성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국 등 해외에서는 스토킹 실태조사가 오래전부터 진행되고 있다. 한국은 많이 늦은 시점”이라며 “전 연인, 전 남편 등 아는 사람한테 스토킹을 당한 비율이 90% 이상이다. 관계 기반 범죄는 고위험, 심각한 폭력과 살인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 통계뿐만 아니라 가해자에 대한 분석 등을 통해 국내 상황에 맞는 스토킹 범죄 유형화, 위험성 평가 척도 개발 등 다양한 측면에서 살펴볼 지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조 부연구위원이 스토킹 전담 경찰관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응답 경찰의 76.9%가 데이트 폭력 피해자에게 스토킹 사전 안내를 할 경우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현행 여성폭력 실태조사는 스토킹 피해를 포괄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민경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강조되는 ‘증거 기반 정책 수립’ 기조를 감안하면 실태조사는 필수적인 증거 수집 절차”라며 “여성폭력 실태조사는 조사 모집단이 ‘19세 이상 성인 여성 가구원’이다. 스토킹은 미성년자, 성인 남성 또한 피해를 경험하는 빈도가 높을 것으로 추정돼 별도 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성가족부는 “내년 여성폭력 실태조사에서 스토킹 관련해 남성이 포함되도록 조사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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