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불행에 함께 슬퍼했던 32세 청년
"더 열심히 살겠다"했지만 인재로 사망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시신으로 발견된 실종자를 수습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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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씨는 지난 15일 아침 출근길 급류에 휩쓸린 청주 747번 급행버스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사망했다. 이후 17일 조씨가 과거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하면서 추모와 애도가 이어졌다.
조씨는 세월호 5주기 때인 2019년 4월 16일 "5년 전 나는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가난한 대학생이었다. 그때 나 살기도 힘들었는데 세월호 뉴스를 보고 눈물이 흘렀다. 무사히 아이들이 구출되길 바라고 또 바랐다. 5년이 지난 오늘 나는 여전히 가난한 대학생이고, 많은 아이가 돌아오지 못했다. 어떻게 된 건지는 대충 드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어른은 자리에 없었다. 그렇지만 그때 함께했던 마음만은 오래도록 남아 가야 할 길을 가르쳐주겠지. 얘들아,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도록 남아있는 우리들이 더 열심히 살게"라고 적었다.
'이태원 참사' 발생 다음 날인 지난 2022년 10월 30일에도 "소식을 들으며 오래전 상주에서 있었던 사고가 생각났다. 내 고향 상주는 인구가 10만명이 안 되는 시골인데, 가을쯤이면 자전거 축제라는 걸 하곤 했다. 축제에 연예인을 초청했고 모처럼 유명인을 보기 위해 공연 장소에 1만명이 넘는 사람이 모였고, 사고가 났다"고 회상하면서 "그래서 그런지 이태원 사고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안 좋았는지 모른다. 내가 아는, 내가 알지 못하는 모든 분의 안녕을 빈다"고 했다. 또한 "한창 반짝일 젊음이 이렇게 지는 게 슬프다"고 썼다.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6일 오전 실종자 수색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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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씨가 타인의 사고에 마음 깊이 아파하는 면면이 공개되면서 "참사를 보고 저렇게 안타까워하던 분이었는데 참사로 돌아가시다니", "타인의 슬픔을 공감하고, 함께 슬퍼해 주던 청년이 비극을 당했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유가족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한창 돈 벌 나이여서 직장 열심히 다녔던 아들이었다.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연락도 잦았다"며 "이번 참사는 문제점이 대단히 많은 사고다. 규명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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