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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멘탈’ 박스오피스 역주행···유난한 한국 인기 ‘K장녀’ 앰버 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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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멘탈’ 박스오피스 역주행···유난한 한국 인기 ‘K장녀’ 앰버 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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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엘리멘탈>의 한 장면. 물 웨이드(마무두 아티)와 불 앰버(레아 루이스)는 특별한 우정을 나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 <엘리멘탈>의 한 장면. 물 웨이드(마무두 아티)와 불 앰버(레아 루이스)는 특별한 우정을 나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영화 <엘리멘탈>이 국내 박스오피스를 역주행하고 있다. 개봉일인 지난달 14일 박스오피스 3위로 출발한 영화는 개봉 2주 차 토요일인 지난달 24일 1위에 오른 뒤 12일까지 19일째 정상을 지키고 있다. 이날까지 355만 관객을 모은 영화는 역대 픽사 애니의 국내 흥행 순위 2위에 올랐다. <코코>(351만)와 <토이스토리4>(340만)를 제친 성적이다. 1위는 8년 전 496만 관객을 모은 <인사이드 아웃>이다.

<엘리멘탈>의 인기는 해외에 비해 국내에서 두드러진다. 흥행 집계 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영화는 북미 다음으로 한국에서 흥행 중이다. 한국에서만 2591만8750달러(약 334억3259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같은 아시아 지역인 중국에서의 매출이 1536만1167달러(약 198억2051만원)로 뒤를 이었다.

북미에서도 매출 1억달러를 넘기긴 했으나, 전 세계 박스오피스를 보면 영화는 역대 픽사 영화 대비 부진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또 다른 집계 사이트 ‘더 넘버스’에 따르면 <엘리멘탈> 매출은 역대 픽사 애니메이션 중 22번째에 불과하다. <벅스라이프> <굿 다이노> <버즈 라이터이어>와 비슷한 수치다. 영화가 아직 상영 중임을 고려하더라도 10위권 후반에 머물 것으로 예측된다.

<엘리멘탈>이 유난히 한국에서 관객을 모으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계 감독 피터 손이 영화에 녹여낸 한국적 정서에 국내 관객이 공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화 별점 사이트 왓챠피디아에서는 ‘착하려고 화에 갇힌 겁쟁이 장녀’ ‘아시아인이라면 눈물이 고일 수밖에 없다’ ‘K장녀라면 본인 이야기라고 생각할 것’이라는 내용의 영화평이 많은 공감을 얻었다.



흥행집계 사이트더 넘버스 기준

흥행집계 사이트더 넘버스 기준


2주 전 영화를 본 김미량씨(33)는 “엘리멘트 시티에서 원소들이 시각화된 이미지가 신비로웠다. 캐릭터가 선명하고 캐릭터에서 시작하는 유머들이 유쾌하고 귀여웠다”며 “캐릭터들이 절을 하는 장면이나 아버지의 꿈이 곧 자녀의 꿈이 되는 설정 등 한국적 요소가 반갑게 느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불, 물, 공기, 흙 등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원소들이 어울려 사는 세계 ‘엘리멘트 시티’를 배경으로 한다. 엘리멘트 시티 안 불들이 모여 사는 파이어 타운에서 태어난 이민자 2세 앰버(리아 루이스)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잡화점을 이어받으려 한다. 그것이 아버지가 바라는 일이기 때문이다. 앰버는 이따금 불쑥불쑥 찾아오는 화를 주체하지 못한다. 그는 물 흐르듯 사는 웨이드(마무두 아티)를 만난 뒤 자신의 진짜 꿈은 다른 것일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품는다. 앰버는 고생한 부모를 위해 ‘착한 딸’로 살고 있어, 한국의 장녀·장남이 부모에게 가진 의무감과 부채의식을 연상시킨다.


지난 5월30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피터 손 감독(가운데)가 영화를 소개하고 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지난 5월30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피터 손 감독(가운데)가 영화를 소개하고 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손 감독은 지난 5월30일 기자간담회에서 “1960년대 미국에 이민 와 고생을 많이 하신 어머니, 아버지 등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만든 영화”라고 전했다. 제작진은 불 원소 특성에 한국인 이민자들의 성격과 모습을 반영했다고 전했다. 불들은 뜨거운 음식을 즐기고, 속도 내기를 좋아한다. 서로 절을 하는 모습도 한국의 큰절에서 착안했다.

CGV 집계에 따르면 영화 관객의 68%는 여성으로, 남성(32%)보다 2배가량 많았다. 세대별로는 20대가 38%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30대(26%), 40대(19%)가 뒤를 이었다.

앰버(가운데)를 비롯한 불 가족. 속도 내기를 즐긴다. 이방인을 만나면 뜨거운 음식을 권한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앰버(가운데)를 비롯한 불 가족. 속도 내기를 즐긴다. 이방인을 만나면 뜨거운 음식을 권한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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