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세계를 흔든 K콘텐츠의 중심에 선 웹툰. 좋은 작품이 많다는데 무엇부터 클릭할지가 항상 고민입니다. '웹툰' 봄을 통해 흥미로운 작품들을 한국일보 독자들과 공유하겠습니다.웹툰 '사변괴담'은 한국전쟁 시기 극심한 이념 갈등과 그로 인한 부조리에서 비롯한 공포를 다룬 스릴러물이다. 네이버웹툰 캡처 |
여름 대표 장르인 '공포물'. 독자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방법은 다양하다. 잔인한 범죄가 공포의 소재가 되기도 하고 귀신, 좀비, 괴물 같은 존재 자체가 두려움을 자아낼 때도 있다. 혹은 병원이나 학교 등 공간적 배경이 서늘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서사도 꾸준히 인기를 얻는다.
공포·스릴러 웹툰 '사변괴담'은 그중에서도 한국전쟁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공포의 원천으로 삼은, 일종의 전쟁 괴담집이다. 혼란한 시대 속 불안과 불신 등을 공포로 전환시킨 점이 탁월하다. 근현대사의 부조리를 적절히 녹여낸 '조국과 민족'과 '아버지의 복수는 끝이 없어라'의 강태진 작가가 올해 1월부터 네이버웹툰에서 연재 중이다. 작가가 그간 쌓아 온 스릴러 스토리텔러로서의 역량을 엿볼 수 있다. 옴니버스 형식이나, 그 바탕에는 송장을 '생시'(좀비처럼 움직이는 귀신)로 살려내는 수수께끼의 인물인 '대훙관'으로 연결되는 미스터리 서사가 깔려 있다.
스크롤이 멈춘 그 컷 ①
전신 화상을 입고 죽은 한 반공단원의 혼이 되살아나서도 '빨갱이'를 사살하겠다고 나선다. 참혹하다 못해 기이한 이념전쟁의 현실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네이버웹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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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변괴담'은 극심한 이념 갈등의 산물인 한국전쟁에서 비롯한 공포감을 극대화했다. 아주 작은 시골 마을 주민까지도 좌우로 나뉘어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던 시절. 복수가 또 다른 복수를 부르며 늘어나는 죽음 속에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느꼈던 불안과 불신이 작품 전반에 흐른다.
첫 화인 '숙모' 편은 한 마을에서 벌어진 참혹하다 못해 기이한 현실을 그린 공포물이다. '영남'은 부모님, 여동생 '영순'과 남쪽으로 피란을 떠난다. 갈 곳이 없던 영남의 아버지는 "빨갱이짓"을 해서 연을 끊었던 동생(이갑석)네로 가족을 데리고 간다. 도착해 보니 전신 화상을 입은 갑석은 붕대를 칭칭 감은 산송장이 됐고, 갑석의 새 아내라고 주장하는 생면부지의 여자가 영남이네를 맞는다. 그날 밤, 붕대를 감은 사내와 그 여인이 반공 세력 일원이자 갑석 일가를 죽인 '오동팔' 내외란 사실이 드러나면서 죽고 죽이는 비극이 또다시 시작된다. 제정신이 아닌 인물이 다짜고짜 "찬탁이야, 반탁이야"를 묻는 장면은 조금 다른 이유로 숨 막히는 공포감을 선사한다.
스크롤이 멈춘 그 컷 ②
시어머니는 죽은 며느리가 생시가 돼 자신과 3대 독자인 자신의 아들을 위협하자, 아들의 첩을 제물로 바치기로 결심한다. 네이버웹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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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에는 인간의 뒤틀린 욕망과 모순의 무서움도 담겨 있다. 두 번째 화인 '첩' 편은 아들을 향한 그릇된 모성애가 빚어낸 공포를 그린다. 3대 독자 '백석봉'의 어머니는 대를 못 잇는 며느리를 평생 구박한다. 아들의 첩 '홍춘'이 임신했다는 소식에 며느리를 향한 구박은 더 심해진다. 그러다 결국 '공비'에게 쫓기는 아들을 구하려 며느리를 죽음으로 내몰고, 억울함에 '생시'가 돼 돌아온 죽은 며느리를 내쫓으려 이번에는 첩인 홍춘을 제물로 삼는 굿을 준비한다. 이념 갈등과 가부장적 사회 문제가 뒤엉킨 서사는, 타인을 지옥으로 내모는 사람의 무서움을 신랄하게 드러낸다.
스크롤이 멈춘 그 컷 ③
귀신은 없다고 말하는 남자 뒤로 소복 입은 귀신이 지나가는 장면 등은 오싹하면서도 코믹한 느낌이 든다. 네이버웹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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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영화를 보는 듯한 컷 구성과 펜의 거친 질감이 그대로 묻어나는 작화도 이 작품의 매력이다. 적절한 클로즈업 컷이나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추리적 서사 진행 방식 등도 몰입감을 높인다. 위트 있는 장면들도 종종 나와 긴장을 풀고 쉬어갈 수 있는 틈을 준다. 귀신과 싸웠다는 영남이 남매에게 '귀신은 없다'고 말하는 남성 뒤로 소복 입은 귀신이 지나가는 장면을 보여주는 3장의 컷은 오싹하면서도 코믹하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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