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콜+] 다양한 색채의 합, 사람은 납작하지 않다 - 2023 프라이드 인 런던(Pride in London) (글 : 황정원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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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혼자 행진하지 마라."
7월 1일 토요일, 런던에서 <프라이드 인 런던> 행진이 열렸다. 이를 위해 하이드 파크 코너부터 피카딜리 서커스, 트래펄가 광장 등 도시 중심의 교통이 통제됐다. 축제 분위기는 인근 지하철역부터 물씬 풍겼다. 무지갯빛 양말 차림의 런던 교통국 (TFL) 직원, 얼굴에 무지개 그림을 그린 채 미소 짓는 경찰, 일렬로 걸린 무지개 깃발 아래를 빽빽하게 메운 군중들이 한껏 분위기를 돋우었다.
Photo by Ian Taylor on Unspla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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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Photo by Ian Taylor on Unspla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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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즈비언 모터사이클리스트 모임, <Dykes on Bikes>가 요란한 엔진 소리와 함께 무지개 깃발을 펄럭이며 달려 나가자 행진의 선두에 선 런던 시장 사딕 칸이 모습을 드러냈다. 올해는 600개 이상의 단체에서 3만5천여 명이 참가했으며, 역대 최고의 규모 덕에 행진만 6시간이 넘게 지속됐다. 시내 곳곳에 설치된 다섯 개의 무대에서는 다양한 공연 또한 함께 열렸다.
행진의 포문을 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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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드 인 런던>은 1972년, 약 2천 명의 사람들이 조직한 행진에서 시작됐다. 동성애자들에 대한 경찰의 대응 방식에 저항하는 하나의 사회운동이었다. 오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행진은 사회의 변화와 함께, 혹은 사회의 변화를 가속시키며 진화되어 왔다. 51회를 맞는 현재는 저항의 의미보다 축제의 성격이 강하다. 자원봉사자들이 주관하며 약 28억 원 (£1.7m)에 달하는 예산은 기부와 후원, 파트너십 등을 통해 충당한다.
올해의 주제는 "결코 혼자 행진하지 마라 (Never March Alone)"다. 사람들은 각양각색의 타이틀 아래 그룹을 이루어 연대하며 행진했다.
축제의 주인공답게, 성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운 그룹들이 가장 눈에 띄었다. 화려한 차림새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자랑스럽게 드러내며 서로의 다름을 축하하는 이들도, 사회 인식의 변화를 촉구하는 특정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도 있었다. 밝고 경쾌한 축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묵직했다.
HIV 생존자들의 모임 <Positively UK>의 멤버가 든 "나는 HIV 하나로만 규정되지 않는다!"라는 팻말이나 "전환 치료를 금지하라!" 등의 슬로건은 성소수자들이 겪는 사회적 낙인과 차별, 법적 문제들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현실임을 알렸다. <성소수자 가족들을 위한 모임>의 일부 부모들은 "나는 내 두 게이 아들을 사랑한다.", "자랑스러운 부모"라는 팻말을 들어 큰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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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취미, 스포츠, 거주지, 봉사활동 등 성 정체성 외의 다른 삶의 단면을 중심으로 모인 성소수자들 그룹은 저마다의 특색을 뽐내며 이 다름의 축제를 만끽했다. 가장 큰 박수와 호응은 군대, 의료진, 앰뷸런스, 소방서 등 타인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는 그룹에게 돌아갔다.
반듯한 자세의 기수가 무지개 깃발을 높이 들고 선두에서 출발하자 군악대가 경쾌한 음악을 연주했다. 그 뒤로 정복 차림의 해군, 육군, 공군이 절도 있는 몸짓으로 행진했고, 이어 국방부 직원들 (Ministry of Defence)이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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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복 차림에 청진기를 목에 두른 의료진들 뒤로는 색색의 풍선으로 꾸며진 앰뷸런스가 사이렌을 울리며 움직였고, 소방복 차림의 소방수들은 소방차와 함께 전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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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인파가 몰리는 행사니 만큼 대기업들은 자사의 이미지를 증진시키는 마케팅 기회로 적극 활용했다. 코카콜라, 이케아, 아마존, 로레알, 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 등 다양한 산업의 기업들이 참여해 흥을 한껏 돋우었다. 특히 넷플릭스는 LGBTQ+ 십 대들의 학창 생활을 그린 드라마 <하트 스토퍼>의 출연진들이 직접 참가해 많은 주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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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의 정체성과 메시지를 절묘하게 엮은 팀들도 눈에 띄었다. 공연 티켓 앱 TodayTix의 직원들은 "날 수 있는 기회는 모두에게 주어져야 해"라는 뮤지컬 <위키드>의 가사처럼 공연 대사들을 인용, 전문성을 드러냈다. 셰익스피어의 글로브 극장에서는 셰익스피어 시대 의상으로, 법률에 종사하는 이들은 법복 차림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나타냈다.
농업과 축산업에 종사하는 성소수자들의 모임 <Agrespect>는 농작물을 손에 쥐었고, 보건과 과학에 종사하는 <Proud Science Alliance> 일원들은 실험용 플라스크에서 쏟아지는 무지개 깃발을 들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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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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