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할리우드 배우 마고 로비, 아만다 사이프리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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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하수정 기자] "두 유 노 김치?", "두 유 노 봉준호?" 이 정도의 질문을 한다고 국뽕을 거론하지 않는다. 국내 배우가 해외에 나갔을 때도 비슷한 질문을 자주 받으니까. 그러나 얼마 전 '바비' 마고 로비의 내한 행사는 네티즌들이 "대리 수치심을 느꼈다"라는 반응이 속출할 만큼 혹평이 쏟아졌다. 게다가 겨우 기억에서 묻어둔 10년 전 흑역사까지 떠오르게 했다.
할리우드 배우 마고 로비는 최근 주연작 '바비'를 들고 처음으로 한국에 방문했다. 상대역 라이언 고슬링이 갑자기 불참해 아쉬움을 남겼지만, 첫 내한한 마고 로비는 공식 기자회견, 핑크카펫 등의 행사에 참석해서 예정된 일정을 성실하게 수행했다.
핑크카펫에서 마고 로비는 무려 40년 전인 1985년 출시된 바비 의상을 두 벌이나 보여줬고, 자신을 보기 위해 오래 기다린 국내 팬들을 위해 사인을 해주거나 사진을 찍는 등 역대급 팬서비스로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여기에 마고 로비의 생일을 맞아 다 함께 축하송을 부르면서 분위기가 절정에 달했다.
별문제 없이 순조롭게 내한 스케줄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핑크카펫 행사가 끝난 직후 '억지 국뽕쇼' 논란이 터졌다.
2013년 화장품 브랜드의 초청으로 내한한 아만다 사이프리드 |
MC 박경림이 영화 '바비'와 관련된 질문을 고작 4개만 하면서 마무리했고, 곧바로 'K-무용 공연'이라며 한국문화재재단 예술단의 진도북춤 공연이 펼쳐졌다. 이어 박술녀 한복 디자이너가 깜짝 게스트로 등장해 무대에 오르더니 '바비' 팀에게 핑크색 한복을 건넸다. 마고 로비는 해당 한복을 즉석에서 걸쳐 입었고, 박술녀 디자이너는 '바비' 팀의 한 가운데 서서 단체 인증샷을 남겼다. 심지어 마고 로비가 입은 한복 주머니에서 한복 가게 명함이 포착돼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도대체 '바비'와 박술녀 디자이너의 연관성을 모르겠다며, 국내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부정적인 반응과 비판이 쏟아졌다. 또한 총 30분 행사에서 절반 이상을 국뽕쇼에 치중하느라, 정작 '바비' 팀을 위한 시간은 10분도 되지 않았다.
'바비' 측 홍보를 맡은 국내 관계자는 OSEN에 "영화 속에서 바비가 다양성 있게 등장한다. 그런 이유로 여기서도 K-바비의 의상을 보여줄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한복 선물하게 됐고, 가장 한국적인 의상과 춤을 골라서 무용 공연도 했다"며 "우리 측이 깜짝 파티처럼 결정한 건 아니고, '바비' 팀도 모든 행사의 순서를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한복에 명함이 포착된 것에 대해선 "우리도 몰랐다. 나중에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답했다.
이유를 들어보면 나름의 사정은 있었고, 의도가 나빴던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쓰지 못한 점에 대해선 불찰을 인정했다.
특히 박술녀 디자이너는 지난 2013년 할리우드 스타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화장품 브랜드의 초청으로 내한했을 때, 본인의 이름이 표기된 한복을 선물한 것도 모자라 그 자리에서 입혀 구설수에 올랐다. 당시에도 생일을 맞은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선물로 받은 한복을 즉석에서 입은 뒤, 입을 벌린 채 놀란 표정을 지어 해당 사진이 인터넷상에 퍼지기도 했다.
이번 '바비' 마고 로비의 억지 국뽕쇼 논란은 네티즌들이 잊고 지낸 10년 전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한복 사건을 재소환하면서 또다시 부끄럽게 만들었다. 만약 똑같은 상황이 해외 행사에 참여한 국내 배우에게 벌어졌다면 항의성 댓글이 폭발했을지도 모른다. K-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고, 한류가 위상을 떨치고 있는 가운데, 의미도 없는 보여주기식 국뽕쇼가 꼭 필요할까? 문화 강국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넣어두자.
/ hsjssu@osen.co.kr
[사진]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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