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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탈레반, 이번엔 미용실까지 폐쇄 명령…여성 바깥출입 극한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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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21년 4월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한 미용실에서 고객들이 메이크업 서비스를 받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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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이 왜 금지되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남편은 실직 상태이며 이 미용실은 가족을 먹여 살리는 유일한 수단이다. 네 명의 자녀가 있는데 아이들은 음식과 학비가 필요하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한 미용사는 5일 <시엔엔>(CNN)에 이렇게 호소했다. 지난 2021년 8월 미군의 철수와 함께 정권에 복귀한 탈레반이 최근 여성들의 생계수단이자 사회적 교류의 장소인 전국의 미용실까지 폐쇄하라고 명령했기 때문이다. 탈레반 내무부는 지난달 24일 수도 카불을 비롯한 전국 모든 지역의 미용실에 이달 27일까지 폐쇄하고 폐업 신고서를 제출하라는 통지서를 발송했다.

4일 <아에프페>(AFP) 통신이 확인한 통지서 사본을 보면 탈레반 정부는 “최고 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의 구두 지시에 따른 것”이라며 이 같은 명령을 내렸다. 모하마드 사데크 아키프 무하지르 권선징악부 대변인은 왜 이 같은 명령이 내려졌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은 채 “일단 미용실이 문을 닫은 뒤 우리는 그 이유를 언론과 공유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그는 사업체들이 손실을 입지 않고 재고를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업무를 종료할 한 달의 시간을 주었다고 설명했다.

아프간에서 미용실은 여성이 거주지 이외에 사교 활동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이고, 가구의 유일한 소득원이 되는 생계수단이기도 하다. 수도 카불의 한 상점 주인은 <아에프페>에 “이런 사회에선 모든 여성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우리가 아예 아프간에서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걸…”하고 한탄했다.

이번 조치를 되돌리기 위해 유엔 아프간지원단(UNAMA)은 탈레반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트위터에 “여성의 권리에 대한 새로운 제한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여성의 대외 활동을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는 탈레반 정권에 우려를 표했다.

여성의 미용실 출입 및 경영 금지는 여성이 공공장소에 나올 수 없도록 배제하는 탈레반의 가장 최근 억제책이다. 탈레반은 재집권 후 여성의 인권을 옥죄고 사회활동과 교육을 제한하는 규정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현재 아프간에서 여성들은 공원·놀이공원·체육관·공중목욕탕 등에 출입하지 못하며, 중·고등·대학에도 다닐 수 없다. 올해엔 유엔 등 비정부기구에서 일하는 것까지 금지했다. 여성의 복장 규정을 엄격화했고 남성 보호자 없이 홀로 여행할 수 없도록 이동 규정도 강화한 상태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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