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日오염수 방류 반대 단체행동 돌입
국내 반대 여론, 대일 협상서 지렛대로 써야
합리적인 논쟁 막는 괴담·정쟁은 경계
'후쿠시마 오염수' 정국이 본격화했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이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 보고서가 기폭제로 작용, 야당은 단체 행동에 돌입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며 11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고, 민주당 이수진 의원과 김영진 의원도 최근 동조 단식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6일 저녁부터 국회 본청 로텐더홀 철야 농성을 시작으로 장외 집회와 일본 항의 방문, 태평양 인접국과 연대 추진 등 결사항전에 나섰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잇따르고 있는만큼 야당의 집단 반발을 이해못할 일은 아니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하지 않는 것이 국익에는 가장 부합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우리가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를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 때문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국내 여론은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조금 더 깐깐한 안전성 점검을 요구하는 데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
우려스러운 것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과정에서 무차별적으로 쏟아지고 있는 괴담이다. IAEA 최종 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일본 정부가 IAEA에 100만 유로 이상의 '정치헌금'을 건네고 안전하다는 결론을 미리 받았다는 의혹이 유튜브를 통해 퍼졌다. 야당은 IAEA 최종 보고서 발표 전부터 "정치보고서"라고 했다. 일각에선 일본이 IAEA 분담금을 전세계에서 3번째로 많이 낸다고 이유로 최종 보고서의 신뢰도를 의심했다.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IAEA 분담금은 미국이 25.25% 가장 많고 중국이 11.15%로 뒤를 이었다. 중국은 "태평양은 일본의 하수도가 아니다"면서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를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는 국가 중 하나다.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생산적인 토론을 가로막는 막말도 문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17일 인천 부평역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규탄대회에서 영국 원자력 석학을 "돌팔이 과학자"라고 했다. 웨이드 앨리슨 옥스포드대학교 명예교수가 국민의힘 초청 간담회에서 “기회가 된다면 후쿠시마 물 1리터가 아니라 그 10배도 마실 수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한 비판이었다. 후쿠시마 오염수의 안전성 검증은 과학의 영역인데 전문가를 '돌팔이'로 만들어 과학의 검증을 무력화시키는 발언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민주당이 IAEA 최종 보고서를 '깡통 보고서'라고 평가절하한 것을 놓고 "윤석열 정권 타도를 위한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답만 하면 돼) 선동"고 비판했다.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석달 넘게 벌어진 이른바 '광우병 사태'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과 진보시민단체들이 '정권 교체'을 요구한 것을 빗대 야당의 오염수 반대를 '대선 불복 괴담'이라고 몰아세운 것이다.
가장 넌센스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지난달 수산물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마련한 상임위별 '노량진 회먹방'이다. 야당의 후쿠시마 괴담을 차단한다는 의도로 마련된 이 행사에서 일부 의원은 바닷물 안전을 강조하기 위해 '수조물 먹방'을 선보였다. 일본 정부는 아직 오염수 방류 를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내년 공천에서 어려움이 예상되면서 '오버 액션'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이쯤대면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안전성 검증을 위한 여야간 합리적인 논쟁은 없고, 내년 선거를 겨냥한 정쟁만 있다. 하지만 역대 선거를 보면 국민들이 언제나 현명한 심판을 내렸다는 것을 정치권은 되새겨야 할 것이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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