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사진) 일본 총리가 오는 11∼12일 리투아니아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과 개별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5일 보도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한·일 정상회담 일정을) 조율 중이나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양국 정상은 지난 5월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후 약 2개월 만에 다시 만나게 된다.
마이니치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회담에서 윤 대통령에게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의 안전성과 감시 시스템 등을 직접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방침이다. 기시다 총리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전날 공개한 최종 보고서에서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고 평가한 것을 근거로 오염수를 방류해도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전날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으로부터 오염수 방류 계획에 관한 최종 보고서를 받은 뒤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높은 투명성을 갖고 (오염수의 안전성을) 국내외에 정중하게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 추진은 IAEA의 최종 보고서가 전날 발표되면서 오염수 방류를 위한 모든 준비가 사실상 완료된 상황에서, 방류 반대 여론이 강한 한국을 직접 설득해 이해를 구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마이니치는 “(기시다 총리로선) 한국 국내에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반발이 뿌리 깊은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어떤 대응을 취할지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기시다 총리뿐 아니라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무상도 외교전에 나선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하야시 외무상은 오는 13∼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를 계기로 한국과 중국의 외교장관과 개별적으로 회담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다. 하야시 외무상은 박진 한국 외교부 장관과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과의 회담에서 방류 계획을 설명할 예정이다.
전날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던 대통령실은 5일 “원자력 안전 분야의 대표적 유엔 산하 국제기구인 IAEA의 발표 내용을 존중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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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EA·한국 공동, 오염수 추가 분석…하반기 보고서 낸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에 둘 것”이라며 “IAEA와 일본 정부가 제시한 실시 및 점검 계획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IAEA 및 일본 정부와 긴밀한 협조를 통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4일 IAEA 최종 보고서 신뢰성 여부와 미 정부의 입장에 대한 중앙일보 서면 질의에 “일본이 원자력발전소 저장탱크에 보관된 처리수(오염수의 일본 공식 명칭) 일부를 태평양으로 방류하는 것을 고려 중인 가운데 처리수 방출에 대한 판단은 과학이 내려야 한다”면서 “IAEA 최종 보고서는 일본의 처리수 방류 계획이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원자력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5일 기자들과 만나 다음 달 오염수 방류 개시 가능성과 관련해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친 처리수의 해양 방류 시기는 올해 봄부터 여름께라는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안전성 확보, 세간의 소문(풍평)에 관한 대응책과 함께 알기 쉽게 국내외에 정중하게 정보를 발신해 나가겠다”고 했다.
IAEA도 일본 측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5일 후쿠시마현을 방문해 현장점검을 한 데 이어, 오는 7~9일 한국을 방문해 IAEA 최종 보고서와 관련된 설명을 할 예정이다.
IAEA는 오염수 샘플에 대한 추가 분석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과 공동 진행하고 올해 하반기에 보고서를 펴내기로 했다. 5일 IAEA에 따르면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내 탱크에 보관된 오염수 샘플에 대한 2·3차 분석 작업이 IAEA 산하 방사화학연구소(TERC)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알메라(ALMERA) 연구소에서 진행된다. 추가 분석은 1차 분석 때와 유사한 실험실 간 비교 분석 방식(ILC)으로 이뤄진다.
도쿄·워싱턴=이영희·김형구 특파원, 이승호·정진우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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