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중대재해법 시행 후

중대재해법 개정 수순? 윤 대통령 '킬러규제 제거' 발언 파장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고용부 '중대재해법 개선 방안' 마련에 속도 붙나
국조실 TF 꾸린 날 '개악저지 공동행동' 출범
한국일보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가 5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생명안전 후퇴 및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저지 공동행동 출범 기자회견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안다은 인턴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하반기 국정 화두로 '킬러규제 철폐'를 강조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가능성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쟁점은 50인 미만 사업장 법 적용 유예와 최고경영자(CEO) 처벌 여부 등이다. 야당이 중대재해법 흔들기에 반대하는 만큼 법 개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노동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5일 국무조정실이 발족한 '킬러규제 개선 태스크포스(TF)' 킥오프 회의에는 고용노동부 대표로 김태연 중대산업재해감독과 과장이 참석했다.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업무 총괄자가 회의에 참여한 만큼 앞으로 중대재해법 개정 관련 논의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TF는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업인들의 투자 결정을 막는 결정적 규제, '킬러규제'를 팍팍 걷어내라"고 지시하자 규제 총괄부서인 국조실이 하루 만에 꾸린 회의체다.

대통령실이 규제 개선을 직접 지시해 지지부진한 중대재해법 '수술'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고용부는 올해 신년 업무보고에서 중대재해법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전문가 TF를 운영해 6월까지 정부안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는데, 논의가 길어지면서 일정이 상당히 늦춰진 상태다. 고용부 TF는 처벌 요건 명확화, 제재 방식 개선 등 중대재해법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특히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를 연장하자는 경영계 목소리가 강해 이와 관련된 대안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TF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성룡 경북대 교수는 "벌써 15번 이상 회의를 했는데, 의견 대립이 많은 주제인 만큼 고려해야 할 것도 많아 6개월 만에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다"라며 "좀 더 전문적인 결론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TF는 일단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시행령 개정 방안부터 논의하고, 야당이 반대하는 법 개정은 순차적으로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일보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4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경제민생회의 마무리 발언 등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논의하면서 마무리 발언으로 기업인들의 투자 결정을 막는 결정적 규제, 킬러규제를 팍팍 걷어내라고 지시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결과만 놓고 보면 기대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시행 첫해 법 적용 대상인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의 중대재해 사망자는 256명으로, 2021년보다 오히려 8명 늘었다. 경영계를 중심으로 '중대재해법 무용론'이 불거진 이유다. 반면 노동계는 정부가 강력한 처벌 대신 법 무력화에만 골몰한 결과라며 처벌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기소된 중대재해법 사건은 11건에 그쳤고, 현재까지 1심 판결이 선고된 사건은 3건인데 실형은 1건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집행유예와 벌금형이라는 게 주장의 근거다.

노동계는 대통령 발언이 중대재해법 개정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노동·시민단체 96개가 결성한 '생명안전 후퇴 및 중대재해처벌법 개악저지 공동행동'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하반기부터 본격화할 정부의 중대재해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에 대응해 나갈 방침을 밝혔다.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산재로 사망한 고 김용균씨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안전을 방치해 자식을 잃고서도 살아야 하는 이런 기막힌 삶이 더는 없어야 하지 않겠냐"라며 "기업만 두둔하고 노동자의 죽음은 허용하는 야만적인 풍습을 우리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