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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북일 물밑접촉·남북은 경색…급변하는 한반도 외교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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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통일부 대북지원부 역할 안돼”

북일 고위급 회담 위해 3국서 접촉

북한과 일본이 고위급 협의 개최를 위한 물밑 접촉을 해온 것으로 3일 알려졌다. 남북 관계는 북측의 교류 거부와 남측의 대북 강경 정책으로 경색 국면이 고착화되고 있는 가운데서다. 지난 2018년 이후 북핵 문제의 당사자로 남북·북미 대화를 주도했던 것과 달리 한반도를 둘러싼 역학구도가 확연히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중 관계 변화를 주시하는 북한이 본격적으로 움직일 경우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지형에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주 단행한 인사에서 통일부 장차관을 모두 교체하면서 “그동안 통일부는 마치 대북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해왔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통일부 장관에 대북 강경파로 분류되는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를, 통일부 차관에 북미국장을 지낸 외교관 문승현 주태국대사를, 대통령실 통일비서관은 김수경 한신대 교수를 지명했다. 통일부 장·차관을 모두 외부 인사를 기용하면서 통일부의 역할 변화를 주문했다.

북한은 지난달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8차 전원회의에서 대표적인 대남·대미 강경론자인 김영철 전 통일전선부장을 당 정치국에 복귀시켰다. 이어 북한은 남북 간 교류 가능성도 선제적으로 차단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고(高)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20주기 추모식을 위해 금강산을 방문하겠다며 북한과 접촉하겠다는 계획을 통일부에 신고한 사실이 보도되자, 김성일 북한 외무성 국장은 1일자 담화에서 “남조선의 그 어떤 인사의 입국도 허가할 수 없다”는 방침을 밝혔다. 특히 대남 교류와 관련된 사안에 외무성이 직접 나선 것이 눈에 띈다.

통일부에 대한 역할 변화는 그동안 남북 대화와 교류 협력에 주력해 왔던 정체성을 국제사회 규범에 맞게 인권 실상을 알리고 책임규명을 명확하게 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북한도 대남 교류 문제에 외무성이 직접 나서며 “우리 국가에 입국하는 문제에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는 아무러한 권한도 행사할 수 없다”며 ‘외교적 대응’의 의미를 명확하게 했다.

남북이 서로 멀어지는 가운데 북일은 고위급 회담 개최 여부를 두고 제3국에서 실무접촉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지난 5월 북일 정상회담을 위한 고위급 협의를 공개적으로 제안했고, 북한은 “두 나라가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답변했었다. 일본 정부가 대북 의제에서 중시해 온 납북자 문제에 대한 북일 간 타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한미일 3국 공조 강화로 북한을 압박해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려는 윤석열 정부의 구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일본은 납북자 문제를 의제로 하려고 하고, 북한은 외교적 고립에서 탈피하고 한미일 공조를 흐리면서 일본과의 관계정상화에 따르는 배상금을 목표로 한다”며 “북한과 일본이 회담하고자 하는 의제가 다르기 때문에 공통 의제를 올리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의 방중을 기점으로 미중 관계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북한이 본격적인 외교활동을 시작할 경우 한반도 역학구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선명한 노선으로 대북정책을 추진하더라도 급변하는 환경에서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놓는 것도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최은지 기자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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