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6월30일 경기도 고양시 어울림누리 별무리경기장에서 열린 서해선 대곡~소사 구간 복선전철 개통 기념식에서 축사를 한 뒤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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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일 “통일부는 북한지원부가 아니다”라며 통일부의 역할 변화를 거듭 강조하고 나선 것을 두고, 법에 규정된 통일부의 고유 업무를 무시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반도 평화 관리 차원에서도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통일부는 대북 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해왔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 이제 통일부가 달라질 때가 됐다”고 말했다. 대북 강경론자인 김영호(64) 성신여대 교수(정치외교학)를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데 이어 통일부의 성격과 기능을 대북 압박으로 바꾸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이다.
통일부는 남북 대화와 교류·협력보다는 국제사회에 북한 인권을 고발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업무 등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5일 외교·안보 분야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북한 주민의 인권유린 실상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는 일이 가장 중요하고, 국가안보를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영호 후보자도 지난달 30일 “기존 남북 간 합의들을 선별적으로 고려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북한 인권 문제는 굉장히 심각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통일부 차관으로는 외교부 출신인 문승현(59) 주태국(타이) 대사를 기용하고, 북한 인권 문제를 포함해 국내외 인권 분야를 연구한 김수경 한신대 교수(사회복지학)를 대통령실 통일비서관에 기용한 점 또한 이런 분석에 힘을 보탠다.
통일부라는 부처의 성격과 기능을 완전히 바꾸려는 신호탄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힘에 의한 평화’를 말하며 전임 정부의 대북정책을 ‘굴종적’이라고 전면 부정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8일 자유총연맹 창립기념행사에서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반국가 세력들은 북한 공산 집단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풀어달라고 요청하는가 하면 유엔사령부 해체로 직결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고 맹비난했다. 5년 만에 개정한 윤석열 정부 국가안보전략서에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에 관한 내용이 모두 빠졌다. 지난 3월엔 <북한인권보고서>를 처음으로 공개 발간해 북한의 인권 문제를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 대북 압박 수단으로 삼기도 했다.
‘통일부 기능 전환’을 요구하는 윤 대통령의 태도는 남북 대화와 교류·협력 등 법에 명시된 통일부의 고유 업무 영역을 부정하는 탈법적 발상이란 지적도 있다. 정부조직법에는 “통일부 장관은 통일 및 남북 대화·교류·협력에 관한 정책의 수립, 통일교육, 그 밖에 통일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고 돼 있다. 강영식 전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회장은 “남북이 적대관계에 있더라도 군사가 아닌 정치·사회적 측면에서 평화로운 남북관계를 관리하고 필요한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는 게 통일부의 몫”이라며 “대통령은 한쪽 진영에만 귀를 기울이고 통일부를 북한 압박을 위한 실무적 기구 정도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인식은 통일부의 시대적 역할 변화에도 맞지 않는다. 통일부는 1970년 북한 정세 분석과 북한 사상 공세 대응 등에 치중하다 1980년대 정책 기능 도입, 2000년 이후 교류·협력과 남북 대화 등으로 역할과 업무가 확대됐다. 북한 동향 분석과 대응, 북한 인권 관련 업무 등에 치중하라는 요구는 50년 전 통일부로 돌아가라는 식의 주장인 셈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윤 대통령이 통일부를 북한지원부라고 하는 건 ‘북한 퍼주기’라는 선입견을 그대로 보여준다. 북한에 식량과 의약품, 심지어 한국전쟁 전사자 미군 유해 발굴 송환에 대한 현금을 지원한 미국 국무부도 북한지원부 역할로 폄하할 것인지 자문자답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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